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 외면한 평화,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같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서경석 목사, ‘평화연합’에서 공개강연… ‘WCC 정신’도 지적

▲평화연합 공개강연회에 앞서 정영택 통합 부총회장이 축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평화연합 공개강연회에 앞서 정영택 통합 부총회장이 축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가 17일 오후 분당 수내동 새벽월드교회(담임 이승영 목사) 본당에서 열린 평화연합(The United Community for Peace) 임시총회 이후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했다.

서경석 목사는 “‘평화’는 그동안 좌파에서 주로 사용했던 단어였다”면서 “하지만 진정한 평화는 ‘통일’로만 성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목사는 “항구적인 평화와 인권이 유지되려면 저 북한 정권이 무너져야만 한다”며 “올해 초 개성공단 폐쇄 때도 그러했듯, 전쟁도 각오하고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 평화를 이룰 수 있지, 굴종해서는 결코 그것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서 목사는 “한국교회는 지난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는 등 민족의 희망이었고, 그래서 교회도 발전하고 부흥했다”며 “지금은 북한 해방과 통일에 앞장섬으로써 다시금 민족의 희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이 더 중요해진 이유는 ‘통일이 무엇인가’가 명료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에는 ‘통일’ 하면 좌파에서 주로 주장하거나, 자본주의·공산주의를 넘어 남북이 둘 다 변화돼야 한다는 ‘제3의 수렴론’, 낮은 차원의 연방제 등의 의견들이 나왔지만, 이제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해, 남한 주도의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

▲서경석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서경석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서 목사는 “올해부터 통일이 가시권에 들어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 이유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게 명백해졌기 때문에, 북한 핵을 없애려면 북한 정권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경석 목사는 “통일이란 하나님의 해방의 역사를 이 나라에 실현시키는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의 인권을 이야기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만을 이야기하는 일은, 구한말 세계 평화에는 기여했을지 모르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서 목사는 “우리가 한반도 평화만 중시하고 우리의 안위와 재물을 보장받기 위해 북한 주민들을 외면한다면, 북한 주민들이 통일 후에 뭐라고 하겠느냐”며 “우리 기독교인들은 절대로 이러한 이기주의자가 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 평화에는 대가가 따르지만, 대가를 치러서라도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 유린을 고발하고 압력을 넣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가장 큰 목표로 북한인권을 내세워야 한다”고 했다.

서 목사는 “진보좌파들은 저를 ‘변절자’라고 하는데, 저는 하나도 변하지 않고 민주화운동을 하던 정신으로 북한인권운동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변절은 오히려 종북좌파가 된 그들이 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교회가 지역마다 북한인권 한국교회연합 지부를 세워 민주당을 변화시켜서 북한인권운동에 함께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WCC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 목사는 “WCC는 1970-80년대 한국의 민주주의에 큰 공헌을 했고, 그래서 저는 당시 소원이 WCC 총회에 한번 참석해 보는 것이었다”며 “그런 WCC가 한국에 와서 총회를 한다면, 이곳 동북아에서 가장 고난당하는 북한 주민들의 편에 서는 것이 WCC 정신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데도 WCC는 지금 김정은의 편에 서서 평화만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WCC 정신에 대한 배신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서 목사의 강연 후 이승영 의장은 “서경석 목사는 민주화운동의 대부이셨고, 지금은 북한인권운동에 앞장서고 계신 분”이라며 “북한 정권은 무너져야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우리가 사랑으로 섬겨야 한다”고 말했다.

공개강연회에 앞서 열린 평화연합 임시총회에서는 김유수 목사(광주월광교회), 김행수 전 사장(스포츠서울), 윤석호 목사(동춘교회), 이억주 목사(한국교회언론회), 이효종 이사장(경신학원), 정영택 목사(통합 부총회장) 등을 부의장으로, 정판식 목사(국일교회)를 사무총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공개강연회에서는 서경석 목사 외에 탈북민 출신 이나경 집사가 나서 북한의 실상을 보고했다.

또 고문에는 서중석 전 부총장(연세대)와 윤형섭 전 교육부 장관, 이연옥 이사장(서울여대), 자문위원에 김규 목사(양평동교회), 인요한 소장(세브란스병원) 등이 위촉됐다. 교단을 초월해 평화 정착을 위해 창립된 평화연합은, 지난 3일 초대 의장에 이승영 목사를 추대한 바 있다.

정영택 부총회장은 축사를 통해 “우리가 평화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세상 사람들보다 나은 의를 갖고 있는지를 생각하는 솔직한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며 “우리가 평화연합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는 것으로, 평화를 이야기하면 양쪽에서 공격을 받기 쉽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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