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앤앨바이오, 자가성체줄기세포 치료 기술 전 세계 우위 선점
루게릭, 치매, 파킨스병, 뇌성마비, 척수손상 등 뇌신경계질환은 물론 당뇨부족궤양, 퇴행성 관절염, 류마티스, 다발성경화증, 고엽제후유증까지 현대 의료기술로 치료가 어려운 질병에 걸린 이들이, 주사만 맞아도 회복된다면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실제로 이렇게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내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자신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불치병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연구를 통해 소개되고 있으며, 실제 회복된 사람도 여러 명 있다. 자신의 지방에서 추출된 줄기세포를 활성화시킨 뒤 그 줄기세포가 주사를 통해 다시 몸 속에 들어가기만 했을 뿐인데 말이다. 이에 ‘도대체 줄기세포가 무엇인가?’란 궁금증이 든다.
‘줄기세포’라는 단어는 1999년 황우석 박사의 복제젖소 ‘영롱이’ 성공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대중들에게 소개됐다. 이후 2002년 인간복제를 통한 영생과 외계인이 인간의 시초라는 것을 믿는 라엘리안 무브먼트는 한국인 대리모를 통해 복제아기 이브가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다. 이들의 실험 성공 진위 여부를 떠나, 여성의 난자를 통해 얻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윤리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02년 당시 황우석 박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리모 자궁 이식 후 높은 비율의 유산, 장기의 기형, 면역 결핍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에, 대리모에서 태어나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동물도 이러한데 하물며 사람은 더 하지 않겠느냐”며 인간복제는 사회적 범죄행위로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이뤄져서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종교계와 시민단체는 2004-2005년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배양’ 연구에 대해 인간복제에 다가선 것이 아니냐며 깊은 우려를 표명하게 된다. 황우석 박사는 사람의 미수정 난자와 체세포를 이용해 난치병 치료를 위한 환자 맞춤형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내겠다고 했으나, 종교계는 배아줄기세포가 치료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쓰여 자궁에 배아를 착상시키면 복제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과 배아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생명체인 배아를 파괴하는 생명경시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 실험과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난자를 구하기 위해 상업행위가 이뤄질 것을 지적했다.
이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2005, 2006년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배양 논문 조작 및 난자 매매 문제는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며,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치달았다. 논문 조작은 배아줄기세포 연구로 불치병과 난치병에서 벗어나고자 염원하던 이들에게는 더욱 절망적인 소식이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던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 위상 역시 급추락했다.
배아줄기세포와는 달리 성체줄기세포는 동물실험을 통해 사람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됐다. 특히 알앤엘바이오는 2006년 사람 복부에서 얻은 지방중간엽줄기세포의 분리배양법을 표준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생산센터 구축을 통해 지방줄기세포의 상용화 기틀을 마련했다. 우리 몸에서 지방조직을 떼어내 줄기세포로 배양한 뒤 손상된 조직과 장기의 세포를 재생시키는 자가지방성체줄기세포 치료는 면역 거부반응이나 발암 가능성 등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줄기세포 산업은 초기 단계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줄기세포 치료제들이 엄청난 경쟁 속에 개발 중이다.
다음은 줄기세포 및 알앤엘바이오 연구에 대한 궁금증을 Q&A 형식으로 풀어봤다.
-줄기세포란?
“조직으로 분화되기 이전의 미분화된 세포를 줄기세포(stem cell)라고 한다. 아직 운명이 결정되지 않은 세포이기에 적절한 조건을 맞춰주면 뇌, 뼈, 심장, 근육 등 다양한 신체 조직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상처 난 부위가 시간이 지나며 새 살이 돋고, 독감에 걸리면 후각 신경세포의 기능이 정지돼 냄새를 맡지 못하다 감기를 나은 후 다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 등은 줄기세포가 재생된 결과다. 그러나 줄기세포는 조직이나 장기에 소량으로 존재한다. 또 나이가 들거나 환경요인에 따라 줄기세포 생성 숫자가 감소해 성인병이 발생할 수 있고, 상처가 나도 쉽게 아물지 않는다. 줄기세포는 각종 조직과 장기들을 유지, 관리하고 재생시킨다.
