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발견부터 성장 단계까지… 교회에서 다양한 기회 제공
‘나는 가수다’, ‘보이스코리아’, ‘슈퍼스타K’, ‘K팝스타’ 등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 대중이 열광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 비해 그 인기가 한풀 꺾이기는 했으나, 여전히 매년 새 시즌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있으며, 대중의 관심도도 높은 편이다.
노래에 대한 청년들의 순수한 열정과 도전정신은 대중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지역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참가자들은, 경연을 통해 자신들의 끼를 발산한다. 단지 노래를 부르는 것 외에는 지역, 학력, 직업, 종교 등 어떠한 자격조건도 필요치 않다.
그런데 두각을 나타내는 참가자들 중에는 크리스천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나가수’ 열풍을 일으켰던 김범수, 박정현부터 작년에 ‘나가수2’에서 가수왕을 차지한 소향, ‘K팝스타1’ 우승자 박지민, 3위를 차지한 백아연, 그리고 최근에는 ‘K팝스타2’의 ‘악동뮤지션’, 맥케이 킴 등이 있다.
부친이 목사인 박정현은 가스펠 음악에 심취해 GBC(Gospel Broadcast Company) 가스펠 싱어 컨테스트(Gospel Singer Contest) 대상 입상 후 1993년 가스펠 앨범 ‘Crying Inside Dying Inside’라는 앨범을 발표했었다.
CCM가수로도 유명한 소향도 올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CCM 가수들의 재능을 세상에 알리고, 하나님 나라의 지경을 넓힌다는 특별한 사명을 갖고 ‘나가수’에 도전했다.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꿈과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었다.
K팝스타2 우승자 ‘악동뮤지션’의 이찬혁, 이수현 남매는 선교사 부모와 함께 몽골 초원에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오디션에 응모했다고 한다. 찬혁 군은 정규적 음악교육을 받지 못해 악보도 읽지 못하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작곡을 한다고 한다.
멕케이 킴도 방송에서 “어머니는 내가 교회에서 솔로로 노래하길 원하셨다. 나는 내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머니는 남들과 다른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것이라며 격려해 주셨다. 어머니의 음악적 재능이 내게 전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었다.
과연 기독교와 음악적 재능 발현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총신대 교회음악과 유상훈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를 거쳐 성장하면서 찬양팀에서 체계적으로 훈련받는 것이, 음악적 재능 발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교회가 아니면 체계적·집중적으로 음악 훈련을 받고 사람들 앞에 서서 노래하는 기회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완성된 찬양을 부르기 위해 지휘자의 지도하에 매주 연습을 거듭하는 것이 실력으로 조금씩 쌓여간다는 설명이다.
교회는 아이가 어렸을 때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관심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유 교수는 “학창시절 음악선생님이 ‘성악 한번 해 보라’고 해서 음악가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이 많다. 성가대, 찬양팀 하면서 주위에서 ‘너 목소리 좋다’, ‘노래 잘 한다’는 소리 들으면서 자신의 재능을 인지하고 음악가의 꿈을 키워가는 것이다. 부모의 희망에 따라 처음에는 봉사의 목적으로 성가대에 서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음악이 좋아져 전공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장신대 교회음악대학원장 이명신 교수는 “교회의 찬양 환경이 아이의 무의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태아는 모태에서부터 엄마의 찬양소리를 듣고, 정신적·육체적인 자극을 받는다”며 “백지상태인 아이의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는 음악 파장들은 이후에 아이의 음악적 접근성을 강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는 음악적 파장들은 아이 자신도 모르게 밖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이는 아이에게 굉장한 자신감을 부여하고, 이 자신감은 치열한 오디션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자심감은 끊임없는 열정을 불어넣는데, 이 열정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일반음악대학의 통계를 살펴봐도 과반 수 이상이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가톨릭 음악엔 없는, 자유로움과 자기고백적 성격
가톨릭에서도 체계적으로 성가대를 양성하는 등 다양한 음악적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관계자는 “성당마다 청년 성가대가 있어 합창과 공연활동을 하고 있으며, 동시대적인 생활성가도 만들어 부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기독교와 천주교 음악의 차이는 무엇이며, 기독교 음악의 어떤 특성이 청년들의 음악적 재능 발현에 도움을 주는 것일까?
이명신 교수는 “천주교의 성가는 집전의 예식 안에 들어 있는 성격이 강한 반면, 기독교는 자기고백적인 성격의 음악들이 반을 넘는다. 교회의 여러 형태와 종류, 그리고 자기 고백적인 음악들은 청년들이 자유롭고,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천주교도 생활성가가 있지만 기독교에 비해 발전하지 못했고, 분위기도 다르다. 다윗과 같이 뛰고 춤추며 찬양할 수 있는 교회의 분위기는 청년들의 음악적 재능 발현에 크게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휫셔뮤직의 유지연 대표는 재능(talent)과 은사(gift)의 성경적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유 대표는 “재능은 믿음이 있든지 없든지 하나님께서 피조물인 인간에게 모두 주신 것이지만, 은사는 하나님을 믿는 백성이 하나님 나라의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하늘에서 내려 준 것”이라며 “하나님을 믿지 않아도 주어진 재능을 갈고 닦아 최고가 된 사람들도 있지만, 주어진 재능에 은사까지 더하면 더욱 빛나는 삶을 살게 된다”고 전했다.
유 대표는 풍성한 영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찬양에는 하나님의 임재가 있기 때문에, 찬양을 부르며 알게 모르게 우리의 영혼이 성장하게 되고, 그것이 음악에서 드러나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풍부한 영성은 더 깊은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마커스의 심종호 찬양인도자는 “진정한 치유와 회복은 하나님 안에서만 일어난다. 크리스천 음악가들만이 이 세상에 ‘힐링’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외칠 수 있다. 크리스천 음악인들의 마음 안에 이미 위로와 치유에 대한 소망이 있기 때문에, 세상 가운데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으로도 교회가 서양의 음악들을 많이 소개하며 선진 음악문화를 이끌어 왔었다”며 “교회 음악은 탄탄한 기초를 갖추고 있고 다양하기 때문에, 청년들이 이러한 음악을 접하면 후에 음악적 재능을 발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크리스천 예술인들은 음악 뿐 아니라, 미술, 조각, 춤, 뮤지컬 등 예술계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예배의 진행을 위해 체계적으로 훈련되는 음악 외에는 아직까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소명의식을 가지고 정진하는 크리스천 예술인들이 많고, 교회 문화도 개선되고 있어 점차 발전하고 있다.
구여혜 한국미술인선교회 전 대표는 “예술인들 중에 크리스천이 많은 것은, 개인의 명예나 성취보다는 하나님께서 주신 문화소명을 감당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미술의 경우는 종교개혁 이후 우상숭배처럼 취급되어 암흑기가 있기도 했지만, 최근 대형교회 위주로 미술인들이 모임을 갖고 활동하고 있으며, 교인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