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심에 서는 것이 한중일 관계에 효과적”

오유진 기자  yjoh@chtoday.co.kr   |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회장이 말하는 ‘동북아경제공동체’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은 건설 사업가 출신이지만 연변과기대와 평양과기대의 산학협동 및 대외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중국, 북한, 일본을 오가며 동북아의 경제와 평화를 위해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동북아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의 해결책을 ‘동북아공동체’에서 찾는다. 한중일 3국이 중심이 되어 협력을 할 수 있다면 경제는 물론 다자안보체제와 남북통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 회장을 만나 동북아공동체가 왜 중요하고 통일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들었다.

-동북아공동체연구회는 어떤 곳인가.

“최근 동북아지역은 영토분쟁이 이슈화되고 각국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교체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정치적인 문제도 많아졌다. 외교 문제를 넘어 경제와 안보에 이르는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교착상태로 얽히게 됐다. 동북아공동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준비하고 교류 형태의 폭을 넓히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이에 합당한 미래 대안을 만드는 것 또한 시급한 일이다. 연구회는 이 같은 상황에 맞는 대안을 모색하고 찾아가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연변·평양과기대 대외부총장).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연변·평양과기대 대외부총장).

-최근 남북경제공동체 구축에 대한 논의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바람직한 방향이나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본 연구회는 한중일 3국간에 연례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환황해경제기술교류회의’의 한 부분인 교통물류포럼을 주관하고 있다. 오랫동안 논의해온 일은 한중일 3국간 해저고속철도, 아시안하이웨이와 한중일 광역 교통망 연결 및 확대방안, 국제복합물류시스템 구축, 그리고 항공자유화정책 등이 있다. 특히 항공자유화정책은 FTA를 하려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다. 항만 같은 경우는 국제법적인 제도적 장치가 정비되어 있지만 항공부문은 아직 미비된 상태다. 연구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키 플랜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중일 항공 문제를 풀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이 참여하길 바라고 있다. 북한은 동북아 역내 철도, 도로, 항만, 항공 등 교통 인프라를 구축할 경우 지정학상 중간거점지역에 자리잡게 된다. 따라서 북한이 협력을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되고 국가소득을 높이는 것은 물론 자원개발에 필요한 투자유치와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될 것이다.

또한 북한은 접경국과 유연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합종연횡이라는 말이 있듯이 남북간 종적 소통과 주변국들과의 횡적 연대가 결합된 포괄적인 교집합 형태의 통일 대안이 필요하다. 이것은 한반도 통일 국가를 이루는 데 필수적인 기본 요강이며 지름길인 동시에, 본 연구회가 싱크탱크로서 기대하는 연구방향이기도 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실질적인 정책을 제안하고 여론을 조성해왔다. 각종 전문가 포럼과 세미나, 연구용역 등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 바로 최근에 발간된 ‘제3의 지평’이라 할 수 있다.”

-남북경제공동체 논의와 더불어 동북아경제공동체를 구축하자는 의견이 중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으려면 어떤 면에서 성과가 있어야 된다고 보는가.

“무엇보다 한중일 3국의 화해와 협력 관계가 중요하다. 한 마디로 공동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기소르망 교수는 ‘공동체적 가치가 개인적 자유보다 우세했던 지역인 아시아를 다시 한 번 하나된 아시아(One Asia)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이 새로운 아시아의 핵심 세력으로 자리잡아야 하고, 그들상호 간에는 과거를 뛰어넘는 화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중일 3국은 과거사의 장벽을 넘어 미래를 향한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한중일 3국의 과거사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으로 현실적이고도 이상적인 대안은 북한이다. 한중일 3국의 중간 지역에 있는 북한 문제를 풀기만 하면, 결과적으로 3국의 역사문제도 풀 수 있다고 본다.”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

“‘네 바퀴 시스템’ 혹은 ‘네 가지 전략’(4 Wheel System/Strategy)이라고 부르는 기능주의적 방안이 있다. 우선 경제 부문에서의 대폭적인 교류와 결합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대표적 사례로 FTA를 들 수 있는데, 본인은 양자 관계보다 다자간 FTA를 선호하고 있다. 만일 양자 관계로만 한정되어 있으면 인구, 면적, 경제력, 국력 등 여러 면에서 강대국(중국, 일본)에 끌려가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기본구도상 한중일 다자 관계구도 위에서 게임을 해야 한국이 차지할 수 있는 역할과 몫이 커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한일FTA·한중FTA라는 양자 관계도 중요하지만 한중일 다자협력FTA로 발전하는 것이 한국에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다.

둘째, 이런 경제협력의 제도적 장치와 함께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본 구조는 교통건설 인프라의 확충이다. 다시 말해, 사람이나 물자가 원활히 소통하는 광역 교통망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3국간 FTA는 실효성을 갖추지 못할 것이다. 이는 수십 년 전부터 논의해왔던 TKR(한반도종단철도), TCR(중국횡단철도), TSR(세비리아횡단철도), TMR(몽골횡단철도) 등을 비롯해 아시안하이웨이와 해저고속철도를 연결하는 광역 교통망 건설사업이 해당한다.

