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칼럼] 만나와 메추라기의 역사를 보여준 신 광야

오유진 기자  yjoh@chtoday.co.kr   |  

신 광야는 엘림을 떠난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내산 가기 전에 지나간 지역이다. 출 16:1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이 엘림에서 떠나 시내 산 사이에 있는 신 광야에 이르니 애굽에서 나온 후 둘째 달 십오일이라” 말씀에서 언급하고 있는 신 광야는 히브리어로 ‘미드바르 씬’으로, 가데스 바네야가 있는 미드바르 친 광야와는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 성경에서는 둘 다 똑같이 ‘신 광야’로 표현되어 혼동을 주고 있다. 친 광야는 에돔 옆에 그리고 약속의 땅 가나안 지역의 남쪽에 있는 광야를 말하며, 신 광야는 시내 산에 가기 전에 통과한 광야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 여정 때 지나간 광야는 에담 광야, 수르 광야, 씬 광야, 시내 광야, 바란 광야, 친 광야가 있다. 신 광야는 엘림과 시내 산 사이에 있으며, 이스라엘 자손이 르비딤에 도착하기 전에 있었던 곳이다(출 17:1). 신 광야는 광범위한 지역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명칭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신 광야의 정확한 위치는 추정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견해에 따르면 오늘날 와디 타이베에서 동쪽으로 이르는 산악 도로를 통과하여 시나이 반도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뻗어 있는 황량한 구릉 지대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이곳에 도착하는 데 꼭 1개월이 소요되었다. 따라서 아무리 많은 양식을 가지고 나왔다 할지라도 이 때쯤 거의 떨어진 상태였을 것이다. 양식이 떨어지자 그들은 지도자인 모세와 아론을 향하여 원망하기 시작하였고, 하나님께서 면하게 하신 애굽에서의 노예 생활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믿음이 없는 자들은 항상 과거지향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과거에만 집착하는 것은 불신앙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곳이 바로 신 광야이다. 이스라엘의 광야 여정은 정말 인내를 요구하는 고난의 길이다. 그러나 고난은 우리들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 겸손하게 만드는 좋은 약이며, 하나님을 의지하는 지렛대의 구실을 한다.

고난에 능숙한 사람은 그만큼 자기 부족을 절실히 깨닫게 되며,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내적 의지가 강해진다. 그러나 때로 고난은 우리들을 좌절의 함정으로 이끄는 모티브가 된다. 신 광야에서 양식이 떨어졌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의 원망은 우리들에게 많은 점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 인간들의 나약하고 간교한 심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난 중에 있는 자가 고난을 인내하지 못할 때 오히려 하나님을 원망하는 악한 사단의 세력에 동조하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신 광야에서 절망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해결해주는 만나와 메추라기의 역사가 있었던 곳이 바로 신 광야이다.

메추라기는 히브리어로 셀라우라고 하는데 꿩과에 속하는 새로서, 몸 길이는 약 18cm 정도이며 털은 다갈색이고 흑색의 반점이 있다. 이 메추라기는 작은 철새로서 3-4월경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동하는데, 시내 반도와 팔레스틴은 그 통로가 된다. 이 새는 날개가 짧으므로 계절풍을 이용하여 대군의 떼를 이루어 날아 이동한다. 이 지역을 통과하는 메추라기는 살이 쪄 둔중하므로, 시내 반도 및 애굽에서는 손으로 메추라기를 잡을 수가 있다. 그리고 9월에는 반대로 대군을 이루어 북에서 남쪽으로 이동한다. 특히 가을 메추라기는 별미로 알려져 있다. 이 새는 둥지를 지면에 만들고 평균 16개의 알을 낳아 키우는데, 알은 식용으로 쓰인다. 다윗왕은 사울 왕에게 쫓기는 자신을 메추라기에 비유하기도 하였다(삼상 26:20).

그리고 히브리어 셀라우는 비만을 뜻한다. 신 광야에서 음식물이 부족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이 불평 원망하고 있을 때 하늘로부터 비같이 내린 양식이 만나라고 한다(출 16:4). 그런데 실제로 시나이 반도의 건조 지대에서는 만나와 비슷한 음식이 존재하고 있다. 위성류 나무에 기생하는 깍지벌레가 있는데 ‘만’은 이 곤충의 분비물을 가르키는 말이라고 한다. 6월이 되면 깍지벌레는 탄수화물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위성류 나무의 수액을 빨아, 일부는 애벌레에게 주고 나머지는 가지 위에 방울 모양으로 뱉어 놓는다. 이 분비물은 건조한 기후 탓에 물기가 빠져 금방 결정체가 되어 땅에 떨어지는데, 매우 달고 쫀득쫀득하여 먹을 수가 있다. 성경에서는 만나가 고수풀씨 같이 희었고 맛은 벌꿀과자 같았다고 하였다(출 16:31). 고수풀은 미나리과에 속하는 일년생 식물로 1-3mm 크기의 씨는 옅은 회색이다. 실제 만나는 흰색, 갈색, 노르스름한 색(민 11:8) 등 다양하다. 그리고 만나 성분을 화학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펙틴을 지닌 세 가지 기본 당으로 짜여 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가 넘쳐나는 이스라엘 공동체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인 만나를 서로 많이 거두겠다고 욕심 부리는 사람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은혜는 어느 한 개인에게 축적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는 곳이 신 광야이며, 적게 거둔 자나 많이 거둔 자나 자신이 만족할 만큼의 일용한 양식이 되었다는 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다음날까지 남겨 놓은 자의 만나를 썩게 하심으로, 내일의 삶을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는 자들을 하나님은 단호하게 배척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산업 사회에서 풍족한 물질문명을 향유하고 있지만, 함께 나누어 먹어야 할 양식을 독식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이 사회의 모습을 통하여 우리는 내일의 일을 하나님께 맡기고 함께 더불어 사는 그리스도의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곳이, 바로 만나와 메추라기의 역사를 보여준 신 광야다.

김용규 목사
령천교회 중동 선교사
크리스찬 해피투어 중동 선교사
성지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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