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건축 이야기] 서인종합건축사사무소 최동규 대표
교회 건축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뾰족한 첨탑은 사라지고, 기능성·심미성을 고려한 교회들이 선보이며 한국 건축사에 한 획을 긋고 있다. 본지는 2013년을 맞아 교회 건축을 위해 밤낮 뛰어다니고 있는 관련 기업들을 탐방한다. 첫번째로 35년 동안 100여개 이상의 교회 건축설계를 진행한 서인건설 최동규 대표를 만났다.
-교회 건축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가요.
“1979년 서울싱잉커플즈합창단 시절, 같이 활동했던 소망교회 한 집사님이 교회 건축을 문의해와 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시 소망교회는 개척교회였으며, 저 역시 직원은 2명 뿐인 작은 사무실을 하고 있었지만, 곽선희 목사님께서 우리 회사를 선뜻 믿고 맡겨주셨습니다. 기도하면서 건축을 마무리하고, 그 이후 100개 이상의 교회를 건축하게 됐습니다.”
-시공한 교회 중 대표작으로 꼽는 교회가 있으신지요.
“소망교회는 첫사랑과 같습니다. 처음 건축한 교회이기도 했지만, 세월이 지나도 헐리지 않는 아름다운 교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고민하며 만들었던 곳입니다. 다행히 30년이 지났지만, 중간에 중축만 한 번 한 채 그 자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분당 예수소망교회는 소망교회가 10년간에 거쳐 했던 건축을 한꺼번에 했던 교회입니다. 당시 교회 건너편 아파트 단지에서 결성된 대책위원회가 ‘종탑을 세우지 말 것, 교육관은 뒤로 가게 할 것, 교회 모습은 최대한 배제할 것’ 등을 요구해 교회 상징성이 없는 건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건축 후 더 많은 이들이 교회를 찾았다고 들었습니다. 예수소망교회는 ‘공간의 구속과 해방’이라는 원칙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어떤 건물이든 아무리 인테리어가 잘 돼 있어도 오랫동안 있으면 답답함을 느껴 나가고 싶어합니다. 공간 사이즈만 다를 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칸막이로 구분돼 있는 것은 똑같습니다. 이에 예수소망교회는 타이타닉 영화를 보며 느낀 공간 해방을 염두하며 옥상에 별도 정원도 만들었던 것입니다.
양평에 위치한 모새골 성서연구소는 부지를 선택할 때부터 같이 다녔었습니다. 이곳은 겨울에도 햇볕이 전체 대지에 드는 곳입니다. 지형이 변화가 많고 높지만 최대한 훼손하지 않도록 했으며 도로도 경사 그대로 살려서 만들었습니다. 대지 가장 높은 곳에 교회를 지었으며 그 아래 숙소와 세미나실이 들어섰는데, 우리나라 전통 건축기법을 그대로 구현한 곳입니다. 3-40여명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교회는, 천장에 흔들리는 전등 대신 십자가 있는 쪽의 상부와 좌측 벽의 하부에서 빛이 들어오도록 했습니다. 하늘에서 들어오는 빛은 깨끗한 빛이요, 좌측 벽 하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연못을 반사하고 들어오는 빛이라 물에 씻겨 들어오는 빛으로 생각했습니다. 교회는 새벽기도 후 영감을 얻은 것을 바탕으로 만은 곳입니다.
약수동의 약수교회는 커피포트에서 모티브를 얻은 교회입니다. 커피포트는 조그맣지만 형태가 다양한데, 인간이 만든 건축물은 너무 수직화돼 있습니다. 그런 것에서 벗어나 건축하려고 했으며, 외관 뿐 아니라 종탑·장의자·게시판·시계·간판까지 모든 것을 개입해 만든 건물이라 더 애정이 많이 갑니다.
신촌성결교회는 작년 국민일보에서 교회건축문화대상 대상도 받은 건물입니다. 대지가 정사각형이 아닌데, 건축가 입장에서는 건물을 독특하게 만들 수 있기에 그런 지형이 더 좋습니다. 건물 뒤쪽에 본당까지 갈 수 있는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보통 교회들이 1층은 예배당과 상관없는 공간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처음 교회를 찾는 이들이 쉽게 본당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일산 한소망교회는 규모도 크지만 교회보다는 공항 대기실같은 느낌이 나는 건물입니다. 마치 공항 대기실처럼 층마다 밖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는 천국 가기 전 대기하는 공항을 형상화한 것으로, 각 층마다 넓은 계단을 이용해 이동이 쉽도록 했습니다. 예배 후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마치 폭포가 흘러 내려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뚫린 공간이기에 냉난방은 지열을 이용했으며, 목사실은 공항서 가장 중요한 관제탑처럼 건물에서 튀어나와 있습니다.”
-서인종합건축사무소의 건축 철학을 설명해주신다면.
“건축은 공간의 필요가 출발입니다. 멋 부리기 위해 필요 없는 공간을 지으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렇게 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필요한 기능을 생각하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고 싶은지, 또 어느 정도 면적이 필요한지 알아야 합니다.
우선 건축주를 도와 정확하게 필요한 용도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을 용(用)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이 쌓이면 몸(體)이 됩니다. 이삿짐을 차례대로 쌓는 것처럼 필요한 공간을 최적화되게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건축물이 고스란히 대중들에게 드러나기 때문에 미(美)를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용·체·미 이것이 건축설계시 고려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것들을 생각하기 이전에 더 근본적 질문은 ‘꼭 필요한 건물인가? 언제 지어야 하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건축을 준비하는 교회 목회자나 성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건축가에 대한 존중이 약합니다. 설계비에 대한 책정도 소홀합니다. 건축 설계한 전문가들을 인정해야 하고 그에 대한 존중은 더욱 필요한데, 귀동냥으로 들은 지식들로 말미암아 전문가 존중이 점점 희미해져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배가 산으로 가는 폐해가 발생합니다. 물론 교회 내적으로 적절한 인재들로 구성한 건축위원회는 필요합니다. 건축위 인재 구성에 따라 교회 성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35년째 교회설계를 진행하고 있는데, 사실 교회 설계는 상당히 피곤한 일입니다. 절차도 많으며, 상대방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교회라기보다는 헌법재판소와 같이, 실수에 대해 가혹할 정도입니다. 교회 입장에서는 비장한 각오로 건축에 임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겠지만, 번번이 견뎌야 하니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교회들이 건축가를 존중해주고, 성도들이 설계하는 기간이라도 목사님 못지 않게 존중해주면 좋겠습니다. 존중이 뒷받침된다면 건축가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최고의 교회를 건축하기 위해 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최동규 건축가는
한양대 건축공학과(1971년)와 한양대 산업대학원 건축과(1989년)를 졸업했다. 진아건축사 연구소와 공간연구소를 거쳐 1978년 종합건축사사무소 서인을 설립, 지금까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서울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교회 작품으로는 소망교회(1987년), 성도교회(1997년), 전주팔복교회(1998년), 광주침례교회(1998년),대구신광교회(1999년), 약수교회(2001년), 지명교회(2001년), 신반포교회(2002년), 일산한소망교회(2004년), 은평감리교회(2004년), 나사렛교회(2004년), 예수성안교회(2004년), 동부순복음교회, 영신교회(2006년), 양곡비전아트홀(2006), 밀알교회(2007), 신촌성결교회(2008), 양평복지교회수련관(2009), 일산금란교회(2009), 오천교회(200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