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왕에게 협력? ‘WCC운동의 종언’ 고한 총회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교계 북한인권운동가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 강력 비판

7일 공식 발표된 ‘WCC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에 북한인권 관련 언급이 없는 것과 관련, 교계 인사 및 북한인권 운동가들은 일제히 이를 성토했다.

WCC는 “남한과 북한의 정부가 대립을 극복함으로써 정의와 인간존엄이 보장되는 지역사회를 회복하고 이산가족의 인도주의적 이슈를 시급하게 해결하고…” 정도로만 북한인권을 언급해 많은 보수·복음적 교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서경석 목사.
▲서경석 목사.

서경석 목사(북한인권한국교회연합 사무총장)는 이러한 행태에 대해 “WCC가 예언자적 사명을 포기했다”는 말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 목사는 “WCC는 지난 1970-80년대 온갖 문제제기에도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한국의 인권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것이 한국 국민들로 하여금 WCC에 대한 찬사와 존경심을 갖게 했다”며 “그러나 이번 WCC의 행동은 이 같은 전통을 완전히 저버렸고, 북한인권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압제자 김정은의 편에 선 것과 다름 없다”고 밝혔다.

서 목사는 “그래서 저는 이번 WCC 총회는 ‘WCC 운동의 종언’을 고한 총회였다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WCC를 그러한 방식으로 이끌어 간 한국의 에큐메니칼 운동도 이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 것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장통합측은 총회에서 결의를 통해 WCC가 북한인권 결의안을 내도록 하겠다고 결정했음에도, 그런 점들이 전혀 반영되지 못한 점은 WCC의 논의 구조가 얼마나 폐쇄적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경석 목사는 ‘인간 존엄이 보장되는 지역사회’라는 표현에 대해 “‘인권’이라고 표현하지도 못하는 WCC의 비겁함을 보라”며 “WCC는 애굽의 바로왕 앞에 가서 ‘내 백성을 해방시키라’고 말하지 못하고, 바로왕에게 지원·협력하겠다고 결정하는 등 ‘출애굽 신앙’을 저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WCC는 북한에서 고통당하고 있는 주민들을 대변하고자 하는 전 인류의 염원을 저버렸다”며 “이제부터 WCC는 한국 국민들 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기독교인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강철호 목사.
▲강철호 목사.

WCC 회원 교단인 감리회 소속 ‘탈북민 출신 첫번째 목사’ 강철호 목사(북한기독교총연합회 총무)는 “WCC는 오늘날 교회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진정한 ‘땅끝’인 북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반성하지 않고 말 뿐인 선교를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강 목사는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 때문에 눈치를 보면서 북한인권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면, 일제강점기 시절 신사참배를 했던 목회자들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더불어 WCC는 한국교회를 분열시키고 있기 때문에, 탈북민들은 WCC를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신 일은 당시 가장 소외계층이었던 ‘고아와 과부’를 품으시고 대변하신 일 아니었느냐”며 “WCC가 북한인권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 정말 예수님을 본받자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또 “이러한 행동은 비신자들에게도 우습게 보이고, 그들에게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이억주 목사.
▲이억주 목사.

이억주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는 “지난 6일 오전, 저희는 WCC 집행부에 동성애와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면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현실을 외면한 선언문에 대해 실망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환상적인 이야기는 듣기는 좋을지 몰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WCC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성경을 소지하고 있기만 해도 화형을 당하는 곳인데, 종교의 자유는 언급도 않은 채 평화협정만 이야기해서야 되겠느냐”며 “모든 외세들이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는 말하면서, 왕조 독재 사회의 처참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왜 말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억주 목사는 “러시아정교회 대주교가 동성애에 대해 적극 반대하지 않았다면, 동성애 지지 성명까지 나왔을 것”이라며 “WCC는 더 이상 우리의 신앙에 문제나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2024 기독 출판 도서 신간

“개별 약진 있지만, 전체 판 바꿀 작가와 시도는 아직…”

박영선, 루이스, 팀 켈러 등 스테디셀러 베스트 상위권에 10위 내 신간 과반수 고무적 기독 출판인들과 함께 2024년 기독 출판계 주요 키워드들을 돌아보고, 2025년 트렌드를 예측했다. 출판인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지나간 2024년과 다가올 2025년 주요 키워드는 △…

헌법재판소

보수 기독교계 “탄핵심리 계속하면 무서운 시민 저항 일어날 것”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13일 “헌재는 탄핵심리를 당장 기각하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대한민국기독교연합기관협의회, (사)한국기독교보수교단총연합회, (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전국17개광역시도·226개시군구 기독교총연합회 및 전국기…

윤석열 구속영장 서부지법

“서부지법 사태, ‘토끼몰이 수사’이자 검경의 국가 폭력”

토끼몰이 과잉수사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권용태 목사, 이하 조사위)가 13일 경찰과 검찰의 과잉수사에 대한 강력 항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이 성명에서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빌미로 경찰과 검찰이 단순 참가자들을 ‘법원침입 폭도집단’으로 둔갑…

탁영철

“교회, 일 시키려는 목적으로 ‘싱글’에 다가가면 안 돼”

“싱글 미니스트리가 가장 잘 정착돼 있고, 이로 인해 교회의 중흥기를 맞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입니다. 1970년대 후반 존 트라볼타가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동안(뮤지컬 영화 ), 미국교회는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이혼율은 증가하고, 경력을 중시하는 …

언더우드 아펜젤러

합동·통합·기감, 선교 140주년 연합대회 어떻게 준비하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가 함께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연합대회를 오는 4월 3일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개최한다. 각 교단의 행정 및 선교 책임자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는 지난 1월 8일(수)과 2월 4일(화), 각각 예장 통합과 …

조나단 웡

홍콩 목회자 “한국교회, 우릴 보고 사명 일깨우길”

2020년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부당함 맞서던 시위 강제 중단 자유와 인권, 복음 수호 위해 단결해 기도와 실천 대응해야 자유와 민주주의를 잃은 홍콩의 조나단 웡 목사가 공산권과 싸우는 한국교회를 향해 미국에 있는 정윤명 글로벌국제선교회 창립자 겸 회장…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