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영혼의 어두운 밤>
지난 주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리나라 국적기의 사고로 2명의 꽃다운 중국인 여고생이 목숨을 잃고 많은 사람들이 부상당하는 고통을 겪었다.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주기 위해, ‘육신의 고통’과 ‘영혼의 어두운 밤’에 대해 이야기한 두 권의 책을 함께 소개한다.
◈‘두려움과 절망과 외로움’ 이기는 것은 ‘믿음·소망·사랑’
고통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댄 G. 매카트니 | 서용일 역 | P&R | 167쪽 | 10,000원
‘하나님은 왜 (그리스도인에게) 고통을 허용하시는가?’
<고통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다>는 모든 시대의 문제이자, 모든 사람이 묻는 이 질문에 답하려는 책이다. <성경해석학(IVP)>을 쓴 저자인 댄 G. 매카트니(Dan G. McCartney)는 먼저 이 질문의 ‘당위성’에 대해 증명을 시도한다.
책의 첫 문장은 이것이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예수님마저도 이렇게 부르짖으셨다는 뜻.
저자는 “이런 질문은 자연스럽고, 사실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라며 “신자와 불신자 모두가 이런 고통에 직면해 있지만, 그러나 하나님의 선하시며 전능하심을 믿는 그리스도인에게는 아주 특별하고 본질적인 질문”이라고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고통의 의미’가 세상 앞에서 기독교를 변증하기 위해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자기 자신에게조차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고, 고통은 개인적이기 때문에 이런 질문은 심리적으로도 회피할 수 없다는 것.
저자는 성경이 고통에 대한 모든 질문들에 대해 항상 명확한 해답을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성경은 매우 빈번하게 고통에 대한 답을 주고, 고통의 의미를 우리에게 보여 주며, 하나님이 고통을 특별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계심을 말한다. 성경은 ‘고통에 대한 책’이며, 고통에 대한 성경의 대답들은 절대 간단하지 않지만 그 대답들은 우리가 자신의 고통에 대해 관찰하며 하나님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도록 돕는다고 전한다.
책은 창세기 3장을 중심으로 ‘모든 사람에게 고통이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살피고, 욥기를 통해서는 ‘불의한 고통’에 대해, 베드로전서를 중심으로는 ‘왜 그리스도인에게 고통이 있는가’를 각각 알아보고 있다. 이후 저자는 “그리스도인은 고통을 당하도록 부름받았다”며 고통을 하나의 ‘소명’이라 말하고,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어두워지도록 부름을 받은 것이 아니라 복음의 기쁨으로 고통 속에서도 그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고통당하는 그리스도인’을 위해 시편을 제시하며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두려움과 절망과 외로움을 이기는 것은 믿음과 소망과 사랑(고전 13장)이다. 믿음이 두려움을 정복하고(시 13·27편), 소망이 절망을 사라지게 하며(시 22·42편), 사랑으로 외로움을 극복할(시 73·131) 수 있다.
“고통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 고통에 대한 대답은 종종 우리가 당장 그 순간에는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하나님의 섭리는 항상 역사하고 있다는 약속(롬 8:28)을 붙들고 기다려야 합니다. 이는 항상 받아들이기 쉬운 것은 아닙니다. … 하나님이 고통을 보내실 때, 당신은 하나님이 당신을 버리셨다고, 학대한다고 느끼며, 고통은 말 그대로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 말씀의 조명 아래서만 당신은 모든 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영혼의 어두운 밤’은 영적 성장의 신호, ‘영적 단맛 중독증’ 벗어나야
영혼의 어두운 밤
주명수 | CLC | 368쪽 | 15,000원
<할렐루야 변호사(두란노)>의 저자 주명수 목사는 16세기 스페인 수도사·신학자인 십자가의 요한을 통해 보는 ‘영혼의 어두운 밤’에 대해 탐구했다. ‘하나님 부재체험’과 비슷한 이 ‘영혼의 어두운 밤’은 테레사 수녀의 ‘신(神)의 부재’ 고백으로 잘 알려졌다.
<영혼의 어두운 밤>은 현대 개혁주의 교회가 ‘감각의 메마름’을 퇴보로 비난하고 있지만, 대다수 그리스도인들이 그 영적 여정에서 경험하는 감각적 메마름은 오히려 영적 성장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현대 개혁주의 교회가 ‘영적 단맛 중독증-하나님께서 영혼에게 단맛만을 주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한다.
‘감각적(sensory) 메마름’과 ‘정신적(spiritual) 비참함’을 분별할 수 있다면, 감각적 메마름과 정신적 비참함 속에서 영적인 어두운 밤을 걸어가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영적 성장을 기대하면서 그 밤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영혼의 감각적 국면은 오감과 육체와 감각적 욕구들을, 정신적 국면은 지성, 기억, 그리고 의지를 각각 포괄한다. 이 두 국면은 모두 하나님을 향해야 하는데, 감각과 정신이 어두운 밤을 통과하면서 영혼은 하나님을 향하게 된다는 것이 십자가의 요한이 이야기하려는 바이다. 하지만 그가 이원론자는 아니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결국 하나님께서 우리 영혼을 성장시키기 위해 감각적 메마름과 정신적 비참함을 사용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하나님의 은혜로 여겨야 한다는 것.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감각적 메마름과 정신적 비참함은 신앙생활을 잘못해 하나님으로부터 거절당한 것이 아니다”며 “이를 영적 성장을 위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 짙은 어두움 속에서 한 줄기 빛을 경험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제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이를 적용시킨다. 잘 나가던 사업이 갑자기 파산하거나 갑작스럽게 말기암 선고를 받고, 사랑의 위기를 맞아 이혼의 아픔을 겪는 등 ‘어두운 밤’은 일상생활 속에 가까이 있고 일터에서 평범하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양한 형태의 어두운 밤의 공통적 특징은 바로 ‘고통’이다. 고통을 통해 영혼은 자신의 비참함을 깨닫고 동시에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인식한다. 이 때 영혼에게는 영적 성장이 일어난다.
교회나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질적 성장을 동반하지 않은 급격한 양적 성장에 따른 부작용, ‘예수님 마케팅’, 담임목사 교체에 따른 불화, 문화적 충돌, 목회자의 리더십 부재에 따른 불협화음, 목회자의 영적 미숙과 윤리적 결점 등으로 인한 교회 공동체의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정신의 수동적 어두운 밤’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좋은 신호로 받아들이고, 하나님께서 교회 공동체를 성장시키려는 계획 아래 있음을 믿고 적용할 수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같은 ‘영혼의 어두운 밤’을 하나의 ‘영성 전통’으로 받아들이고, 하나님께서 영적 성장을 위해 주신 축복의 기회로 삼자고 제안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성도들을 교회 안에만 머물게 하지 말고 삶의 현장, 현실생활 속에서 하나님을 경험하도록 훈련시키며, 균형 잡힌 영성지도자를 양성하고, 교회 공동체 외의 ‘조직체’에 오는 어두운 밤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