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밀턴의 자리에 서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3): 존 밀턴의 <실락원>을 중심으로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영남신대 외래교수).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영남신대 외래교수).

밀턴의 잃어버린 낙원, 에덴동산은 헤글리에 있다. 헤글리는 잉글랜드 중북부 공업도시 버밍검에서 서남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으며, 이 동산의 넓은 자연공원이 헤글리 파크이다. 헤글리 파크는 전세계 유명한 공원조경사들이 평생 반드시 한번은 찾아온다는 명소 중의 명소로, 해발 150-250m 사이의 산 중턱에 조성된 영국 최초의 자연공원이다.

내가 <실락원>의 무대를 찾아 여행했던 때는 문학을 통하여 구원을 꿈꾸며 공부하던 시절이었다. 학생들은 <실락원>의 시들을 골라 암기하였고, 그 속에 감추인 보화들을 캐내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은 신앙적·철학적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당시 우리가 작품의 무대를 찾아 외국여행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던 것을 지금까지도 참으로 은총이라 생각하고 있다.

영국 여행길에서 잉글랜드 중부의 공업도시 버밍엄을 방문하던 날, 그곳에서 나는 서남쪽으로 잠시 달려 헤글리 공원으로 갔다. 18세기 초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공원의 조경은 참으로 아름답고 훌륭하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 정원 디자이너들이 그들의 이상향으로 꿈꾸는 동산이다.

산 언덕 주위에는 폭포가 있고, 골짜기로는 시냇물이 흘러간다. 얕은 산 언덕 둘레는 모두 푸른 잔디밭이다. 눈이 닿는 곳 모두가 푸른 초원이다. 숲 속의 갖가지 고목들 사이로 다람쥐와 오소리, 산토끼등 각종 짐승들이 쏘다닌다. 그 산 언덕에 서서 저 아래를 내려다 보면 전형적인 영국의 전원 풍경들이 펼쳐진다.

헤글리 파크의 언덕에는 <밀턴의 자리>라 불리는 의자가 놓여있다. 기록에 의하면 헤글리홀 주인이 공원 조경을 시작할 당시, 유명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 그들 조언자 중에는 바로 밀턴의 실낙원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묘사에서 영감을 얻어 헤글리 공원의 조경을 도운 사람도 있었다 한다. 후일 헤글리홀 주인 리틀턴 경은 이를 기념하여 밀턴의 자리를 만들었다.

밀턴이 <실락원>에서 묘사한 그의 에덴은 이러하다.
These are the glorious works, Parent of God,
Almighty thine this universal frame,
Thus wondrous fair, thyself how wondrous then!
(전능하신 하나님, 이것이 당신의 영광스러운 작품들이니
이렇게 놀라웁도록 아름다운 세상의 형체는 당신 자신이옵니다.)

나는 그날 밀턴의 자리에 서서 나의 언어로 하나님께 이야기를 하였다. “오 전능하신 하나님,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나에게 주셨으니 이 세상을 통하여 나는 당신을 봅니다. 여기 이 자리가 바로 나의 낙원입니다. 하나님의 선하심과 위대하심을 말하는 지금 이 순간에 나는 낙원에 있음입니다.” 그 여행 이 후 나는 매우 가까이 밀턴의 시를 즐기게 되었다. 지금도 운동을 하다가 샷을 날리고 그린을 밟고 나아갈 때, 그리고 밟고 온 길을 뒤돌아보았을 때 헤글리 파크처럼 아름다운 동산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아마 여러분도 그러하리라. 이른 새벽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을 보았을 때, 미소하는 아침의 향연에 초대되었을 때 이 시를 떠올리리라.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볼 수는 없어도, 우리 영혼의 기쁜 노래 소리로 인하여 우리는 서 있는 그 자리가 낙원인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다시 살아갈 낙원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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