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하우스·김영한·정일웅 박사, 한복협 월례회서 강연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 한복협) 11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세계 기독교의 동향과 한국교회에 드리는 조언’이라는 주제로 8일 오전 7시 서울 대치동 강변교회에서 개최됐다. 특히 여기에는 세계적인 선교신학자로서 1980년 여의도 세계복음화대성회에서도 강연했던 피터 바이어하우스 박사(전 튀빙겐대학교 교수)가 강사로 초청됐다.
피터 바이어하우스 박사의 강연은 회장인 김명혁 목사가 통역했다. 바이어하우스 박사는 “오늘의 서구 기독교가 심각한 영적 위기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반면, 동양과 남반구의 교회들은 영적으로 철저하고 건강하며 세계선교와 복음화의 도구들이 되고 있다”면서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제10차 총회를 부산에서 개최하자는 초청을 수락한 중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WCC는 서구교회들의 약점에 영향을 받고 있는데, 회원 교회들의 후원 감소로 인한 재정적인 결핍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영적이고 신학적인 자세와도 관련이 있는데, 제네바의 지도자들은 WCC 프로그램에 있어서 서구교회와 대변인들의 탈선적인 입장을 받아들이게 됐다”며 서구교회(특히 독일교회)의 가장 위험한 경향으로 ▲신앙과 윤리의 성서적인 기초가 흔들리며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에 대한 왜곡이 일어난 것 ▲전통적인 주류 교회들과 선교 단체들이 복음화의 열정을 상실했고, 이슬람의 확장으로 인한 종교 혼합주의가 젊은 신자들의 마음을 혼란하게 한 것 ▲하나님께서 세우신 일부일처제도와 가정제도가 무시되며 이혼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동성애가 공개적으로 이뤄지게 된 것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서구교회 안에 어두운 그림자가 널리 퍼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부도덕한 바알 신과 아세라 신에게 무릎 꿇지 않고 복음적 신앙을 지켜나가는, 소수의 신실한 남은 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아직도 건강한 영적인 삶을 즐기고 있으며 자신의 나라를 재복음화하려고 노력한다”며 “이러한 노력으로 1978년 독일에서 시작된 고백 운동은 세계적으로 확장되어 런던에서 ‘국제 기독교 네트워크’가 설립됐는데, 한복협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어하우스 박사는 “서구교회의 위기는 서구에 국한된 것은 분명히 아니며, 다른 대륙의 기독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적 신학사상을 전달하며 불행하게도 이단적인 사상까지 전달하는 영향력 있는 기관이 WCC라고 생각한다. WCC는 제3세계 학생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방법, 문서들을 보급하는 방법, 신학교들을 후원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6개 대륙을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이러한 사상을 전파하고 있다”며 “그들은 마르틴 루터가 ‘교황과 에큐메니칼 회의도 잘못을 범할 수 있고 역사적으로 여러 번 잘못을 범했다’고 한 말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특히 “병들어 죽어가는 교회에 있어서 참으로 필요한 것은 몇 가지를 수정하거나 개혁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교회를 치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서구 교회들과 교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성령의 부으심을 새롭게 받아 질병으로부터 씻음을 받고 참된 부흥을 경험하는 것이다. 우리는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에덴동산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완성하신 영생의 선물을 다시 발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제10차 WCC 부산총회의 주제인 ‘생명의 주님-우리들에게 정의와 평화를 주소서’에 관심을 기울이기 바란다”며 “부산에 모인 지도자들이 그들의 토의의 초점을 ‘생명’ 자체가 되시는 하나님께 둔 것은 올바른 일이었다. 그런데 WCC에 초청받은 지도자들과 신학자들이 생각하는 생명은 어떤 종류의 생명인가? 작년 중반 WCC의 새로운 선교 선언문인 ‘함께 생명을 향하여: 변화하는 전망 안에서의 선교 복음화’를 분석하면서 황당한 것을 발견하게 됐다”며 “이는 성경이 가장 중요하게 구분하고 있는 두 종류의 생명, 즉 희랍어로 ‘비오스’와 ‘조에’라는 생명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비오스’는 모든 살아있는 생물들이 공유하는 생물학적인 생명이고, ‘조에’는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부여하신 영원한 생명을 의미한다.
그는 “귀중한 생명의 선물을 하나님과 분리되어 죄악 가운데서 죽어가는 이방 세계에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 교회가 지닌 성스러운 특권이다. 그런데 WCC 부산총회의 준비 문서들 가운데서는 이와 같은 진리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생명’은 주로 세상적이고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정의’는 독재정권에 의해 박탈당한 시민권의 회복을, ‘평화’는 군사적인 위협의 종말을 의미한다”며 “오늘의 교회가 선지자적인 사역을 하도록 부름받았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마찬가지로 교회의 사역이 사회 정치적인 선언이나 행동을 하는 데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참관자들과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WCC 부산총회를 준비한 사람들이 서울에서 100마일 떨어져 있는 북한의 그리스도인들이 대량으로 그리고 가장 무자비한 방식으로 순교의 죽음을 당하고 있는 사실을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나는 부산에서 북한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해서 기도하거나 공감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오히려 총회의 준비자들은 공산주의자들에 의해서 조종을 받는 북한 당국의 교회를 초청하려고 했다. 부산총회는 북한의 고통당하는 형제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의롭고 평화로운 통치 아래서 한 나라를 이룩하도록 기도해야 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바이어하우스 박사는 한국교회에 대한 조언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들에게 주신 ‘영생의 의미’를 깊이 알아볼 것 ▲생명의 면류관을 얻기 위해 생명을 희생한 순교자들의 간증을 기억하며 북한의 형제들을 위해 공개적으로 기도할 것 ▲2만4천명의 한국 선교사들이 170여 나라에서 수행하고 있는 화해의 사역을 강화하는 동시에 서구 기독교 국가들을 유린했던 반기독교적인 세력들에 노출되고 있는 한국을 재 복음화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 한복협 신학위원장인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자)는 세계 기독교 동향으로 “서구와 북미교회는 포스트 기독교 시대에 직면하여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영적으로 쇠퇴하고 있다. 종교다원주의와 동성애 수용 증후군 등으로 세속화된 기독교는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복음주의 교회는 여전히 그 영향력을 잃지 않고 있다. 21세기에는 유럽(미국)기독교가 쇠퇴하고, 제3세계인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기독교가 주도권을 잡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전했다.
