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슈퍼피쉬>, 기독교와 유럽 어시장의 확산 다뤄
KBS가 전 세계 24 개국을 2년간 발로 뛰며 제작한 다큐멘터리 <슈퍼피쉬 5부작>이 매주 토요일 저녁 9시 40분 방송 중이다. <슈퍼피쉬>는 10만년 동안 인간과 물고기가 써내려간 위대한 대서사시를 정밀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다.
지난 주 방송된 4편 <금요일의 물고기>에서는 기독교의 확장과 어시장의 발전에 관한 내용이 다뤄졌다.
그리스도가 십자가형을 받은 성금요일, 스페인 사람들은 엄숙하고 성대한 행사를 벌인다. 그런데 바로 이날, 이들의 식탁은 모두 생선으로 채워진다. 그리스도가 태어난 성탄절 역시 유럽 각 지역에서는 생선을 먹는 전통이 이어져온다. 과연 여기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유럽에서는 기독교가 공인받은 4세기경부터 기독교 축일에 고기 대신 생선을 먹는 전통이 생겨났다. 절제와 금욕을 강조하는 기독교인들은 당시 육식을 하면 욕정을 불러오고 도살하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물고기는 달랐다. 기독교인들에게 물고기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예수가 수난일 전에 먹었던 최후의 만찬이자, 그리스어로 물고기를 뜻하는 익투스는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 구원자’의 첫 글자를 따서 모은 조합으로 기독교인들의 상징으로 쓰여왔기 때문이다.
10세기경, 전 유럽으로 기독교가 확산됨과 동시에 이런 전통 역시 널리 퍼져나간다. 당시 기독교 축일은 1년의 절반을 넘었고, 그 무렵 유럽의 각 수도원에서는 양어장을 지어 직접 물고기를 수급했다. 하지만 양어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생선 수요에 유럽인들은 일찍이 바다의 세계로 눈을 돌리게 된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북해에서 잡아들인 풍부한 청어로 놀라운 부를 이룩하게 된다. 그들은 청어를 소금에 절여 나무 통 안에 밀봉하는 방법을 개발해, 기독교 축일에 유럽 각지에 내다 팔았다. 그리고 그것은 네덜란드가 세계 최고의 해상강국이 되는 발판이 되었다.
당시 유럽인들의 식탁을 채운 또 하나의 생선은 대구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차가운 바다 속에 사는 이 흰살생선을 발견한 이들은 바로 바이킹이었다. 대구는 청어보다 훨씬 저장도 쉽고 맛도 좋았다. 바이킹은 이미 9, 10세기경 무렵부터 대구를 잡고 덕장에 말린 뒤, 유럽 각지에 내다 판 최초의 대구 무역상이었다. 대구 맛에 눈뜬 유럽인들은 저마다 대구잡이에 나섰고, 당시 그들이 먹었던 생선의 무려 60%를 대구가 차지했을 정도다.
15세기 유럽에 대항해 시대가 열리면서, 유럽인들은 뉴펀들랜드라는 세계 최고의 대구 어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당시 뉴펀들랜드까지는 죽음의 항해나 다름 없었다. 많은 어부들의 희생이 뒤따랐지만, 기독교가 창출한 거대한 생선 시장에서 대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대구는 원양어업의 시대와 함께, 신대륙 이주와 정착까지 이끌어냈다.
과연 유럽의 역사에서 물고기가 해낸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오늘날 눈부신 번영의 시대를 맞이한 서양의 역사를 움직여온 그리스도와 물고기의 흥미롭고도 신비한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슈퍼피쉬>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