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는 종교개혁, 아무도 모르는 종교개혁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종교개혁주간 특집] 495년 전, 그 치열했던 종교개혁을 기억하며(1)

종교개혁, 그리스도인의 끝나지 않는 사명

▲종교개혁주간에 읽어볼 만한 도서들.

▲종교개혁주간에 읽어볼 만한 도서들.


1517년 10월의 마지막 날에 마르틴 루터는 종교개혁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래서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시기도 항상 10월의 마지막 주간입니다.

당시 시작된 이 개혁은 많은 이들의 지지와 후원을 받았고, 결국 독일 뿐 아니라 전 유럽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종교개혁운동이 시작되고 발전했던 역사적 과정들을 분석할 때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요소들을 설명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전 유럽을 달궜던 개혁의 열기는 그리스도의 나라에 대한 종교개혁자들의 열정, 그리고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종교개혁자들의 헌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은 개혁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통치가 이 땅에 임하게 하려는 일에 자신의 삶을 드렸고, 그리스도의 복음이 순수하게 교회 안에 회복되는 일에 자기 자신을 던졌습니다. 이들은 그리스도와 복음을 위해 십자가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 현실 앞에서, 종교개혁의 정신과 종교개혁자들의 헌신은 이 땅 그리스도인들이 아직도 감당해야 할 사명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땅에 그리스도의 나라가 임하도록, 이 땅에 순수한 복음의 역사가 일어나도록 한국 교회도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우리 주님이 이 땅에 오실 때까지 이 사명의 길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부흥과개혁사 편집장 이재호

누구나 ‘개혁’을 말하고 있지만, 사사 시대와 같이 오히려 그 이상은 희귀해졌다. 여기저기 들려오는 ‘개혁’ 앞에서, 우리는 500년 전 자신을 온전히 버린 채 목숨을 걸고 전진했던 믿음의 선진들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개혁주의를 꿈꾸는 여러 출판사의 책들을 읽으면서, 그 꿈에 한번 흠뻑 빠져보는 건 어떨까. 종교개혁은 인쇄술 발전으로 인한 ‘글’이 큰 공헌을 하지 않았던가.

◈종교개혁 하면 떠오르는 이름 ‘루터’

495년 전 10월 31일, ‘가톨릭 사제’였던 그는 ‘교황의 적’이 되고 말았다. 16세기의 중심인물이자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이었고 ‘세상을 바꾸는 데 성공한 유일한 사람(폴 틸리히)’이었지만, 고집쟁이이자 불평가로 불렸고 급기야 20세기에는 ‘하나님의 야만인(토마스 만)’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래서 <누구나 아는 루터 아무도 모르는 루터(파이트 야코부스 디터리히 지음)>다.

종교개혁주간에 맞춰 새롭게 등장한 이 책은 ‘오직 믿음만’을 외친 종교개혁가 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시각으로 루터를 제시한다. 그는 가톨릭에서는 여전히 교회를 어지럽힌 이단자이며, 사제가 되길 반대했던 아버지에게는 못 미더운 아들이었고, 동료들에게는 수녀와 결혼했던 실망스러운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다. 처음에는 수줍게, 그러나 다음 날에는 영웅처럼 등장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공개석상에서 사라졌고, 낯선 이에게 납치당해 모두들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독일인인 저자는 정치가이자 교육자, 시사평론가이자 교수, 신학자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루터를 풍부한 원전을 토대로 조망하고 있다. “내일 세상이 끝난다는 것을 알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루터의 격언이었음도 알 수 있고, “죽음에 대한 공포는 죽음 그 자체일 뿐 다른 무엇도 아니다”, “저는 긴 설교는 싫어합니다. 그것은 경청하려는 청중들의 욕망을 없애버리기 때문입니다” 같은 그의 어록도 만날 수 있다. 넘길 때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그림과 사진들로 쉴 틈이 없다.

이처럼 ‘드라마틱한’ 루터의 삶이었기에, 소설로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레그 그랜트의 <소설 마르틴 루터(이상 홍성사)>는 목차조차 생략하면서 그의 삶에 누구나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을 강력히 내비친다. 그 시작은 부모님이 말씀하시던 법학공부라는 ‘하나님의 뜻’과 성경의 이끌림 속에 갈등하던 청년 루터에게 내려친 번개였다. 독일 에르푸르트 북쪽 6킬로미터의 도로에서 만난 그 번개는 온 유럽을 내리치는 ‘마르틴 루터’라는 번개가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종교개혁가 ‘칼빈’

