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없이 부모 잃은 中 아이들 사랑으로 돌보는 ‘울배기’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학원 부부의 연길 ‘사랑의 집’ 20년 기적의 이야기 담아

▲연길 사는 울배기.

▲연길 사는 울배기.

연길 사는 울배기
김학원 | 홍성사 | 288쪽 | 13,000원

“복음을 전할 수 없는 나라에도 사랑은 전할 수 있습니다.”

<연길 사는 울배기(홍성사)>는 김학원 원장이 20년째 운영중인 연변 조선족자치주 연길시 ‘사랑의 집(애심원)’ 이야기다. “엄마 품에 한 번이라도 안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세상을 원망하며 울고 또 울었던 울보가 또다른 울보들을 키우면서 겪은 이야기입니다.”

세 살 무렵 세상을 떠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 어려운 형편 때문에 남의 농사를 대신 지어주느라 바쁜 아버지, 돈은 없고 돌봐야 할 아이들은 많은 집을 견디지 못하고 금세 나가는 새어머니들, 행방불명된 큰형…. 결국 아버지와 두 형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김 원장은 그리움에 늘 울고 다녔다. 그래서 울배기다.

▲중국 &lsquo;사랑의 집&rsquo; 김학원 원장 부부. ⓒ출판사 제공

▲중국 ‘사랑의 집’ 김학원 원장 부부. ⓒ출판사 제공

강릉으로, 인천으로 옮겨 다니며 건강한 신체 하나 믿고 혼자 힘으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해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예수님을 만났다. 피나는 노력으로 장학금을 받고 다니던 고등학교 3학년 어느 날, ‘주님의 은혜’에 보답할 길을 찾다 ‘중공’에 가서 부모 없는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겁없이 서원했다.

그 서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어, ‘내 아이가 있으면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결혼하기도 전에 정관수술을 했다. 아내와 함께 운영하던 사업이 꾸준히 성장했지만,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1992년 3월 배편으로 중국엘 갔다. 당시나 지금이나 중국에서 개인이 고아원을 설립해 운영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도무지 허가가 나질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길시 민정국은 그에게 허가를 내주고 부지까지 제공했다.

책은 그렇게 시작해 지금은 6600평의 멋진 건물까지 들어선 애심원 여러 가족들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김 원장은 자신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며 가정을 잃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이고 입힐까 염려하기보다 어떻게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줄 것인지를 늘 생각하고 그들의 ‘아버지’를 자처하고 있다.

▲&lsquo;사랑의 집&rsquo; 지난 1996년 개원식 모습. ⓒ출판사 제공

▲‘사랑의 집’ 지난 1996년 개원식 모습. ⓒ출판사 제공

‘사랑의 집’ 가훈은 성실과 사랑이다. “언제나 아이들에게 성실하게 살라고,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며 살라고 가르칩니다.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도 없는데 왜 부모 없는 아이들을 대가 없이 돌보느냐’고 묻지요. 참 이상한 생각입니다. 아무 조건 없이 아이들에게 삶의 공간을 만들어 주고 부모가 되어줄 수는 없을까요?” 변변한 후원단체 하나 없는 ‘애심원’은 지금도 땅을 파는 일, 벽돌과 건축자재를 나르는 일, 장애아동을 돕는 일, 유아를 돌보는 일, 음식을 만드는 일 등을 감당할 봉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오랫동안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린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씨를 뿌릴 때면 즐겁지 않은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사랑의 집을 시작하고 10년, 15년, 이제 20년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지나온 날을 돌아보니 비로소 이해되는 듯 합니다. 사람을 기르는 일은 힘이 들지만, 반드시 기쁨으로 거둠을 수없이 체험했어요. 눈물로 씨를 뿌릴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눈물로 뿌리지 않으면 기쁨으로 거둘 수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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