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칼럼] 수로에 요셉의 이름이 남아 있다

오유진 기자  yjoh@chtoday.co.kr   |  

카이로에서 남서쪽으로 1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카툰이란 곳이 있다. 초목지대와 카룬 호수의 푸른 물결 등 화려한 정원들이 있는 곳으로, 애굽의 에덴공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나일강의 지류가 흘러드는 페이욤이라고 불리는데, 파라오 시대에는 늪지대로 동물과 식물들의 낙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 왕국 세소스트리스 2세는 이러한 늪지대에 생태학적 균형을 깨뜨리지 않고 제방을 쌓아 수문들을 만들어 이 고장을 정비했다. 이 페이욤 어귀에 있는 일라흔 유적지에는 그의 피라미드가 세워져 있는데, 그 피라미드 옆에 흐는 하천에 요셉의 이름이 남아 있다.

▲카이로 기자 스핑크스 ⓒ크리스찬해피투어

▲카이로 기자 스핑크스 ⓒ크리스찬해피투어

 

먼저 우리가 성경의 기록을 신뢰하여 성경에 나오는 창세기의 이야기가 설화가 아니고 역사적 사실이라는 믿음을 가진다면, 우리는 이집트 역사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성경상의 사건의 연대를 찾아 보아야 할 것이다. 고대에는 지금과 같은 연대표가 없었다. 그렇기에 연대표를 다시금 작성하는 것은 상당한 지식과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정통 이집트 연대표도 18세기에 작성된 것이다. 그러나 이 연대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연대표로 지금까지 역사적인 자료 분석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성경에 의하면 야곱의 아들이며 형제들에 의하여 애굽으로 팔려간 후 애굽의 총리대신이 되었던, 요셉과 관련된 유적이 없는가를 찾아 보아야 할 것이다. 시대적 분류에 대해 조금 생각을 달리한다면 그 유적을 찾을 수가 있다. 그러나 유적보다도 오히려 당시에 애굽 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요셉의 이름이 남아 있는 지명을 찾아보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을 것이다. 상부 이집트 피욤 저지대에 요셉의 이름이 남아 있다. 그 이름이 바흐르 유셉, 즉 요셉의 하천이라는 뜻이다. 페이욤 지역에 가면 나일 강 저지대에서 호수인 비르켓 카룬에 이르는 하천을 이집트 사람들은 지금도 아랍어로 ‘요셉의 하천’이라는 뜻인 ‘바흐르 유셉’이라고 한다.

나일강 지류인 요셉 하천은 페이욤 지역으로부터 나일강 계곡의 서쪽을 흘러 하와라 운하까지 연결되는데, 약 330km 정도 되는 긴 하천으로 폭이 약 100m이고 깊이가 약 4m정도 된다. 이집트의 풍년이 드느냐 아니면 흉년이 드느냐는 나일강 홍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지나치게 물이 유입되어 넘쳐흐르는 물이 늪지와 웅덩이를 만들거나 또는 홍수 수위가 낮아져서 물 부족으로 농사를 망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물을 저장해둘 호수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일강에서 호수까지 운하를 파고, 이 운하를 이용하여 때로는 강물을 호수로 빼내고 때로는 운하의 수문을 닫아서 농부들에게 물을 적절히 공급한다면 상당한 수리시설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볼 수 있는 바흐르 유셉은 이러한 수리 시설의 일종이다. 그런데 이런 방대한 수리사업이 파이욤에서 시작된 것은 제12왕조의 아메넴하트 시대부터다. 아메넴하트는 이곳에 미궁을 세웠다. 그런데 이곳 미궁이 있었던 곳을 아랍어 지명은 하와라라고 부른다. 이집트 학자들이 힉소스의 수도가 된 아바리스를 하트-와레트라고 부르지만 원래 이집트어로는 아마 하와레로 발음되었을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다. 하와레라는 이름은 ‘영지’ 또는 ‘관구 소재지’라는 뜻인데 혹시 하와레가 하와라로 변형된 것은 아닐까?

흉년을 맞이한 애굽의 총리 요셉이 쌀을 백성들에게 줄 때 그냥 준 것이 아니라 공익사업을 벌인 것은 아닐까? 홍수 때 남아 도는 물을 모에라스 호수로 끌어들이기 위해 넓은 천연수로를 개발한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하여 하이집트의 홍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고, 홍수 수위가 예년보다 낮을 때를 대비하여 물을 저장하기 위하여 만든 것으로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수로를 직접적으로 나일강과 연결시키지는 않았다. 텔 엘 아마르나 남쪽에서 나일강과 갈라지는 천연수로를 이용하여 마지막 9㎞만 운하로 파서 수로를 만든 것이다.

이 수로는 오늘날에도 나일강과 나란히 200㎞ 흘러 카룬 호수에 이른다. 이 수로를 바르 유세프라고 하는 것이다. 이 수로가 이곳에 세워진 것은 요셉이 총리가 된 후 애굽을 다스리면서 운하를 건설하였기 때문에 이 운하에 요셉의 이름이 붙어 바흐르 유셉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가 있다.

김용규 목사
령천교회 중동 선교사
크리스찬 해피투어 성지플레너
성지가이드북[미츠라임에서 유프라테스까지]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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