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1위 노리는 ‘강남스타일’, 美 한인교계 반응은

워싱턴DC=권문정 기자  nrkwon@chdaily.com   |  

“한국인 이미지 제고” “세속적 가사는 우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최근 빌보드 차트에서 디지털송 분야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9월 30일에는 영국 오피셜 차트 컴퍼니 UK 싱글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말 그대로 “싸이 월드”다. 강남스타일 유투브 영상은 클릭 3억회를 넘었고, 사상 최다 ‘like’ 회수를 기록한 유투브 영상으로 기네스에 오르기도 했다.

플래시몹도 ‘강남스타일’이 대세다. 코넬 대학을 포함 미국 유명 대학에서 강남스타일 플래시몹이 진행된 영상들이 속속 유투브에 올라오며 화제가 됐고, 최근에는 메릴랜드 대학에서도 ‘강남스타일’ 플래시몹을 열었다. 이 플래시몹을 본 한 한인은 “플래시몹은 요즘 하나의 문화로 정착돼 가고 있다. 그 중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플래시몹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고 했다.

 

▲메릴랜드대학교 강남스타일 플래시몹 사진. ⓒ메릴랜드대학교 페이스북
▲메릴랜드대학교 강남스타일 플래시몹 사진. ⓒ메릴랜드대학교 페이스북

한인사회는?

이에 대한 한인사회의 반응은 어떨까? 9월 중순 열린 한인회 주최 ‘코러스 축제’를 통해 한류 열풍을 실감했다는 김명호 축제위원장(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은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DC스타일 플래시몹에 2천여명이 참여했다. 이 중 한국말을 못하는 외국인이 절반이었다”면서 “역대 코러스 축제 중 타민족이 가장 많이 참여했다. 타민족 방문율이 기존 20% 안팎에서 올해 50%를 크게 웃돌았다”고 했다.

올해 한인 축제에는 미국인 홍보 그룹 ‘Meet Up’이 결성돼 홍보했는데, 이 그룹에 추후 한인 사회에 관심있는 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일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지가 총 3번에 걸쳐 코러스 축제를 다루는 등 현지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주미한국대사관 직속 한국문화원 관계자는 “싸이 돌풍이 있기 한 달 전인 7월 ‘이 달의 가수’로 싸이를 선정한 적이 있다”며 “당시 ‘미국에서 왜 저를…’이라는 싸이의 소감이, 지금은 무색할 정도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 어느 때보다 케이팝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언젠가 오리라 생각했던 미국 내 케이팝의 시대가 열리고 있고, 미국 보도 후 곧바로 미국 스케쥴을 소화하는 모습도 그렇고 엔터테이너답게 기대에 부응하는 싸이의 모습을 보면서 준비된 스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지역에 사는 한인 강민규 씨는 “그동안 미국 진출을 꾀하던 많은 한국 가수들이 미국을 흉내내는 모습에 그쳤다면, 이번 싸이의 성공은 자기만의 스타일, 즉 한국만의 스타일로 성공을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미 주류 진출이 녹록하지 않은데, 여러 가지 장애물을 거쳐왔던 한인들에게 싸이는 큰 희망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 싸이가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를 잇는 매개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회는?

강남스타일이 화제가 된 후, 한국 대전갈마감리교회 전도사에 의해 기획된 ‘교회 스타일’이 현재까지 8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후속으로 ‘수련회 스타일’ ‘우리 셀 스타일’ 등 다양한 교회 관련 패러디물도 쏟아졌다.

하지만 한인교계의 반응은 조금 엇갈리는 분위기다. 한인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이기는 하나, 지나친 세상 문화 추종이 교회 문화로 자리잡지 않도록 경계하는 모습도 있다.

애틀랜타의 한 교역자는 “경건치 못한 것을 재미를 위해 교회들이 꼭 패러디를 해야 하나? 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으로도 얼마든지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말씀을 묵상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을 사랑하는 것인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또 생각한 다음 문화를 대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하기도 했다.

워싱턴제일장로교회 이정범 목사는 “이번 일로 미국 사회에서 한국 및 한인사회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한국인의 이미지가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인종차별이 여전히 현존하던 일부 미국 대학의 한인 유학생들에게는 특히 희소식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세상적인 가사를 생각할 때 강남스타일이 교회에 미친 긍정적 효과는 크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한 세상 문화로 치부하고 선을 긋기 보다 “대중을 변화시키는 생명력 있는 창조 문화로서 받아들이고, 교회의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뉴욕 정원교회 주효식 목사는 칼럼을 통해 “이 열풍이 세상에 흩어져 있는 디아스포라 한국인을 통한 복음 전파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선용케 하시려는 하나님의 선하신 의도와 목적하심이 있음을 생각하게 됐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주 목사는 “세상 대중을 향한 하나님 사랑의 방향성이 분명하다면 더 이상 기독교 문화는 세상 문화의 현장에서 독립을 고수하기 위해 고립되어 있어서는 안 되며 도리어 대중을 변화시키는 생명력 있는 창조적 문화로서의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라도 깊이 파고 들어가야 한다”고 기독교계가 세상 속 영향력을 증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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