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시대의 가정은 자녀들의 종교 교육의 장이었다. 부모들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자녀들을 종교적으로 성장하도록 가르치는 일이었다. 특히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어 가정은 하나님의 뜻이 구체적으로 전달되는 곳이었기 때문에, 종교적 공동체로서 자녀의 신앙을 책임지는 종교 교육의 살아 있는 현장이었다.
한편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가족이란 넓은 범위의 공동체를 칭한다. 즉, 혈연이나 결혼이라는 결속 관계에 맺어진 직계 인원들뿐만 아니라 노예, 첩, 외국인, 또는 고용한 하인까지 모두 가족의 범주 안에 포함시켰다. 그래서 ‘야곱의 집’, ‘이스라엘의 집’이라고 할 때는 전 민족을 포함하기도 하며, 한 혈족으로서의 그룹 전체를 의미하기도 하고, 민족의 한 지파를 지칭하기도 하는 것이다.
가정에 해당하는 구약의 히브리어 용어 가운데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은 다음과 같다. 먼저 ‘바이트’는 문자적으로 ‘집’이라는 뜻으로 장소로서의 ‘집’, 즉 가족의 거처를 의미하는 말로도 쓰이고(창 14:14), ‘가족들’(출 1:21), ‘가문’(대상 4:21), 일족이라는 의미로도 쓰였다. 일족은 ‘야곱의 집’, ‘이스라엘의 집’이라는 말로 전 민족을 포함하며 한 혈족으로서의 그룹 전체를 의미하기도 하고 민족의 한 지파를 설명할 때 사용되기도 했다. 또한 ‘미쉐파하’는 ‘씨족’ 또는 ‘가족’(창 24:38)이라는 뜻으로 대가족, 그룹, 즉, 나홀성에 사는 아브라함 부친의 집안과 친족을 의미했고, 이스라엘 장로들의 가족(출 12:21) 또한 일신 제사를 행하는 가족(권속)을 의미했다(레 10:5).
이처럼 구약 성경에서는 가정 공동체를 하나님의 기구로 보았다. 즉 가정은 하나님의 창조 섭리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며, ‘하나님의 뜻’을 이 땅 위에 실현하는 도구로 여긴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어 가정은 하나님의 뜻이 구체적으로 전달되고 생활화하는 곳이었기에 가정은 종교적인 공동체로서 자녀의 신앙을 책임지는 ‘종교 교육의 살아 있는 현장’이 되었다. 이 가정을 통해 그들은 민족의 역사와 그 속에서 그들을 도우신 여호와께 대한 믿음을 키워 나갔다.
신명기가 교훈하는 교육 형태로서의 가정은 ‘예배적 기고’로서의 의의를 아울러 가진다. 가정의 예배적 기능은 교육이나 친교보다 선재(先在)하였다. 예배를 통하여 하나님과의 교제를 이루어 나갔기 때문이다. 구약 성경에서의 결혼의 목적과 십계명 중 인간에 대한 첫째 계명인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명령은 사회 질서와 윤리 개념의 기초였다. 따라서 사회 문화적인 책임도 가정이 지게 되었다. 자녀의 출생은 신의 은혜와 축복이며, 종교 교육의 내용은 신의 의지를 깨닫고 실천하도록 가르치는 일이다.
부모는 하나님으로부터 자녀 교육을 위탁받은 교사이며, 자녀는 부모를 공경하고, 복정해야 함의 의무였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는 이스라엘과 하나님과의 관계와 같았다. 히브리 자녀 교육의 특징은 가족들의 활동을 직접 배우는 비형식적인 교육이었다. 이것은 자녀들의 행동을 통제하므로 이루어졌고 구전에 의한 것이었다. 역사와 율법 속에서 계시하였던 하나님의 구원의 사건을 압축시킨 성경의 이야기가 그 내용이었으며, 그들의 기본적인 신앙 고백이 된 쉐마(Shema)는 하나님의 유일무이성에 대한 확인으로 일생을 통하여 아침과 저녁으로 암송하는 기도였다. 이처럼 구약 성경에서의 가정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