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박사의 추모시] 오늘만 울게 하소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故 하용조 목사 1주기 추모예배에서 낭독

 

 

일 년은 열두 달, 삼백육십오 일
철이 들며 배운 것인데
아무리 해도 날짜를 잘 계산할 수가 없습니다

님이 떠나신지 오늘 한 해가 되었다는데
바로 어제 같고 혹은 먼 신화의 연대 같은 기억의 착시 속에서
갑자기 끊긴 생명의 합창

음표와 음표 사이의 빈 자리에 서서 기다립니다
미처 함께 부르지 못한 나머지 노래를 위하여

그래도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고 만납니다
목마른 날이면 새벽 옹달샘처럼 찾아오시고
피곤하여 앉으면 나무 그늘이 되어 함께 쉽니다

뙤약볕 8월의 대낮 속에도
동짓달 문풍지 우는 긴 밤에도
우리의 눈물 자국과 때로는 긴 탄식
그리고 기도의 시간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을 펴면 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길 건너편 분명 당신을 보고 급히 횡단로를 건너가 보면
아, 단지 가로등 그림자일 뿐 당신은 아무데도 계시지 않습니다
어디에나 있고 또 어디에도 없는 당신

님을 찾아 돌아다닌 한 해가 되었는데
우리는 얼마나 날이 갔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습니다

다만 주님의 한 마디 말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겠느냐

예 믿습니다 라고 말하면 그 끊였던 생명의 노래가 다시 울리고
눈물이 마른 샘에서 백합꽃이 피어나는 웃음을 듣습니다

님은 우리의 아침이고 우리의 생명의 약속인 줄 아오나 용서하소서
다만 오늘 하루만 당신을 생각하며 울게 하소서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