아시안하이웨이는 한중일은 물론 유럽, 중동까지 이어진다. 일본과 아시아 대륙이 하나의 교통망을 이루게 되면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잇는 게이트이자 허브 역할을 하는 플랫폼 지역으로 확장된다. 한반도 전체가 이런 통합적인 매개 역할을 감당한다면, 그때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예를 들어 한중일 통화 스와프와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등 금융시스템을 연계하는 일까지도 한국이 주도할 가능성이 커진다. 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관광, 인적교류 및 지자체 간 교류 활성화 등에 미치는 긍정적인 파급효과도 엄청날 것으로 본다.

셋째로, 경제협력과 인프라에 이어 인력자원 개발과 교육이 필요하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해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적재적소에서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합당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유럽의 에라스무스 운동에서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에라스무스 운동이란 유럽 내 대학들이 국경을 초월해 교류하는 프로그램인데 한중일간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대학간 공동학위제, 인턴인증제, 프리패스 카드제도, 산학협동을 위한 초국경 대학원 설립 등을 골자로 하는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운동을 통해, 아시아지역내 인적 교류에 필요한 휴먼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우수한 인재를 상호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일본 하토야마 전 총리가 주창한 한중일 3국간의 역내 학생 교류 지원 프로그램인 ‘캠퍼스 아시아’가 올해부터 실행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아울러 한중일 다자간 협력안보시스템이 필요하다. 최근 신냉전이라 불릴만큼 북중러의 북방동맹과 한미일의 남방동맹간에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국제세력권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구 중심주의가 중국이 앞장서는 동아시아 중심주의로 변하고 있는 시대적 상황이 가장 큰 이유이다. 이러한 시점에 미국과 중국 간에 중재자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될 공산이 크다. 핵문제를 포함해 북한을 직접 당사자로 껴안고 미중간 안보협력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특수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이때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방안 중 가장 현명한 방법은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협력안보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곧 경제와 안보를 연계하여 ‘제3의 지평’을 열어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늘 중심에 서는 것이 한중일 3국 관계를 안정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9월 서울에 설립된 ‘한중일3국협력사무국’이다. 이는 유럽공동체(EU)의 수도가 브뤼셀에 있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동 연구회는 연변과기대 및 평양과기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인연이 있었나.

“90년대부터 중국 연변과학기술대 후원사로 동참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중국에서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양상쿤(楊尙昆) 당시 중국 주석의 아들을 만나러 갔다가 인생이 바뀌었다. 김진경 총장을 만났는데 그 때 김 총장은 VIP에게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조선족 사회의 미래를 위해 연변에 대학을 만들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 말을 듣고 크게 감동되었으며, 그 후 김 총장을 도와 1992년 연변과기대를 설립하는 일에 동참했다. 그리고 이 대학은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 교육부로부터 100대 중점대학으로 선정될 만큼 크게 성장했다.

연변과학기술대 자매학교로 평양과기대가 2001년에 남북한 합작 교육사업으로 설립됐다. 연변과기대는 학부제로 운영을 하기 때문에 석·박사 과정이 없어 R&D 연구가 안 된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평양과기대는 연구 중심 대학원대학을 구성해 설립했다. 일부에서는 평양과기대가 북한에게 좋은 일만 한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군사기술과는 무관하다. 국제화를 지향하고 이를 통해 뛰어난 국제적 기술 관료를 양성해 북한의 경제개발과 이에 따른 국제경영 및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게 교육 목적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남북통일을 앞당기는 방안이기도 하다.”

-끝으로 하실 말씀은.

“G20과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한 한국이 미중간, 일중간 그리고 선진국과 신흥개도국간에 발생하는 갈등을 완화시키면서 매력있는 중재자적 역할을 잘 감당하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역사적 요청이라고 믿는다. MB정부가 성취해온 일 가운데 가장 훌륭한 치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한중일3국협력사무국’을 추천하고 싶다. 이 3국 협력사무국이 시사하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가치는 크다.

서울에 장치된 이 사무국을 나중에 중국이 갖고 가겠는가. 일본이 빼앗아 가겠는가. 이 ‘한중일3국협력사무국’을 모체로 해서 동북아다자협력체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야말로 동북아시대에 주어진 최선의 과제이다. 동북아지역에 드리우고 있는 신냉전의 암운, 과거사의 장벽을 뛰어넘어 창조적 미래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중일 상호간에 새로운 결단 곧 아름답고 친밀한 ‘동북아의 집을 건설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본다. 이 길이야말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통일, 그리고 동아시아 신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확실한 대로(大路)라고 믿는다.”

[통일신문 김종영 기자 sisacolumn@gmail.com]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 연변/평양과기대 대외부총장

(중국)중앙민족대학 법학박사(2006), (중국)연변과학기술대학 대외부총장(2004~현재), 평양과학기술대학 대외부총장(2011~현재),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이사장(2007~현재)
저서:「윈윈 패러다임」 (2004, 영진닷컴)「공생시대」 (중문판, 2005, 세계지식출판사)「동북아 연합의 꿈」 (2006, 파로스)「동북아시대와 조선족」(2007, 박영사)「동북아시대의 조선족사회」(중문판, 2008, 세계지식출판사) 「누가 이 시대를 이끌 것인가」(2009, 물푸레)「走向大同」 (중문판, 2010, 세계지식출판사)「초국경 공생사회」 (2011, 한우리)「한국인이 본 동아시아공동체(일어판, 2012, 論創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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