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이브에게 바치는 유혹 세레나데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11) 존 밀턴의 <실낙원>을 중심으로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온갖 복을 누리고 있는 것을 사탄이 처음 보았을 때, 격정과 실망에 사로잡힌 사탄은 잠든 이브의 꿈길을 찾아와 속삭인다.

그대 이브여 무슨 잠이뇨.
지금은 즐거운 때
서늘하고 고요하고,
다만 밤 꾀꼬리가 침묵을 깨뜨리고
이제 일어나서 참으로 아리따운 사랑에
애타는 노래를 부르오.
지금 달은 차서 군림하고
더욱 즐거운 빛으로 만물의 얼굴을
어렴풋이 꾸미오.
아무도 안 본다면 허사로다
하늘은 온갖 눈을 떠 깨니
그대밖에 누구를 보려 함이뇨.
그것이 자연의 소원이로다
그대를 보자 만물이 기뻐하며
그대 아름다움이 눈에 어리어 황홀히 정신 잃고 바라보도다

당신은 혹시 아담의 노래와 사탄의 세레나데가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가. 아름다운 때와 우는 새, 아리따운 달빛, 또 빛나는 별 등을 배경으로 하여 이브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한다는 점에서, 갈은 사랑의 연가로 들리는가.

이브 역시 꿈 속의 이 속삭임을 아담의 노래로 생각한다. 아담이 자기를 부르고 있다고 생각한 이브는, 그를 찾아 이 길 또 저 길을 헤메다 금단의 지혜의 나무 앞에 이르게 된다. 금단의 나무는 이브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나무다. 이브는 황홀해 하면서 이렇게 외친다.

그 순간 이브는 자신의 곁에 가까이 서 있는 한 사람을 발견한다. 그는 이슬 같은 머리 타래를 하고 하늘나라의 향기를 뿜으며 이브 곁에 서서 나무를 바라보더니 역시 이렇게 외친다.

“오오 아름다운 나무여, 열매가 지나치게 맺혔거늘”

그리고 이어 나무의 짐을 더는 것도 단 맛을 보는 것도 신이 나, 사람에게 허락지 않음을 불평한다.

이다지도 지혜를 멸시하는가
아니면 시기인가. 아니면 무엇을 감추었기에 맛 보기를 금하는가
누가 금하든 그대 제공하는 이 선을 이미 거부할 수는 없도다.

이렇게 말하고는 곧장 모험의 팔을 뻗어 열매를 따서 먹는다. 그 사람의 너무나 대담한 모험심에 압도당한 이브는 자신도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소름이 끼친다. 금단의 열매를 따 먹은 그 사람은 기쁨에 넘쳐 이렇게 소리친다.

오 신성한 과일이여 , 홀로 맛이 들었기에
이렇게 따 보니 그 맛 더욱 달도다 신에게만 맞는 것이기에
금단이라고 보이지마는 사람도 신(神)다울 수 있을진저.
그러니 사람을 신으로 삼아 무엇이 거리끼리오
선을 넓히면 넓힐수록 더욱 풍부해지고 행한 자에게
손해가 없고 더욱 영예롭지 않으오

이처럼 사탄도 자기를 광명의 천사로 가장한다. 감미로운 향기를 사방에 퍼뜨리며, 인간도 신다울 수 있음을 내세워 이브를 유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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