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규홍 교수, ‘개종전도 금지주의’과 ‘성서의 무오성’ 집중 검토
한국기독교역사학회(회장 이진구)와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이덕주)가 5일 오후 서울 감신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특히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연규홍 한신대 교수가 ‘한국교회의 WCC 이해’를 주제로 발제하면서, ‘WCC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문’(이하 공동선언)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 NCCK 김영주 총무, WCC한국준비위 김삼환 위원장, WEA한국준비위 길자연 위원장 등 4인이 2013년 1월 13일 발표한 ‘공동선언’은, ①종교다원주의 배격 ②공산주의·인본주의·동성연애 반대 ③개종전도 금지주의 반대 ④성경 66권의 무오성 천명 등 4개항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이 공동선언은 에큐메니칼 진영의 엄청난 반발을 낳는 등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연 교수는 먼저 “이 공동선언이 과연 발표자들의 의도대로 WCC에 대한 보수 교단의 우려를 불식시켰는가”라고 질문한 뒤, “결과는 안타깝게도 반대자들을 설득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WCC 총회 가입교회와 그 지지자들 안에 갈등과 대립을 가져왔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정교회 암브로시우스 주교가 이 공동선언을 “쓰레기”라고 말한 것을 포함해 당시 에큐메니칼 진영의 반대 여론을 설명했다.
연 교수는 그러나 “철저한 검토 없이 공동선언을 무조건 폐기하자는 것은 학문적 무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교회를 “‘세상을 위한 교회’로서 에큐메니칼 전통을 갖는 교회”와 “‘교회만을 위한 교회’를 주장하는 정교분리주의 선교사 전통의 에반젤리칼 운동” 두 부류로 나눈 뒤, “이 두 부류 사이의 공동선언에서의 결정적 차이는 ③항과 ④항의 문제”라며 “그러므로 공동선언의 ①, ②항은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③항과 ④항의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해서 논박을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③항, 즉 ‘개종전도 금지주의’에 관해 연 교수는 “‘내 증인이 되라’는 교회의 선교 사명은 교권주의에 입각한 배타적 개종(Procelytism) 전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양 훔치기’”라며 “전도의 사명이라 할 때 이 전도란 회심에 이르는 개종, 예컨대 불신자의 개종(Conversion)을 말한다”고 했다. 그는 “WCC는 불신자의 개종을 반대한 적은 없고, ‘양 도둑질을 하는 개종전도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④항, 즉 ‘성경 66권의 무오성’에 대해서는 “성서가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행위의 최종적이고 절대적인 표준인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며 “문제는 최종적이고 절대적인 표준이 무엇인가이다. 성서 원문이 존재하지 않는 오늘에 있어 번역된 성서 문자 그 자체에 표준을 두는 것은 무모하고 독선적인 횡포”라고 했다. “오직 성서 중심인 사랑과 관용, 그리고 이해의 예수 그리스도가 절대 표준”이라는 것이다.
연 교수는 “성서 문자 무오주의와 축자영감설은 기록된 성서를 절대화한다. 문자주의와 우상주의와 성서 교리주의에 갇혀 있다. WCC 반대론자들은 성서의 해석학적 연구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들만이 가진 성서의 해석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확신한다”며 “신학은 성서 해석의 도구이다. 그래서 신학은 상황을 반영한 하나의 신학일 뿐, 절대불변의 정관사(The)를 붙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 역사가 분열로 점철된 이유는 폐쇄적 성서무오설에 근거한 교리적 독선과 개종전도를 강요한 교파적 우월주의 때문”이라며 “그것은 해방 이후 형성된 남북 분단의 구조 속에서 해결되지 못한 식민지 잔재 척결과 냉전 체제 하에서 형성된 분단논리이다. 이것은 6.25전쟁과 이승만 독재, 군부의 권위적 통치의 시기를 거치면서 더욱 공고화되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반공주의에 대해 “월남 그리스도인들이 북한에서 신앙의 자유란 이유로 남한의 자본주의 사회로 편입되며 한국교회는 반공주의 이념의 보루가 되었다. 6.25전쟁은 한국교회가 친미 자본주의적인 반공교회로 확고하게 자리잡게 되는 데 크게 일조했다”며 “역사의 아이러니는 WCC가 북한의 남침 때에 토론토 회의에서 ‘한국 상황과 세계 질서에 대한 성명’을 통해 공산권 교회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남한을 도왔지만, 1953년 한국에서의 핵무기 사용을 막기 위해 휴전을 지지한 이후로 한국교회로부터 용공집단으로 몰렸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관심으로 받아들이지, 교리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라며 “WCC는 성적 유희로서의 동성애는 단죄가 마땅하지만, 생물학적 경향의 성적 소수자들에 대하여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연 교수는 “WCC는 한국교회의 상위기관이거나 별개의 조직이 아니다. 세계 모든 지역교회와 함께 한국교회도 WCC의 공동주체”라며 “한국교회는 WCC와 함께함으로써 에큐메니칼 운동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할 수 있다. 그것이 분단논리 속에서 WCC를 적대하거나 부정해온 한국교회가, 자기 폐쇄와 독단의 굴레에서 벗어나 세계교회와의 교류와 배움이라는 열린 마당으로 나아가는 성숙한 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WCC 총회를 찬성하는 이들이나 반대하는 이들은 상대에 대한 공격과 비판에 앞서, 먼저 자신들의 WCC 이해가 ‘정말 바른 것인가’, ‘잘못 되었다면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가’를 스스로 질문하고 숙고해야 한다”며 “세계교회의 역사가 주는 교훈을 배우고 세계의 고통받는 생명들과 연대하기 위해서도 한국교회는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은 주최측 회장들의 개회사와 인사말에 이어 송현강 한남대 겸임교수의 사회로 발표 및 토론이 진행됐다. 민관홍 한세대 강사가 ‘한국교회와 세계교회협의회의 관계 역사’, 연규홍 한신대 교수가 ‘한국교회의 WCC 이해’, 정병준 서울장신대 교수가 ‘WCC 에큐메니칼 신학의 전개’를 주제로 발제했고, 각각에 대해 하희정 감신대 강사, 김흥수 목원대 교수, 이세형 협성대 교수가 논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