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도 다 지나고 따뜻한 봄이 왔건만, 아직도 추위를 잘 타며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갑고 하복부에 냉기를 느끼거나 찬바람이 솔솔 들어온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행히 겨울이 지나면서 고통과 불편은 많이 줄었지만, 몸은 아직도 지난 겨울의 기억을 잊지 못합니다. 추위를 느끼지 않을 만한 온도에서도 신체의 특정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심한 냉기를 느끼는 증상을 냉증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유독 손과 발이 시리거나 차가운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수족냉증이라고 합니다.
손발이 차가운 것이 주된 증상이지만 때로는 무릎이 시리거나 아랫배, 허리 등 다양한 신체 부위에서 냉기를 느끼기도 하는데, 여름에도 양말을 신어야 잠을 잘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손목터널 증후군이나 레이노이드 증후군, 류마티스성 질환이나 추간판 탈출증, 말초신경염, 갑상선 기능 저하증, 혈관 질환이나 약물 부작용 등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원인 질병을 치료함으로써 증상이 개선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더욱 많습니다.
이처럼 원인이 불분명한 대부분의 수족냉증은 기혈순환장애로 인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지럼증이나 두통, 소화불량이나 생리통, 생리불순, 빈혈, 저혈압 등의 등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한의학에서는 체질과 증상에 따라서 혈허, 기허, 비허, 신양허 등으로 구분하여 치료하는데, 수십 년 동안 고생한 수족냉증도 뜻밖에 좋은 치료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불임여성들 중에는 하복부의 냉증이나 수족냉증을 동반한 경우가 많은데, 냉증 치료 후 임신에 성공한 사례는 한의사라면 누구나 적잖은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수족냉증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추위에 대한 고통은 말할 것도 없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소극적이 되기 쉽습니다. 악수나 가벼운 스킨십 같은 신체접촉에 있어서도 자신의 차가운 손이 상대의 신체에 닿을 때, 이로 인해 마음마저 차가운 사람이거나 냉정한 사람이라는 오해를 사지 않을까 하며 마음을 졸이기도 합니다. 옛말에 손발이 차가운 사람은 마음이 따뜻하다고 하는데, 수족냉증을 개선하는 데 방해요인이 될 수도 있는 그러한 괜한 걱정은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개 꼼꼼하고 예민하고 셈세하며, 긴장을 잘 하는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잘 나타나므로, 평소 긴장을 풀고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복식호흡나 심신이완요법 등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냉증이나 수족냉증은 단순히 국소적인 부위에 한정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나, 다른 신체질병의 외적 표현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가까운 한의원에 가셔서 전문가와 상담하시고 따뜻한 몸과 마음으로 건강하고 활기찬 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헬스메카한의원 원장 권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