김영한 박사는 세계 기독교 동향의 특징으로 ▲구미교회가 포스트모더니즘(종교다원주의와 동성애)의 영향 아래서 영성을 상실하고 있는 것 ▲세계 기독교의 중심이 북반구로부터 남반구로 옮겨가는 것 ▲WEA(세계복음연맹) 운동이 성장하고 WCC(세계교회협의회) 운동이 상대적인 약화된 것 등을 설명했다.
그는 “Operation World의 통계에 의하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기독교는 1900년 16.7%, 1960년 35.3%에 머물던 것이 2010년에는 63.2%를 점유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69.1%를 차지할 것으로 연구됐다”면서 “이것은 인구통계학적인 수치에서 뿐 아니라 비서구 기독교의 생동성과 성장하는 영향력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예로 아프리카 기독교인의 기쁨에 넘치는 예배, 한국교회 기도생활의 열정, 남미 오순절교회의 역동적인 복음전도, 인도의 농촌 가정 교회가 증가하는 데 반해서, 서구교회의 쇠퇴와 세속주의적 자유주의의 팽배가 기독교 이후 시대를 촉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WEA는 그동안 한국 복음주의 교회의 성장과 더불어 내년 총회를 한국에서 할 만큼 그 세력이 커졌다. 그리고 복음주의는 영국 성공회 복음주의자 존 스토트(John Stott)가 주도한 1975년 로잔 대회를 기점으로 복음주의 교회에서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며 “그러나 WCC는 기독교 선교의 1차적인 과제인 불신자 회심 전도를 등한히 하고 있거나 아예 중단하고 있다. 그 결과 WCC 회원 교회의 신자수는 보수적인 회원 교회들을 제외하고는 늘지 않거나 감소하고 있다. 소속교회들이 동성애 문제와 선교 유예, 그리고 종교다원주의 문제에 직면하면서 이에 실망한 교인들이 북미에서는 썰물처럼 빠져나가 재정이 고갈되어 그 힘이 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영한 박사는 한국교회의 과제로 ▲지구촌 의식을 갖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지구촌을 향해 눈을 돌릴 것 ▲보수와 진보의 첨예한 양극주의적 사고방식을 지양할 것 ▲십자가의 복음으로 한국교회를 체질 개선하여 다시 전 세계로 내보낼 것 등을 제시했다. 그는 “개혁주의 이론실천학회(샬롬나비 운동)가 지난 10월 25일 WCC 부산총회 개최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의 화합을 촉구한다고 선언한 것은, 지구촌 교회로서의 한국교회의 사명과 일치를 촉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정일웅 전 총신대 총장은 세계 기독교의 동향으로 ▲기독교 중심축의 이동이 구미지역권에서 비구미지역권으로의 가속화되는 현상 ▲복음선교와 세계교회를 돌봄에 있어서 한국교회의 역할이 실제로 기대되거나, 요구되고 있는 점을 설명했다. 정 교수는 “되돌아보면 한국교회에 대한 세계교회의 기대와 역할에 대한 위상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벌써 1990년 10월 동서독이 통일되면서, 우리 하나님은 세계의 정치와 경제의 질서를 새롭게 바꾸어 주었던 것이다. 놀라운 것은 대한민국은 이념대립의 첨단에 서 있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분단된 한반도의 통일을 경험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변화된 질서 가운데서 가장 발전적인 나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에 조언으로 “무엇보다 하나로 연대한 성숙한 신앙적인 모습을 견지하는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의 보수와 진보의 만남과 대화는 이제 필수적인 일로 여긴다. 이제부터는 서로 공통점들이 무엇인지를 찾고 발견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연합하는 일치된 성숙한 신앙적 모습을 보일 때, 한국교회는 세계교회 앞에 복음선교의 역동성을 드러내게 될 뿐 아니라 사회와 세계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리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진보측 교회는 WCC가 지금까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종교다원주의적이며 혼합주의적인 타종교에 대한 지나친 관용주의적인 태도를 되돌아보고 보수교회의 불신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반대로 보수적인 교회는 분명한 죄 고백을 통한 교회의 거룩성을 견지해야 할 칭의와 성화가 중요하지만, 그 바탕 위에서 복음의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사회윤리적인 책임을 짊어지는 신학적 통찰이 필요함을 또한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그런 뜻에서 한국교회는 앞으로 보수와 진보가 함께 어우러진 ‘한국교회협의체’를 구성하고, 전 세계를 향한 복음 전파와 가난하고 소외된 전 세계의 이웃을 돌보는 사회봉사와 이단의 가르침을 방어하고 복음 진리의 순수성을 보존하며 나아가 기독교 신앙의 통일된 가르침과 표준을 확립하는 등의 과제 성취를 잘 감당하는 성숙한 교회가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며 “한복협은 바로 이러한 한국교회를 만드는 일에 선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한복협 월례회는 회장 김명혁 목사가 사회를 맡았으며, 오정호 목사(대전새로남교회), 전병금 목사(강남교회),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가 기도를 인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