신학적 당위성과 현실적 가능성 평가 엇갈려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가 스스로 교회 몸집을 줄이겠다고 한 발언은 한국교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교인수 2만을 헤아리는 대형교회 목회자의 이 같은 말은 그 실현 여부를 떠나,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교회성장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다소 과장된 평가까지 잇따랐다.
사실 ‘대형교회 분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자주 제기된 바 있다. 기독교가 쇠퇴기에 접어들고 더불어 대사회적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이른바 ‘대형교회 역할론’ 중 하나로 그것이 거론돼 왔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중심에 있는 대형교회가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지역교회와의 상생을 모색해야 하는데, 교인을 떼어내 분립하거나 다른 교회로 보내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찬수 목사의 발언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실제 김동호 목사는 그가 개척한 높은뜻숭의교회를 수 년 전 네 개의 교회로 나눈 바 있다. 김 목사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홀로 성장만 할 수 있었다. 당시 상승기류를 타고 있었기에 성장이 쉬웠다”며 “하지만 내가 길을 열어줘 좋은 목사 네 명이 나왔다. 교회 분립을 계기로 후배들을 키울 수 있었다. 교인들의 참여도 훨씬 많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도 만만찮다. 우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 목회자는 “교회에 대한 선택권은 교인들에게 있다. 그들을 강제로 다른 교회에 나가게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아무리 그럴 듯한 명분이 있어도 교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회자는 “대형교회의 분립은 어느 정도 가능해도 해체는 사실상 어렵다. 모교회의 색깔을 공유하는 분립과 아예 교인들을 떼어내 전혀 다른 교회로 보내는 것은 별개의 것”이라며 “특히 후자는 교인들에게 신앙을 강제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고 분석했다.
대형교회를 분립 혹은 해체해야 한다는 시각 자체가 인본적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한 신학대 교수는 “이찬수 목사 등을 비롯해 대형교회의 몸집을 줄이겠다고 한 이들의 의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교회는 담임목사의 것도 교인들의 것도 아닌 하나님의 것”이라며 “교회가 성장해 대형교회가 된 것도 하나님의 은혜다. 그것을 인위적으로 쪼개거나 나누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번 이찬수 목사의 발언과 관련 한 목회자는 “교회마다 그 교회가 처한 지역적 특성과 신앙적 개성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해당 교회의 교인과 담임 목회자가 가장 잘 안다”며 “이찬수 목사의 발언 역시 그 같은 배경에서 나왔을 것이다. 다른 이들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또 교회는 생동력이 있어 10년 후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의 기준으로 판단해선 안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