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에서 나타난 ‘기다림’의 의미

신태진 기자  tjshin@chtoday.co.kr   |  

[영화 속의 진주] 늑대소년

▲극 중 한 장면.

▲극 중 한 장면.

늑대소년은 기독교 영화는 아니지만, 전하는 메시지가 깊어 기독교적 시각에서 재해석할 수 있다.

늑대소년의 키워드는 ‘그리움’과 ‘기다림’이다. 자신에게 처음으로 따뜻한 손을 내밀어준 소녀가 할머니가 되어 다시 찾아올 때까지 수십 년간 기다려온 늑대소년의 순수는, 온갖 이기심으로 배신을 일삼는 현 시대에 신선하고 강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렸던 순수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이 영화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세상의 표면적 가치관 속에 잠들어 있는 우리들 내면의 순수함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으로서 ‘그리움’과 ‘기다림’의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두 가지가 떠올랐다. 하나는 죄악으로 타락한 인류가 모두 구원받기까지 기다리시는 주님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주님의 은혜에 대한 그리움으로 주님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신앙의 길을 가는 성도의 모습이다.

사실 ‘기다림’이란 단어가 낯설지는 않지만, 그리 가깝게 와닿지도 않는 것 같다. 내가 주님을 기다린다는 것보다는 전권적인 주님께서 죄악된 인간이 변화되기를 기다리신다는 사고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주님께 속한 것이라는 인식이다. ‘기다림’은 ‘사랑’, ‘은혜’, ‘십자가’처럼 교회 내에서 주로 묵상되는 주제는 아니다. 때문에 기다림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 이 영화가 더 크게 다가온다.

요양차 가족들과 함께 한적한 마을로 이사 오게 된 소녀는 어두운 창고 속에 몸을 숨긴 채 움츠리고 있는 의문의 늑대소년을 만나게 된다. 소녀의 가족들은 늑대소년을 집으로 데려와 돌본다. 소녀는 인간 문화를 전혀 모르는 늑대소년에게 기다리는 법, 양치하는 법, 옷 입는 법, 글쓰기 등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들을 가르친다. 그리고 늑대소년은 소녀가 가르쳐준 것은 무엇이든 그대로 지킨다.

▲늑대소년.

▲늑대소년.

늑대소년에게 소녀는 사랑과 존재 가치를 알려 준 절대적인 존재다. 늑대소년은 소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는다. 사실 소녀는 병약하고 가난하여 학교도 다니지 못한다. 깊은 절망과 어둠 속에 살아가는 약한 그녀이지만, 늑대소년에게는 가장 완벽하며 위대한 존재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예수 그리스도와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가 위험에 처하자, 늑대소년은 늑대로 변하여 소녀를 위험에서 구한다. 하지만 늑대인간의 정체가 발각되고, 온갖 음모와 위협에 시달리다가 결국 쫓겨나게 된다. 극중 늑대소년을 모함하는 지태의 모습에서 ‘누가 과연 짐승인가’라는 반문을 하게 된다. 사람을 짐승으로 만드는 것은 지식과 물질이 아닌, 죄라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소녀 역시 늑대소년을 향한 두려움과 연민의 감정으로 갈등을 겪게 된다. 소녀는 늑대소년과의 추억이 깃든 창고의 책상 위에 ‘올 때까지 기다려’라는 쪽지를 남기고 마을을 떠난다. 하지만 소녀는 늑대소년을 잊고 인생을 맘껏 즐기며 살아간다. 소녀는 흰 머리의 할머니가 되어 손녀와 함께 옛 집을 다시 찾아온다. 그녀는 허름한 옛집에서 잠을 자다가 깨어나 창고로 향했는데, 창고에서 불빛이 새어나왔다. 창고 안에는 잘 가꿔진 싱그러운 식물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녀는 창고 안에서 옛 모습 그대로의 늑대소년을 다시 만나게 된다.