“칼빈주의는 삶 그 자체만큼 복합적이고, 이러한 포괄성은 참되고도 열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청교도주의를 통해 가장 극명하게 표현된다.” 신학자 조엘 비키는 칼빈의 업적을 신학으로만 한정시키지 않고, 인간의 삶과 사회, 문화의 모든 국면들로 확장시킨다. 그래서 마치 사전 같은 크기의 <칼빈주의(지평서원)>가 탄생됐지만, 그와 함께한 8인의 신학자들은 “단지 칼빈주의의 아주 단편적인 조각들만 다루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개혁주의와 동의어로 쓰이는 칼빈주의는 칼빈의 제네바에서 독일을 거쳐 헝가리, 네덜란드와 프랑스, 급기야 대서양 건너 북아메리카에까지 퍼졌다. 이는 벨직 신앙고백서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도르트 신조 등 3가지를 교리적 신앙고백으로 삼는 대륙 개혁주의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대·소요리문답으로 대변되는 영·미 장로교주의 등 두 갈래로 발전했다.

저자는 칼빈주의와 루터파의 차이점부터 시작해 하나님 중심주의·‘인간의 전적 타락·무조건적인 선택·속죄의 범위·제한 속죄·불가항력적 은혜와 유효적 부르심·성도의 견인과 보증 등 주요 교리상 특징들을 밝히고, 예배와 설교, 전도와 적용 등 교회와의 관계, 결혼과 가족, 노동과 정치, 윤리 등 실천적 덕목들을 제시한 후 최종적으로 그 목적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삶’을 뜻하는 ‘송영적 칼빈주의’로 정리한다.

이외에 부흥과개혁사에서는 칼빈 탄생 500주년을 즈음해 라이브러리 시리즈를 계속 발간하고 있다. 올해 6월 나온 <칼빈 이해의 길잡이>는 종교개혁자 칼빈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로, 앞에 등장한 조엘 비키 등 전세계 칼빈 전문가들이 칼빈의 신학 사상과 영향력을 함께 연구한 결과물이다. <칼빈: 순례자와 목회자>는 <예기치 못한 여행(지평서원)>의 로버트 갓프리 작품으로, 칼빈의 복음에 대한 열정과 실천적 신앙의 모습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칼빈 대표작인 <기독교 강요>도 살펴보자. 2009년 생명의말씀사刊 <라틴어 직역 기독교 강요>는 문병호 교수(총신대)의 라틴어 초판 직역으로 신학적 의의를 살렸고, 각주 작업을 통해 특정 개념들의 의의를 인식하도록 했다. 라틴어 원문도 함께 싣는 주석식 편집을 시도했다. 이 출판사는 2권짜리 <만화 기독교 강요>도 펴냈다.

◈‘오직 믿음으로’, 종교개혁은 끝났는가

종교개혁 495주년은 곧 분열의 역사를 뜻하기도 한다. 최근 교황청과 WCC·WEA의 공동문서 발표로 ‘하나됨’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가운데, <종교개혁은 끝났는가?(CLC)>는 현대 로마 가톨릭에 대한 복음주의에 대한 복음주의의 평가를 담고 있다.

가톨릭을 불교나 무교보다 더한 ‘이단’으로 보고 있는 한국 대부분 기독교인들 앞에 저자 마크 A. 놀과 캐롤린 나이스트롬은 미국에서 복음주의와 가톨릭이 사회윤리 문제들을 중심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장과 그 역사들을 훑고 있다. ‘종교개혁은 마땅히 계속돼야 한다’는 대답을 기대했던 이들은 약간 당황할 수도 있다. 청교도 국가인 미국의 이같은 변화는 물론 ‘자유주의 기독교’ 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고, 가톨릭 신자 존 F. 케네디 대통령 덕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말 종교개혁은 끝났는가? 복음주의와 가톨릭은 삼위일체, 인류의 죄성,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을 통해 죄인들에게까지 미치는 하나님의 구원하시는 사랑, 하나님의 율법 전체의 온전함 등을 함께 인정한다. 그러나 교리의 핵심 중 핵심인 ‘이신칭의’에 대해서는 “이제 대략 같은 것을 믿고 있다”고 슬쩍 넘어가고 있다. 물론 교황직을 비롯한 ‘하나의 교회론’과 동정녀 마리아에 대한 태도, 성례 등 견해 차이에 대해서는 명확히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요한복음 1장의 나다나엘처럼 로마 가톨릭교회에 대한 현실적 평가를 가서 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요한복음 17장의 ‘하나가 되라’고 명령하시는 기도를 ‘분열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종교개혁주간을 맞아 기독교만의 분명한 입장을 알고 싶다면, 싱클레어 퍼거슨 등 개혁주의 신학자들이 함께 쓴 <오직 성경으로(지평서원)>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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