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금 목사의 응답 전문]

신태진 기자  tjshin@chtoday.co.kr   |  

2013년 11월 8일 한복협 월례회

▲전병금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전병금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전병금 목사(한복협 부회장, 강남교회 담임)

먼저, 정일웅 교수님은 “세계기독교의 동향과 한국교회에 드리는 조언”이라는 글을 통해 기독교의 중심축이 탈서구화 된 결과 그 중심축이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남미 지역으로 옮겨졌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중심축의 이동에 따라 한국교회가 복음선교의 역할과 세계 교회를 돌보는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강력하게 요청하였습니다. 정교수님은 이러한 시대적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한국교회가 무엇보다 먼저 성숙한 대화를 통해 보수와 진보 간에 서로 화합하고 연대하고 연합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국적으로 정교수님은 보수와 진보를 통합한 한국교회협의체를 제시하였습니다. 정교수님을 또 보수와 진보 간에 상보적인 연대를 이루기 위해 진보는 종교다원주의적이고, 혼합주의적인 성서 해석에서 벗어나 기독교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할 것을 요청했고, 보수에게는 개인의 영적인 구원, 즉 개인구원을 넘어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사회구원까지 보수 신앙 속에 포용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피터 바이어하우스 박사는 “세계 기독교의 동향과 한국 교회에 드리는 조언”이라는 글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유일한 구주로 고백하는 복음주의적인 신앙”을 회복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였습니다. 바이어하우스 박사는 독일 교회의 문제점으로 신앙과 윤리의 성서적인 기초가 흔들리고, 교회와 선교단체들이 복음화의 정력을 상실했으며, 일부일처의 가정제도가 무너지고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바이어하우스 박사는 WCC의 위험성도 지적했습니다. 바이어하우스 박사는 WCC가 현대적인 신학 뿐만 아니라 이단적인 사상까지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WCC 부산 총회의 주제인 “생명의 주님 - 우리들에게 정의와 평화를 주소서”에 나타난 ‘생명’이 주로 세속적이고 사회적이고 정치적인의미로 해석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교회의 사명이 선지자적인 사명 뿐 아니라 성서의 복음을 설교하고 가르치고, 하나님을 예배하며, 순교자들을 위해 기도하는데 있음을 강력하게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생각에 기초하여 바이어하우스 박사는 한국교회가 생명과 정의와 평화를 세속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주어지는 구원이라는 영적인 의미로 해석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아시아교회대회 신학회의 성명서인 “삼위일체 하나님: 창조, 교회와 완성”은 바이어하우스 박사의 주장을 더욱 더 구체화한 것 같은 성명서입니다. 창조와 교회 그리고 완성이라는 세 단어가 성부 하나님과 성자 하나님 그리고 성령 하나님이 하시는 사역을 대표적으로 나타냈다는 점에서 성명서는 제목 그대로 삼위일체 하나님이 누구신가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성명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성명서가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성명서는 “총체적 선교란 영적, 정서적, 물리적, 사회정치적 또는 환경적 모든 필요에 대한 그리스도의 대속적 사역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총체선교는 각자의 필요에 있는 각 사람을 만났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들을 항상 회개와 죄 용서와 하나님과의 화해를 향한 근본적인 인간적 필요를 되돌려 놓으신 그리스도처럼 되기를 역시 요구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성명서는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을 총체적으로 봄으로써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있어서 구원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 때문에 극단적인 분열로 치닫고 있는 한국교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구원관을 종합적으로 잘 제시한 것 같습니다.

김영한 교수님 또한 세계 기독교의 중심이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옮겨가고 있음을 지적하고, WEA(세계복음주의연맹)의 성장과 WCC의 쇠퇴를 지적하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지구촌 의식을 가져야 하고, 보수와 진보의 첨예한 대립구도에서 벗어나야 하며, 십자가의 복음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특히, 김영한 교수님은 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신조를 고백하는 WCC를 이단으로 몰아가는 일부 보수주의자들이 ‘독선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고 보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추구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고백하는 삼위일체 하나님은 구체적인 장소와 특정한 시간에 성육신한 하나님입니다. 따라서 초월적인 계시 역시 역사의 특정한 상황이나 맥락 안에서 구체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흑인신학을 주창한 제임스 콘(James H. Cone)에게 그 특정한 역사적 상황은 바로 흑인들의 억눌린 경험입니다. 그에게 신학은 “언제나 일정한 사회 안에 있는 특정한 사람들의 목표와 포부를 반영”하기에 신학을 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물음은 “땅 위에 눌린 자들과 해방을 위한 그들의 투쟁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하는 물음입니다. 그는 이러한 입장에서 “인간의 사회적, 역사적 맥락이 우리가 하느님에게 던지는 물음과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의 형태와 양식을 결정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성서를 해석하는 틀은 바로 ‘흑인 경험 자체의 사고형식’에서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바로 콘은 이러한 흑인 경험에 초월적인 제약을 가합니다. 그가 보기에 사회적 약자와 그리고 그들의 문화와 역사에 동떨어진 예수 그리스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경험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해방 사건의 의미가 배타적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만이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보기에, 성서와 더불어 흑인의 경험 또한 진리의 기본 자료이기는 하지만 진리 자체는 아닙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경험은 흑인 경험을 포함하지만, 반드시 흑인 경험이 예수 그리스도의 경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경험은 결과적으로 흑인 경험을 초월합니다.

콘은 신앙이 무엇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초월과 내재의 긴장입니다. 이러한 긴장관계를 놓치고 오로지 초월만 강조하거나 내재만 강조하는 것은 기독교 신앙이 가진 역설적인 역동성을 놓치는 것입니다. 보수주의자들은 주로 복음에서 시작해 ‘회개’시키기 위해 사회로 가고자 합니다. 반대로 진보주의자들은 주로 사회에서 시작해 그 사회를 ‘완성’시키기 위해 복음으로 가고자 합니다. 만약 보수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이 서로의 입장만을 고집한다면 바로 기독교 신앙의 역설적인 역동성을 놓치는 것입니다. 진실로 우리가 기독교 신앙에 합당한 신앙고백을 하기 위해서는 ‘회개’시키기 위해 복음에서 시작해 사회로 갈 줄도 알아야 하고, 동시에 ‘완성’시키기 위해 사회에서 시작해 복음으로 갈 줄도 알아야 합니다. 네 편의 글들이 모두 기독교 신앙의 이러한 역동적인 긴장을 잘 반영하고 있어서 저 역시 기본적으로는 네 편의 글 모두에 동의합니다. 한국교회가 현재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큰 틀에서 적절한 신학적 방향과 목회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네 편의 글들은 분명 저를 포함하여 한국교회를 걱정하는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에게 많은 유익한 영적인 깨달음을 줄 것입니다. 부디, 이러한 학문적 토론의 결과가 탁상공론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적인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법이나 조직 등으로 구체적인 열매를 맺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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