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칼럼] 에시온게벨로 추정되는 ‘파라오의 섬’

오상아 기자  greaterjoy@naver.com   |  

성지순례의 클라이막스로 알려진 시내산 등정을 한 후, 피곤하여 모두가 잠든 시간에 이집트의 투어를 마치고 이스라엘로 입국한다. 그러다 보니 그 여정에서도 중요한 곳이 있는데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타바로 가는 여정에 ‘에시온게벨(Ezion-Geber)’로 추정되는 ‘게지라트 엘 파라윤’이라는 섬, 즉 ‘파라오의 섬’이라고 알려진 작은 산호섬이 있다. 성경에 ‘에시온게벨’은 ‘이스라엘 백성이 아브로나에서 떠나 신 광야에 있는 가데스를 가기 전에 지나간 곳’이라고 민수기 33장 35~36절에 기록되어 있다. 에시온게벨은 에돔 땅을 떠난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라바를 지나 모압 광야길로 갈 때에 지나간 곳으로, 에일랏과 같이 신명기 2장 8절에 기록되어 있다. 에돔 땅이었던 이곳은 다윗 왕이 정복하고 난 후에 솔로몬이 항구로 개발하여 이용하였다(왕상 9:26).

이곳에서 북쪽으로 약 25km 지점에는 팀나 구리 광산이 있다. 솔로몬은 이곳에서 두로 왕 히람이 보낸 배와 선박 경영 능력이 뛰어난 선원들과 같이 상선대를 조직·운영하여, 아라비아의 오빌까지 무역을 함으로써 이스라엘을 당시 이 지역 최대 부국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아마 스바 여왕도 이곳을 통하여 이스라엘로 입국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정이 가능하다. 그후 남왕국 여호사밧도 상선대를 다시 조직하고 해상 무역을 활성화하려고 하였으나, 상선들이 에시온게벨에서 파선되어 실패하였다(왕상 22:47~49).

일부 학자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데스 바네야에서 정탐꾼들의 보고를 듣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식자 광야 길로 돌이키려고 했을 때, 세렛 시내를 건너기까지 이 주변 지역에서 살다가 요단 동편 광야 길로 북상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에시온게벨의 지리적 위치는 성경의 기록을 통하여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이다. 성경의 기록을 살펴보면 에시온게벨은 에일랏의 근방에 있으며, 아브로나와 가데스 사이에 있어야 하고, 가까이에는 욧바다가 있고, 항구이기 때문에 유일한 바다인 아카바 홍해를 면하여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은 에시온게벨은 요르단의 텔엘카레이파라고 추정하여 왔었다. 그런데 이곳이 만약 ‘에시온게벨’이었다면 발견되어야 할, 솔로몬 시대의 유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처럼 텔엘칼레이파에서 유적이 발견되지 않아, 일부 학자들은 시나이 반도와 불과 3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바로의 섬을 주목하게 됐다. 이 섬은 타바 국경에서 남쪽으로 약 11km 떨어져 있으며, 길이가 약 400m가 되는 조그마한 섬이다. 북쪽에는 성채가 있고, 시내 반도와 마주 보이는 서쪽에는 조그마한 항구가 있는데,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으나 가끔은 크루즈를 위한 돛단배 모양의 배가 정박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북쪽 언덕에 있는 성채는 비잔틴시대의 주거지 위에 십자군들이 건축을 시작한 것으로, 후에 아랍의 장군 살라딘이 증축을 하였다. 그리고 이 요새는 오스만 터키 제국 시절에 홍해의 해상 교통을 보호하기 위하여 증축되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솔로몬이 에시온게벨을 개발할 적에 두로 왕 히람이 유능한 선원들을 보냈다는 사실이다. 두로도 항구의 입지는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두로는 바로 앞에 있는 해안가에 방파제를 쌓아서 인위적인 항구를 만들고 운용함으로써, 강력한 해상왕국을 만들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솔로몬 시대에 이곳에 온 두로 사람들도 바로의 섬과 시나이 반도가 연결되는 방파제를 쌓아 항구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1967년 육일전쟁 결과 이스라엘은 시나이 반도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스라엘이 시나이 반도를 점령하자 해양 고고학자들이 이곳에 관심을 가지고 탐사하였다. 그들의 해저 발굴 결과 방파제의 흔적과 토기류도 발견되었다. 대부분의 토기류들은 후기 로마시대와 비잔틴 시대의 것이지만, 일부는 철기1시대, 즉 솔로몬 시대의 것이었다. 그리고 성곽을 건설한 기초가 솔로몬 시대의 것으로 추정됨으로써, 점점 이곳이 ‘에시온게벨라’는 학자들의 지지를 많이 얻게 되었다. 이러한 내용을 알고서 이곳을 보고, 사진을 찍고, 성경 기록의 사실성을 증명하는 기회를 갖는다면 더 좋은 성지순례가 될 것이다.

 
 

김용규 목사
령천교회 중동 선교사
크리스찬 해피투어 중동 선교사
성지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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