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이브앤컴퍼니’ 박영석 대표
창세기 요셉의 일대기를 담고 있는 세계적 명작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이하 요셉 어메이징)’가 45년 만에 한국에서 선보인다. 제작사인 ‘라이브앤컴퍼니(대표 박영석)’는 지난해 원작 제작사인 RUG와 라이센스를 맺고, 오는 2월 12일부터 4월 11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극을 올린다.
‘요셉 어메이징’은 형제들의 질투와 배신에 의해 이방 땅 ‘애굽’에 종으로 팔려갔으나 하나님의 꿈을 믿음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애굽의 재상이 되어 형제들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꿈의 사람’ 요셉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경적 내용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 감수성으로 스토리를 구성해, 전세계 기독교인들과 일반 대중으로부터 매우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을 작곡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와 극작가 팀 라이스(Tim Rice)가 협력해 1968년 발표한 작품으로, 정식 대형 뮤지컬로는 1982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있는 로열 씨어터에서 개막했다. 화려한 무대와 경쾌한 의상, 심금을 울리는 노래, 아이들의 맑은 합창이 관중을 압도하는 송스루(song through) 뮤지컬이다.
주인공 요셉 역에는 ‘발라드 황태자’ 조성모, 만능 배우 송창의, ‘부활’의 보컬 정동하,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이 캐스팅됐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스터(해설자) 역은 뮤지컬 배우 김선경, 최정원, 리사가 맡았다. 야곱 역은 뮤지컬 배우 이흥구, 부활의 전 보컬로 ‘사랑할수록’을 부른 가수 김재희가 차지했다. 파라오 역에는 ‘오페라의 유령’ 주연이었던 배우 김장섭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빌라도 역을 소화해냈던 이정용이 캐스팅됐고, SBS ‘붕어빵’에서 유명해진 이정용의 자녀 이믿음, 이마음 군도 동반 출연한다.
원작 제작사인 RUG와의 라이센스 체결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RUG는 오리지널 공연팀의 한국 투어를 조건으로 내걸었으나, 시장성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해외 뮤지컬의 라이센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절, 한국에서 무단 공연됐던 점도 문제삼았다. 과거 1994년 공식적인 절차와 허가 없이 세종문화회관에서 당대 최고 스타인 유열, 신효범 등이 주연을 맡아 공연됐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예술기획사 ‘컬럼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CAMI)’의 게리 멕베이 부회장은 라이브앤컴퍼니 박영석 대표의 작품에 대한 열정과 프로듀싱 능력을 높게 평가했고, 공연장소, 연출자 및 배우 명단 등 세부적인 사항을 모두 확인한 후 라이센스 체결을 승락했다.
서울 강남 신사동 라이브앤컴퍼니에서 박영석 대표를 만나 작품의 특징과 제작과정을 들었다. 박 대표는 100번도 넘게 봤다는 ‘요셉 어메이징’ 영상을 보여주며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작품을 소개했다. “하루에 4시간만 자고, 20시간은 오로지 작품 생각 뿐”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강한 열의가 느껴졌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작품에 담긴 메시지는 무엇인가.
“요셉은 아버지 야곱의 총애를 받지만, 형제들의 시기로 인해 이집트에 팔려간다. 하지만 이집트에서 재상이 된 요셉은 형제들을 용서하고 다시 받아들인다. 작품은 인간의 어두운 죄악의 끝과 인간이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끝과 끝의 강렬한 대비를 보여주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이다. 작품의 주요 메시지는 ‘모든 꿈은 이뤄진다’는 것이다. 과거 음악다방 DJ도 했었는데, 이 작품의 주제곡인 ‘Any Dream Will Do’가 큰 감동이 돼서 많이 들었었다. 어려운 시대에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이 작품을 꼭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 계약을 포기하지 않았다.”
-라이센스 체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는데….
