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눈으로 본 적도 없는 것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8): 존 밀턴의 <실낙원>을 중심으로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영남신대 외래교수).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영남신대 외래교수).

눈으로 본 적도 없는 것을 말하게 하라(I may see and tell of things invisival, to mortal sight)

혹시 그대 밀턴처럼 자신의 내면을 밝혀줄 빛을 찾는가. 정신적 또는 모든 내면의 능력을 밝혀줄 빛이, 광명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인가. 뿐만 아니라 눈이 밝은 사람도 볼 수 없는 좀더 깊은 진리를 당신이 밝히기를 원하는가. 그렇다. 우리는 그 빛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분께 호소하고 간구한다. 그래서 밀턴의 <실낙원> 제3권은, 다른 어떤 책보다도 당신 속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인지 모르겠다.

시를 쓸 당시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밀턴의 개인적 내면의 슬픔을 보라.

눈이 밝은 새는
어둠이 찾아와야 노래를 하고, 그늘이 깊은
숲 속에 숨어서 밤의 가락을 노래하는것과 같다.
이처럼 해마다 시절은 돌아오지만 나에게는
돌아오지 않느니, 해도 또 저녁
아침의 아리따운 방문도 찾을 길 없고 또 꽃피는
봄 경치도 여름의 장미도 또 양떼며 소 떼들도
고상한 인간의 얼굴도 없다. 오직 그 대신에
구름과 가실 줄 모르는 암흑이 나를 둘러싸…

그리고 빛을 갈구하는 시인의 절규를 들으라.

그렇다면 더욱 더 차라리 그대 하늘의 빛이여
안으로 비치라. 마음의 온 능력을 샅샅이
밝히라 거기에 눈을 심고 안개란 안개는
여기서 깨끗이 일소하여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을 내가 보고 또 말하게 하라.

지난 구정 때 우리 부부는 새로 부임하신 목사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목사님 가족은 바로 구정 이틀 전 우리 교회로 이사를 왔고, 명절이라 분주한 때여서 우리에게 모실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우리 집은 어머니 장로님이 하늘나라로 가시고 하나 뿐인 아들 가족이 외국에 살고 있어, 명절이라도 특별한 날이 아닌지 꽤 되었다. 이번 구정은 목사님 댁의 두 아이도 함께하게 되어 가족이 많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왜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들려 드리는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마련해 놓으신 것은 우리가 눈으로 보지도 못하고, 귀로 듣지도 못하고, 마음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들이라(고전 2:9)”. 이 말씀이 그날 가정예배 때 목사님이 주신 메시지였다.

그렇다. 그동안 많이도 읽고 많이도 들어온 이 말씀이 그날 내 가슴에 빛으로 꼽힌 것을 나누려는 것이다.

No eyes have seen, no ears have heard, no mind has concieved
what God has prepared for those whom he loves.

사도 바울의 고백이다. 그날 이후 이 말씀은 늘 영혼 안에서 빛이 내포하는 감각과 관련이 되어 항상 투명하고 항상 역동적인 시로 내 안에 다시 태어난다.

이 빛에 내 영혼은 마치 공기처럼 감응한다. 공기야말로 빛의 감각에 가장 잘 어울리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결국 이 감응은 이제까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감격과 감사로 하나님께 반응할 것이고, 그분과의 친밀함에서 오는 내밀한 기쁨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의 생명을 자극할 것임을 알고 있다. 그로 인해 하나님은 나로 하여금 생명 풍요의 최상위 단계 시간을 향유하도록 하실 것이기에….

그렇다. 공기처럼 빛남, 공기처럼 투명함, 공기처럼 움직이는…, 바로 이런 요소들을 나는 빛으로 인식한다. 빛 자체이신 하나님 안에 있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늘 품고 있는 것도 빛을 인식하는 내 나름의 방식과 무관하지 않고, 이 방식은 <실낙원>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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