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일 잘해도 동성애 반대하면 직장서 해고?

LA=김나래 기자  newspaper@chtoday.co.kr   |  
▲크레이그 제임스.
▲크레이그 제임스.

프로 풋볼 선수였으며 상원의원에도 출마했던 크레이그 제임스 씨가, 동성결혼에 대한 과거 발언으로 인해 폭스 스포츠 채널 해설자에서 해고됐다.

그는 2012년 텍사스 주에서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하던 중 한 토론회에 나섰고, 그 자리에서 “동성 간 시민결합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텍사스는 주 헌법으로 동성결혼을 금지하며, 시민결합(civil union)이나 동거(domestic partnership)하는 이들에게도 혜택을 금지한다.

제임스 씨 해고 사건은 세 가지 측면에서 미국 사회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첫째는 미국의 대표적 보수 언론인 폭스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보수적 인물을 해고했다는 점이다. 폭스가 주요 채널에서 동성결혼에 공공연한 반대해온 언론이란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비교적 이데올로기 성향이 적으며 시청률에 좌지우지되는 스포츠 채널에서는, 폭스 역시 반동성애를 매우 껄끄러운 요소로 보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두번째는 해고 사유가 그의 스포츠 방송과는 전혀 무관한, 종교적 신념 때문이란 점이다. 제임스 씨는 “나는 24년간 스포츠 해설 방송을 하면서 개인적 배경과 신념에 관계없이 동료들의 존경을 받아 왔다. 방송 일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고, 서로 다른 신념을 관용해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나는 단 한 번도 방송에서 나의 신앙에 관해 말한 적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직업적 전문성에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그 신앙과 신념이 반동성애적이라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실로 충격적이다.

지난 8월 폭스 스포츠가 제임스 씨의 직업적 전문성을 높이 사며 그를 고용했던 사실과 비교해 보면 더욱 놀랄 일이다. 미국의 유명 기독대학 중 하나인 남감리회대학(Southern Methodist University)의 스타 선수이며 뉴잉글랜드 패트리엇에서 프로로 뛴 그는 CBS, ABC, ESPN 등에서도 해설위원을 맡은 바 있다.

세번째는 그가 과거에 한 발언들이 회자되며 그를 공격하는 데에 의도적으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루이 기글리오 목사도 오바마 대통령 제2기 취임식에서 축도를 맡았으나, 십수 년 전의 반동성애 설교가 이슈가 되어 사퇴한 적이 있었다. 제임스 씨는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텍사스 주가 동성애자들의 권익을 향상시켜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동성애는 선택의 문제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주님 앞에서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미국에는 현재 경제난이란 문제가 있지만 도덕적 문제도 있다.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굳게 서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지난 4월에는 ESPN의 스포츠 진행자 크리스 브루사드가 “동성애는 죄”라고 발언했다가 ESPN이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러나 ESPN은 브루사드를 해고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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