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악은 어디에 자리를 펴는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13): 존 밀턴의 <실낙원>을 중심으로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영남신대 외래교수).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영남신대 외래교수).

땅에 갇히지 말고 신(神)들 속에서 스스로  여신이 되라. 때때로 공중에, 때로는 하늘에 올라 거기 신들의 생활을 보라. 당신도 이제부터 신들처럼 살 수 있다. 이렇게 유혹하는 말로 사탄은 이브에게 가까이 온다. 그리고 자신이 딴 열매의 반쪽을 그 입에 넣어 준다.

자 행복의 창조물, 아름다운 천사 이브여
그대도 함께할 진저 그리하면 그대는
더욱 행복해지리라.

Here happy creature, fair angelic Eve.
Partake thou also happy though thou art
Happier thou may.

이브는 그 유쾌하고 달콤한 향기에 갑자기 식욕이 왕성해진다. 그리고 사탄과 함께 구름까지 날아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 보고 너무나 황홀한 정경에 넋을 빼앗겨 버린다. 무한히 펼쳐나간 대지의 넓고 다채로운 광경, 이브는 자신이 그처럼 높이 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그리고 자신의 변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인간은 이렇게 이브처럼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이다. 이브는 지금 꿈 속에서의 일을 말하고 있지만 우리 실제 삶에는 많은 유혹의 손길이 뻗쳐 온다. 이런 경우를 위해서라고 할까…, 밀턴은 아담을 통해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길을 보여 준다. 아담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그러한 악몽은 악에서 솟아나온 듯, 그런데 악은
어디서 왔는가. 순수한 찬조인 그대에게
머무를 리 없도다. 그러나 알찌어다 영혼 속엔
낮은 능력이 많이 있어 이성을 주장으로
섬기도다 그 중에서도 상상이 다음으로
직분을 맡도다. 눈 맑고 오감이 나타내는
모든 바깥 물건 중에서 그대는
꼭두 모양인 상상을 만들어 내면 이성은
이들을 합치고 또 헤치어 우리가 수긍하거나
또는 부인하여 지식이니 의견이니 하고
일컫는 것을 모두다 구성하는 것이요

이처럼 선이나 악이나 사람의 마음 속에 오락가락할지라도, 우리가 수용하거나 시인하지 않으면 절대로 그 악은 우리 영혼을 해치지 못한다는 것을 밀턴은 얘기하고 있다. 시인되지 않는 악은 어떤 허물도 티도 남기지 않는다.

우리는 제4권에서 이브는 아담에게 절대적 사랑을 노래하였던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을 만들고 자신을 지배하는 아담을 그녀가 어떻게 사랑하는지, 오직 하나님은 아담의 율법이요 아담은 자신의 율법임을 고백하면서 그 이상의 것을 알려고 하지 않은 이브였다. 그러나 결국 이브는 아담보다 사탄의 말을 더 깊이 듣고 선악의 열매를 따먹고 만다.

이브의 선택에 대하여 실낙원 제5권 하반부에 밀턴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한 자발적인 복종이야말로 하나님을 섬기는 첩경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스스로 유혹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유혹에 의한 어떤 악도 인간의 내면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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