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선교’ 떠나는 여름, ‘땅밟기’ 고민해야 할 때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선교 전문가들 “공격적 모습 지양해야… 용어 개선도 방법”

여름이 되면서 많은 교회들이 ‘해외 단기 선교’를 계획하고 있다. 이 선교는 아직 복음이 널리 전해지지 않은 나라에 짧게는 3~4일, 길게는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머물며 다양한 방법으로 현지인들로 하여금 복음을 접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은 소위 ‘땅밟기’라 불리는 기도 사역을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다. ‘복음의 불모지’를 직접 ‘밟으며’ 기도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 확장에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흔히 기독교인들은 성경 ‘여호수아(1:3, 6:2~5)’ 등에 나타난 하나님 말씀을 근거로, 땅밟기를 성경적 선교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일부 ‘땅밟기’가, 특히 타종교에 대해 다소 공격적인 형태를 띠면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실제 몇 해 전 이 ‘땅밟기’ 관련 한 동영상이 인터넷이 유포돼 사회적인 파장을 낳은 적이 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성경적·신앙적 재고를 요청하는 주장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장훈태 교수(백석대 언론선교학)는 땅밟기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을 당시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땅밟기 기도는 정복주의적·승리주의적 발상으로 기독교 선교에 방해가 된다”며 “교회가 단기 선교팀을 통해 하는 땅밟기 기도는 민간신앙적인 혼합주의가 내포된 것이다. 기독교인이 하나님의 창조론을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땅밟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낸 바 있다.

장 교수는 “사실 성경에서 땅을 밟으면서 여리고성을 돌라고 한 것은 하나님의 직접적인 명령에 순종한 것”이라며 “이외에 성경 어디에도 영적 전쟁을 위해 땅을 밟고 기도를 하라는 말씀은 찾아볼 수 없다.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땅밟기는 자기 충족과 유익을 위한 것일 뿐, 선교 현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성욱 교수(총신대 선교학)도 “성경의 구속사에 나타난 역사적 사건을 21세기에 그대로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며 “선교 이론 중에는 땅밟기 기도를 신사도운동과 연관시켜 설명하는 것도 있어 땅밟기라는 용어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성경적인 배경이 배제된 공격적인 모습은 분명 지양해야 할 대상”이라고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선교한국파트너스 상임위원장인 한철호 선교사 역시 “올 여름에도 많은 단기여행팀들이 선교지를 방문하면서 소위 말하는 ‘땅밟기’를 하게 될 것”이라며 “그들의 기도하는 행위나 그와 더불어 일어나는 압도적인 행위를 의로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도가 능력이 아니라, 그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이 능력”이라고 당부했다.

노윤식 교수(성결대 선교학)는 기존 땅밟기라는 용어가 다소 거부감을 유발한다며, 용어 개선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일반에게 부정적 함의로 인식되었던 땅밟기 기도를, 일반에게 편안함과 함께함의 의미를 주는 ‘동행 기도’ 등으로 용어를 변경하면 기독교 선교의 호전적이고 배타적인 면모를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교수는 땅밟기의 본질까지 부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땅밟기 기도는 영적 전쟁 중 하나의 선교 전략으로 악한 영의 세력, 즉 마귀의 세력을 물리치고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이 땅에 이루려는 성경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며 “그 기도는 어둠, 사망, 저주, 질병, 악한 세력에 대적하여 빛, 생명, 축복, 평강, 선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선교 전략으로서 지속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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