“메이저 기획사들에서도 제안을 했었지만 모두가 거절당했다. RUG는 한국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다. 과거 라이센스 없이 한국에서 무단으로 공연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신뢰하지 않았다. 정식으로 제안했을 때는 조건을 붙였다. 호주나 미국의 프로덕션이 한국에 와서 공연을 하고, 그 다음에 라이센싱해서 한국 배우들로 공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출연자만 42명에 어린이 합창단 16명까지 포함, 총 58명이 출연하는 대작이다. 무대 시설도 웅장하고 의상도 화려하다. 인원과 소품을 한국에 들여와서 공연하는 것에 부담이 있으니 포기한 것이다. 투어나 펀딩 공연은 엄두가 안 나고, 라이센스를 해야 하는데, CAMI 게리 맥베이 부회장이 나에게 승락을 했다. 과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안정적으로 이끈 것에 큰 신뢰를 받은 것이다.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밥퍼’를 연출했던 김덕남 연출자, 설도윤 프로듀서, 서병구 안무, 양주인 음악감독 등 최강의 제작진들과 조성모, 송창의, 정동하, 임시완, 김선경, 최정원, 리사 외 수많은 출연 배우들의 작품에 대한 애착 때문에 이렇게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조성모 씨에게 요셉 역을 제안했을 때, ‘제가 어떻게 감히 요셉님을’이라는 답이 돌아왔었는데, 참 고마웠다. 임시완 씨도 일본 공연과 음반 발매 등 매우 바쁜 스케줄이 잡혀있었다. 정동하 씨는 ‘불후의 명곡’ 스타답게 뮤지컬 출연은 살인적인 일정 속에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송창의 씨도 현재 드라마 출연으로 인해 연습에 참여하기 어렵지만, 드라마 녹화 현장에서 뮤지컬 영상과 대본을 가지고 연습할 만큼 열정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일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기적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 감상의 주안점은 무엇인가.
“전 배우들의 앙상블(조화)이다. 특히 요셉의 형제들의 배역이 굉장히 중요하다. 저는 이 작품에서 주연은 요셉도, 캐스터도 아니고, 바로 형제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엄청난 앙상블을 만들어내고 있다. 연습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앙상블이 정말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또 송스루 뮤지컬로 노래 속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가수들을 주연에 캐스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들이 꿈과 사랑과 평화를 합창하는 것도 정말 환상적이다.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았는데, 연령에 상관없이 전 가족이 와서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에 큰 감동을 받게 된 이유가 있는가.
“나도 바닥까지 갔던 적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님 뜻에 따라 삼성에 입사해 안정적인 삶을 살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가 없었다. 학창시절부터 음악만 듣고 살아왔기에 음악PD가 무척 되고 싶었다. 엠넷에 입사해서 PD생활을 시작했는데, 밤낮없이 일했다. 방송 때문에 첫 아이 낳을 때도 아내와 함께 있지 못했다. 후에 회사를 설립해 수많은 뮤지컬과 공연을 해왔는데, 큰 손실이 난 적이 몇 번 있었다. 집은 경매에 넘어갔고, 집사람 몰래 아이 돌반지까지 팔았던 적도 있다. 대표로서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책임이다. 내 가정이 있듯이 직원들의 가정도 있고 그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책임져야 했다. 아내는 ‘암흑’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터널이 있으면 빛도 있을 거야’라고 말했다. 고난은 3년간 지속됐다. 지금 다시 일어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하나님의 은혜며 계획이라고 여긴다.”
-마지막으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듣고 싶다.
“진정성을 가지고 작품을 대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이 작품을 허락하신 것 같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는 표적과 부활이 나오지 않는다. 원작자가 예수를 한 인간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에 대한 기독교계의 반발이 심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철저하게 성서의 이야기를 따르고 있다. 성서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뮤지컬을 통해 성서의 메시지를 알 수 있고, 자연스럽게 전도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돈을 벌려고 이 작품을 올린 게 아니다. 이 작품은 나의 꿈이며 열정이다. 궁극의 사랑을 이룩했던 요셉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 고통당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꿈과 위안, 그리고 믿음을 주고자 한다. 특히 모든 기독교인들이 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소원이다. 목사님들과 성도님들이 큰 관심과 사랑을 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교회를 위해서도 노력해 나갈 것이다.”
박 대표는 기자에게 원작 영상을 보여줬다. 주인공이 잔잔하면서도 밝게 주제곡인 ‘Any Dream Will Do’를 부르는 모습과, 소녀들이 합창하는 모습, 전 배우들의 살아있는 앙상블에서 강한 전율이 느껴졌다. 가정마저도 파괴된 삭막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형제를 용서하고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내용이기에,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면 그 의미가 더욱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