늑대소년은 그녀에게 ‘올 때까지 기다려’라고 적힌 옛 쪽지를 건넨다. 할머니가 된 그녀와 젊은 늑대소년의 모습은 어쩌면 마음의 모습이 아닐까. 늑대소년은 옛 모습 그대로 소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여전히 아름다워요”라고 말한다. 그는 예전에 소녀가 가르쳐줬던 모든 것들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말하기와 글쓰기까지 배웠다. 늑대소년이 바라는 한 가지는 소녀가 아름다운 기타 연주를 해주는 것이었다.

늑대소년의 사랑은 위대하다. 그것은 변함없이 믿음으로 기다려 온 사랑이기 때문이다. 극히 현실성 없는 사랑이지만 큰 위로가 된다. 이는 하나님의 사랑과도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주님은 믿는 자들을 사랑하되 끝까지 사랑하시는 분이시다. 자신의 생명까지도 아끼지 않고 인류를 사랑하셨다. 그것은 결점 많은 인간과는 달리 상대성을 띄지 않는 절대적인 사랑이다. 주님은 자신을 잊은 인류를 이렇게 기다리고 계신 것은 아닐까.

늑대소년의 모습에서 신앙의 여정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먼저는 믿음으로 주님의 약속과 말씀을 지켜 행하며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늑대소년이 어두운 창고를 화원으로 가꿨듯이, 하나님께서 사랑으로 창조하신 이 세계를 주님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잘 가꿔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남에의 소망을 간직하고 성장해가는 신앙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

“종교 문맹 시대, ‘기독교 문해력’ 제안합니다”

2024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 동계연수회 및 한국대학선교학회(회장 이승문 교수)·한국기독교교양학회(회장 이인경 교수) 공동학술대회가 ‘고전으로서의 성서, 교양으로서의 기독교’라는 주제로 19일 오후 연세대학교 상남경영관에서 개막했다. 이날 행사는 개…

1인 가구

초핵가족화, 5060 고독사, 비혼 출산, AI, 마약…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김향숙)에서 2024년 연말을 맞아 올해 가정 이슈 관련 10대 뉴스를 선정 발표했다. 다음은 구체적 내용. 1. 초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앞당겨져 대한민국은 1인 가구 급증으로 인해 ‘초핵가족화’라는 새로운 가족 구조 변…

김상준

9주년 맞는 ‘원크라이’ 김상준 사무총장 “나라 위한 기도회, 위대한 유산”

‘국가 위한 기도’ 문화 되살려야 그리스도인 최고의 방법은 기도 내년 우크라 인근 방문 기도 예정 원크라이가 2025년 9년째를 맞아 1월 3일 오전 11시부터 평촌 새중앙교회(담임 황덕영 목사)에서 개최될 뿐 아니라, 국내외 집회를 잇따라 열며 지경을 더욱 확대…

탄반연합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5차 기자회견

탄핵반대범국민연합 “계엄, 야당의 폭정과 독재에 대응한 것”

탄핵반대범국민연합(탄반연합)이 18일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4차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정치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도를 강력히 반대하며 헌법재판소에 공정한 판결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탄핵반대범국민연합은 지난 12…

박한수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세상은 진리와 거짓의 영적 전쟁터”… 홀리브릿지네트워크, 7천 용사 세운다

3040 목회자 중심으로 리더 양성 성경적 세계관과 창조 질서 수호 사회 변혁할 교회/기관/단체 연합 홀리브릿지네트워크 선교회는 3040세대의 젊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성경적 세계관과 창조질서를 수호할 강한 교회를 세우고, 사회 각 영역에서 변혁을 일으킬 …

서울신학대학교 서울신대 신학전문대학원 제1기 웰다잉 Well-Dying 최고위 과정

“신학대에서 개설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과정”

천국 입학 준비, 잘 안 돼 있어 죽음 생각과 대화 피하는 현실 당하지 않고, 맞이하는 죽음을 국내 신학대 최초로 개설된 서울신학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원장 하도균 교수) 제1기 기독교 웰다잉(Well-Dying) 최고위 과정 종강예배가 12월 19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