줄기세포는 출생 후부터 몸에 있는 여러 종류의 조직에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s)’와 생명의 시초가 되는 수정란에서 유래하는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s)’로 나뉜다. 성체줄기세포는 완전한 인간의 몸에 존재하는 것으로 필요한 때 필요한 조직의 세포로 분화하게 하는 미분화상태의 세포를 말한다. 제대혈, 골수, 지방 등 이미 성장한 신체조직에서 추출해 내기에 안전성과 윤리성에 문제가 없다. 성체 줄기세포는 실제 의학에서 필요로 하는 장기 재생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식된 후 각 장기의 특성에 맞게 분화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1999년 지방조직에 줄기세포가 있다는 것이 발견됐으며 초기는 미용 목적으로 많이 사용됐다.
수정한 지 14일이 안 된 배아기의 세포인 ‘배아줄기세포’는 인체를 이루는 모든 세포와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기 때문에 ‘만능세포’로 불린다. 그러나 장차 태아로 자라는 생명의 씨앗이라는 측면으로 여러 조직이나 장기를 만들 수 있는 간세포를 얻기 위해 배아를 이용하는 것은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는 반대여론이 거세다. 또 연구 과정 속에서 조절이 어려워 암세포화될 수 있다는 치명적 문제점이 있다.
이외 과학자들이 개발한 ‘역분화줄기세포(iPS:induced Pluripotent Stem cell)’와 ‘직접전환세포(Direct Conversion)’가 있다. 역분화줄기세포는 완전히 자란 체세포에서 세포분화 관련 유전자를 지닌 조작된 유전자를 주입해 배아줄기세포와 같이 세포 생성 초기의 만능세포 단계로 되돌아간 세포다. 일본 교토대학 야마나카 신야 교수팀이 성인의 피부세포로 역분화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해 2012년 노벨생리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키는 유전자 변형과정에서 암 발병 우려가 있으며,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았다.
직접전환세포는 인간의 피부세포를 줄기세포로 역분화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신경세포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2011년 사이언스 데일리에 따르면 스웨덴 룬드 대학의 말린 파르마르 박사가 피부의 결합조직 세포인 섬유아세포에 있는 3개 유전자의 전사인자를 과발현시켜 신경세포로 직접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면역 거부 반응의 우려가 없고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지만, 기초 연구 단계 수준이기에 많은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줄기세포에 대한 국내 규제는?
“약사법에서 의약품으로 규제해 임상시험을 거쳐 품목허가를 취득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의 채취·보관·시술에 관한 법률이 없으며, 자가성체줄기세포 치료제 사용 관련 법 완화를 놓고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심재철 의원(새누리당)과 변재일 의원(민주당)은 2009년과 2010년 각각 약사법 개정안을 통해 자가유래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임상시험 자료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하도록 하자고 제안했지만 의사협회, 병원협회, 제약협회의 반대로 통과되지 않았다.
2011년 9월, 친박연대 소속 정하균 의원의 대표발의로 ‘줄기세포 등의 관리 및 이식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며, 이후 몇 차례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됐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2012년 8월 줄기세포 이식을 일본이나 중국같이 의약품이 아닌 의료행위로 규정토록 하자는 내용이 담긴 같은 법안 그대로 양승조 의원(민주당·충남 천안 갑)이 대표 발의했으나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제대로 논의가 안됐다.
국내에서 수혈, 골수이식, 장기이식, 자가혈관, 체외수정은 의료기술로 인정돼 의사의 판단으로 병원에서 시술할 수 있다. 자가줄기세포도 추출해 바로 이식하는 것은 의료기술로 인정되지만, 자가줄기세포를 배양할 경우 의약품으로 보기에 3차에 걸친 임상시험도 거쳐야 한다. 임상 시험은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을 확인하는 1단계, 약물 효능 확인 위주의 2단계,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 확증시험인 3단계를 모두 거치는 데 최소 7년이 걸린다. 이처럼 허가되기까지 10년 가까이 소요되다 보니 희귀 난치병 환자들이 의사 시술이 가능한 일본과 중국에서 맞고 있다. 알앤엘바이오는 국내에서 배양된 줄기세포를 ‘보관’하고 있다가 환자가 시술을 원하면 해외 협력병원으로 안내해 투여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각 나라들의 줄기세포 치료 규제.
“줄기세포 치료가 의약품과 치료의 경계선에 있어 각 나라마다 규제가 다르다. 의약품으로 볼 경우 화학합성의약품처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치료로 볼 경우 의사의 판단에 따라 시술이 가능하다.
