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정준모 총회장과 비대위 3인 대화 전격 성사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임원회는 열리지 못해… 총회장과 비대위 서로 요구조건 나눠

▲정준모 총회장와 황규철 총무 등과 비대위 인사들이 대화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정준모 총회장와 황규철 총무 등과 비대위 인사들이 대화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30일 오후 7시로 예정됐던 예장합동(총회장 정준모 목사) 임원회 속회가 정족수 미달로 이뤄지지 못한 가운데, 정준모 총회장은 ‘총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전격적으로 대화에 나섰다.

정 총회장은 이 자리에서 비대위 해산과 실행위원회를 통한 총회 속회 결의가 진행된다면 총회를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정준모 총회장은 앞서 임원회를 폐회하면서 “대구에서 열린 제42회 전국장로연합회 참석 관계로 임원들이 불참해 속개하기로 했던 임원회는 폐회했다”며 “계속해서 임원회를 방해하는 세력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하고, 다음 임원회는 총회 임원회 석상에서 총회장을 폭행한 임원에 대하여(장로부총회장) 임원들이 직무정지 시키라는 안을 상정할 때 개최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날인 29일 임원회 석상에서 남상훈 장로부총회장이 총회 직원들이 있는 가운데 총회장을 향해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비공개로 열린 회의 장소 바깥에서는 고성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정 총회장은 장로부총회장이 자신에게 “총회장직을 내려놓으라”며 목을 잡고 비틀었다고 주장했으며, 목보호대를 착용한 채 회의에 참석했다.

비대위 회원들과의 대화는 임원회 폐회와 총회장의 이같은 선언 후 시작됐다. 정 총회장이 회의장 바깥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던 비대위 인사들을 불러들인 것. 대화는 임원회측에서 정 총회장과 황규철 총무, 최우식 부회록서기가, 비대위측에서는 서기 송용식 목사, 회계 진용훈 목사, 부회계 신규식 목사 등이 참석했다.

정준모 총회장 “파회 후 일련의 사태에 유감… 실행위 열어 결의시 속회 가능”

▲정준모 총회장과 황규철 총무(왼쪽부터)가 대화하고 있다. 정 총회장은 전치 3주 진단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웅 기자

▲정준모 총회장과 황규철 총무(왼쪽부터)가 대화하고 있다. 정 총회장은 전치 3주 진단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웅 기자

정준모 총회장은 먼저 “파회가 갑작스럽게 이뤄지고 비대위가 구성돼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목회에 전념하셔야 할 목회자들이 수고하시는 것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비대위가 주장하는 개혁의 목소리에 공감하나, 임의단체이고 헌법과 제도적 기능, 상비부 등 업무를 마비시키는 것은 마치 여러분들의 교회가 어려움을 당했을 때 당회와 제직회를 마비시켜놓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정 총회장은 “교단 개혁을 원하는 사람으로써, 비대위가 총회장과 총무 해임·탄핵만 외치고 정작 교단 내 비리 및 부정부패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며 “정준모와 황규철에 대한 해임과 탄핵만 외치는 교단 개혁은 개혁신학과 십자가의 방법이라 느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총회장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하고 하나되자는 ‘십자가의 용서의 복음’은 들리지 않고, 교단을 음해하고 오물을 투척하면서 교단을 흔드는 일부 세력이 비대위를 주동하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정준모 총회장은 이후 총회 속회 방안을 내놓았다. 파회 후 속회는 헌법에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지만, 모두의 열망을 담아 비대위를 해산하고 실행위원회를 열어 총회 속회를 허락받으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 총회장은 “법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요구조건도 제시했다. 총회장 유흥문제에 대한 조사위원회와 총무의 용역동원 및 총기류 소지 진상규명위원회에 대해 기꺼이 수용하면서, 당초 총회 안건이던 A목사(서울 S교회)의 각종 문제에 대한 조사위원회, B목사(대전 D교회)의 신학사상에 대한 조사위원회, C목사(대구 S교회) 의혹조사 처리위원회 등도 함께 받아달라고 했다.

이와 함께, 파회 사태 이후 일련의 반(反)총회 행위자 및 총회장 음해세력 조사처리위원회를 구성할 것과 전날 임원회에서 총회장을 폭행한 임원(장로부총회장)에 대한 교회법 및 사회법 조사 등 두 가지도 추가했다.

비대위측 “법 뿐 아니라 도덕과 윤리도 지켜야… 속회해 미진안건 처리하자”

▲비대위측 인사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비대위측 인사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비대위측은 총회장의 발언에 이해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너무 갑작스러웠던 파회가 사전 각본에 의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들은 “총회에서 총회장님이 사회도 나름대로 잘 보셨는데 갑자기 파회를 선언했고, 우리는 마음의 준비가 안돼 있었다”며 “가부도 묻고 축도도 했으면 이번 총회가 개혁 의지도 있고 참 아름답게 마무리됐을텐데, 너무 갑작스러워 각본에 의한 것 아니냐는 반응들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또 “계속 법을 말씀하시지만, 법과 함께 도덕과 윤리도 지켜야 하는 것인데 법만 이야기하니 분노가 생기는 것”이라며 “총대들이 좀더 낮아지고 겸손한 모습으로 비대위와 총회장 양쪽이 모두 윈윈하고, 파국을 막자”고 덧붙였다. 이들은 요구조건에 대해 “다른 조건들을 생각하지 않은 게 아니지만 ‘월권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였고, 그저 다시 속회해서 남은 안건들을 처리하고 폐회하자는 것”이라며 “비대위가 정치력이 없다고 평가절하하는데, 오히려 순수해서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대위의 의견에 황규철 총무는 “저는 직임에 연연하지 않지만, 총회 역사상 지난 4차례 속회시에는 모두 정회 상태였기 때문에 역사의 심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총회장은 총회의 대표인데, 흔들어서 얻을 수 있는 유익이 무엇인가”라고 했다. 최우식 부회록서기는 “양쪽 모두 총회 발전이라는 목적은 같은데 그 과정이 다를 뿐 아닌가” 라며 “사실 속회를 갈망하면서 요구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정준모 총회장은 자신의 추문을 거론하면서 “음해자의 일방적 자료일 뿐이고, 제가 등장하는 음성이나 영상은 나오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비대위 여러분들께서 총회를 흔들려는 ‘제3의 세력’ 실상을 아셔야 하고, 그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 비대위측은 “교단 분열은 일어나지 않도록 애쓸 것이고, 동기가 불순한 자들은 파악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고 있다”며 “비대위도 점점 강성화되고 폭행사태까지 일어나는 등 감정이 격화되고 있는데, 좀더 일찍 대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만시지탄의 마음”이라고 했다.

또 “저희는 총회장의 파회 선언이 일종의 실수이고, 실수 교정 차원에서 속회하자는 것”이라며 “노회장들이 모여 총회장의 요구사항을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비대위 신규식 목사는 대화 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모임은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고, 저희가 비대위 임원회에 이 사안들을 충분히 설명하겠다”며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정은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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