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다가 아니더라… 고난도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 있는 ‘아일랜드 리조트’ 골프장.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이곳은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TV 드라마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던 클럽하우스를 비롯해 푸른 잔디와 빌라 등 휴식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자주 “대한민국 국격을 드높이는 아일랜드 리조트”라 부를 정도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물이 하나 있다. 건물 주위로 물이 흘러, 마치 바위 위에 배가 떠 있는 듯한 형상의 이 건물은 다름 아닌 ‘교회’다.
‘아일랜드 방주교회’라 이름 붙은 이 교회에선 아일랜드 리조트 권오영 회장(60)을 비롯한 약 150명의 임·직원들이 매주 주일예배를 드린다. 주중에도 집회가 있고, 시간의 제한 없이 누구나 와서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골프장에 왜 교회가 있을까. 권 회장에게 이 교회는 골프장보다 더 소중하다. “제 꿈은 골프장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닙니다. 돈은 이미 많이 벌어봤어요. 전 이곳을 하나님을 위해 쓰고 싶습니다. 그러자면 교회가 있는 게 당연하니, 교회부터 지은 거죠.”
세계적 건축가 故 이타미 준이 건축한 아일랜드 방주교회
‘한국의 랭커스터’ 기독교 성(聖)극장 건립 최종 목표
교회를 향한 그의 애정은 이렇게 남다르다. 그는 교회 부지를 골프장 내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정했고, 설계는 한국인으로 세계적 건축가가 된 재일교포 2세 故 이타미 준(1937∼2011, 한국명 유동룡)에게 맡겼다. 아일랜드 방주교회가 그의 유작이다. 권 회장에게 이 교회는 결국 꿈을 이루기 위한 일종의 ‘전초기지’와 같다. 그가 지난 2007년 아일랜드 리조트를 조성할 때부터 마음에 품었던 바로 그 꿈, 바로 세계적 기독교 문화선교지를 만드는 일이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랭커스터에는 기독교 성(聖)극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하는 기독교 뮤지컬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예요. 뮤지컬 규모도 어마어마하고.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죠. 제 꿈은 바로 아일랜드 리조트를 ‘한국의 랭커스터’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독교가 가진 무궁무진한 스토리, 곧 복음의 진수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그가 꿈꾸는 성극장은 5천 좌석 및 부대시설을 갖춘 첨단 멀티플렉스 뮤지컬 공연장으로, 입장객이 연 150만여명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성극장은 대부도를 세계적인 복음과 기독교 도시로 성장시킬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국외 관광객 유치에도 큰 영향을 미쳐 안산시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권 회장은 기대하고 있다.
신앙의 가문, 모든 사업 이전에 교회부터 건립
대기업과의 오랜 갈등 속에서도 신앙으로 극복
‘사업가’인 권 회장은 왜 자신의 골프장에 교회를 짓고, 또 리조트에 ‘성극장’까지 만들겠다는 꿈을 꾸게 됐을까. 어릴 때부터 크리스천 가정에서 자란 그는 사실 그저 그런 신앙인이었다. 하나님을 위해 살겠다는 다짐 같은 건 없었고 사업에 성공해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젊은 날을 보냈다. 권 회장은 레미콘 사업을 하던 30대 시절, 남들은 한평생 쥐어보지도 못할 큰 돈을 벌기도 했다. “자고 나면 돈이 수북이 쌓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니, 가히 그 액수가 엄청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돈을 벌어보니 돈이 다가 아니더군요. 행복해지지 않았습니다. 집도 사고 좋은 차도 굴리며 남부럽지 않게 모든 걸 다 해보았는데, 결국 남은 건 ‘마음의 병’ 뿐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스스로에게 물었던 거죠.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돈으로 되는 게 아니라면 대체 무엇으로…. 이제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요. 하나님이라는 걸.”
권 회장은 골프장 사업을 하는 지금도 힘들 때면 매일같이 클럽하우스 지하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한다. 기도는 그에게 있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자 원동력이다. 얼마 전 골프장 문제로 모 대기업과 갈등을 겪었을 때도, 그는 신앙으로 이겨냈다.
아일랜드 리조트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뒀던 대기업측의 제안으로 50대 50의 균등한 협력관계를 맺었으나, 얼마 되지 않아 대기업측이 아일랜드 리조트를 완전히 인수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끝내 시도가 무산되자 대기업측은 권 회장을 배임·횡령 등으로 고소했고, 오랜 재판 끝에 권 회장은 대부분의 혐의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남들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했지만 그에겐 “하나님과 함께한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그대로 입증됐다.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욥기 42장 5절 말씀입니다. 욥이 심한 고난을 당한 후 하나님께 드린 고백이지요. 고난도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이 아닐까 해요. 고난을 통해 하나님을 더 의지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 ‘믿음의 성장’으로 이어지니까요. 제 두 아들들도 돈이 많을 때보다 지금 오히려 더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감사해요. 사실 리조트 안에 교회를 짓겠다고 했을 때 반대가 많았죠. 하지만 전 확신했습니다. 아일랜드 방주교회로 인해 아일랜드 리조트가 더 크게 될 것이라고. 지금도 그 확신은 변함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