미국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의약품으로 보기 때문에 임상을 거쳐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최근 확장적 사용(Expanded Access)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임상시험 중이거나 임상을 진행할 수 없는 치료제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안전성이 입증되면 이를 다른 환자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있다. 이에 텍사스는 주법상 줄기세포 시술이 가능하다. 외과의사인 스탠리 존스가 알앤엘바이오의 줄기세포 시술을 받고 자가면역성 관절염을 고친 후 자신의 고객인 텍사스 주지사 릭 페리에게 청원해 관계당국의 감독 아래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토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반면 일본과 중국은 의사의 판단하에 줄기세포 시술이 가능하다. 유럽은 의약품으로 규제는 하지만, Hospital Exemption 제도를 통해 병원에서 전문적인 판단하에 자가 줄기세포를 환자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 있다.”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 기술 수준, 어느 정도일까?
“현재 줄기세포시장은 한국, 미국, 일본이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는 상황으로, 올해 세계시장은 약 3조원 규모이며, 2015년 6조원대로 내다보고 있다. 전반적인 줄기세포 연구는 미국과 일본이 앞장서고 있으며, 시장 규모도 훨씬 크다. 그러나 성체줄기세포, 특히 자기 지방 조직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난치병 치료에 이용하는 자가지방성체줄기세포 기술은 한국이 독보적이다. 이 분야는 외국보다 2년 앞서 있다.
현재 효능이 검증된 치료제는 전 세계적으로 다섯 개에 불과하며, 국내서 허가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는 3개나 된다. 에프씨비파미셀의 급성 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 그램-AMI’, 메디포스트의 관절염과 무릎연골 손상 치료제 ‘카티스템’, 안트로젠의 크론병 치료제 ‘큐피스템’으로, 모두 국내 기업이 만든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환자의 골수와 제대혈에서 뽑아낸 줄기세포를 심장병·관절염 환자 본인에게 직접 주입하거나 신생아 탯줄에서 나온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관절염 치료제다. 이외 현재 7개 업체가 15개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알앤엘바이오는 환자 몸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증식한 후 당사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다. 아직은 당국으로부터 허가받은 줄기세포 치료제가 없지만, 다리가 썩어 들어가 부득이하게 절단해야 하는 당뇨병성 족부 궤양를 포함한 버거씨병 치료제와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가 임상 2상까지, 척수손상 치료제는 임상 1상까지 마친 상태다. 임상 3상까지 마친 후 의약품으로 허가받기 위해서는 6개월~2년이 더 필요하다. 최근 태반줄기세포 연구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알앤엘바이오가 보유하고 있는 줄기세포 기술은?
“알앤엘바이오는 소량의 지방조직에서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한 후 수천 배로 증식하고 활성화시키는 배양 기술을 개발했다. 줄기세포만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할 뿐만 아니라 능력이 오히려 증강돼 노인의 줄기세포가 젊은이처럼 건강해진다. 치료에 쓰일 때까지 줄기세포은행에 장기간 보관도 가능하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대개 인체의 아픈 부위에 직접 투여하지만 정맥 내 투여로 줄기세포가 아픈 부위를 스스로 찾아가 치료하는 것이 알앤엘바이오의 방식이다. 게다가 줄기세포는 배양하는 과정에서 크기가 커져 자칫하면 혈관을 막을 수 있으나, 알앤엘의 줄기세포는 안전하게 주사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또 얼마 전에는 국제 학술지 뉴로사이언스 리서치 저널에 자가지방줄기세포로 노인의 인지기능과 신체활력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노령의 동물에 사람의 지방줄기세포를 투여한 뒤 인지기능 및 신체활력을 비교해 줄기세포가 작용하는 기전을 밝혀낸 것으로, 노화로 인해 뇌기능이 저하된 경우 자신의 지방줄기세포로 뇌세포 재생을 통한 노화방지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현재 알앤엘바이오는 총 37편의 줄기세포 관련 논문을 발표했으며, 조만간 추가로 투고할 논문이 7편이나 된다. 단일연구기관으로는 임상 시험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한 곳으로 뽑히기도 했다. 특허는 국내외에서 39건을 보유하고 있다. 보건당국의 허가와 실용화가 남은 과제다.”
-비용은?
“줄기세포 시술 한 번이 최소 500만원이다. 자가지방줄기세포 5g 정도를 추출해 배양한 후 10년간 보관하는 데는 350만 원 가량 들며 100회 정도 사용할 수 있다. 태반줄기세포는 20년 보관에 165만원이다.
알앤엘바이오는 연간 500억-7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개발비와 연구비와 많이 들어 아직은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 알앤엘바이오측은 국내 시술이 가능해지면 대중화돼 국내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을 것이기에, 빠른 시일 내 개발비가 회수돼 시술비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5년 후면 의료보험도 적용돼 현재 5분의 1가격으로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현재 베데스다 생명재단을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100여명이 무료 치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