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의 변증가’들이 말하는 ‘20C 변증가’ C. S. 루이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현대인 영혼에 그림을 그리듯 어렵지 않게 복음을 제시”

21세기 ‘변증가’들은 20세기 최고의 변증가로 손꼽히는 C. S. 루이스와 그의 작품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심현찬 원장. ⓒ크리스천투데이 DB
▲심현찬 원장. ⓒ크리스천투데이 DB

워싱턴트리니티연구원 심현찬 원장은 “포스트모던 시대는 하나님과 진리를 거부·상실하고 감성과 상상력과 문화로 말하는 시대”라며 “우리는 복음을 현대인의 언어로 말하면서도, 진부하지 않고 복음의 수준을 낮추지 않게 증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C. S. 루이스는 이런 의미에서 현대인 영혼의 심상에 그림을 그려주는 복음적 언어의 조탁자요 연금술사였고, 대중의 영혼과 귀와 가슴에 감동을 주면서도 탁월한 대중 설교가요 신학자였다”고 전했다.

심현찬 원장은 “그의 글쓰기 원리는 한 마디로 ‘낯설게 글쓰기(writing of defamiliarization)’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언어적 규칙이나 습관을 반대해 낯설게 표현하는 문학비평 용어”라며 “이는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것과 비슷하고, 이러한 비유적 글쓰기와 전도법은 최근 「메시지」를 쓴 유진 피터슨을 비롯한 많은 신학자들의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낯설게 글쓰기’의 주요 예로는 성육신을 ‘하나님의 침공’이라고 표현하거나, 그리스도인의 구속(redemption)을 ‘말에서 날개 달린 동물로의 변신’, 고통에 대해 ‘귀 먹은 세상을 일깨우는 메가폰’이라고 말한 데서 잘 드러난다. 기독교 교리를 희석시키지 않으면서도 쉽게 변호하고 있는 것.

특히 「순전한 기독교」에서 루이스는 그리스도인에 대해 “개선이 곧 구속은 아니다. 하나님은 이 피조물들을 아들로 삼기 위해 인간이 되셨다. 단순히 옛 사람을 좀 더 낫게 개선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인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는 말에게 더 높이 뛰는 법을 가르치는 대신, 말을 아예 날개 달린 동물로 변신시키는 일과 같다”는 말을 통해 단순히  ‘좋은 사람(nice people)’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new Men)’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또 그리스도인의 결혼과 성 도덕,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교리들을 잘 변증하고 있다.

심 원장은 “루이스는 옥스퍼드의 상아탑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잉글랜드와 세계 복음화라는 소명을 갖고 기독교 변증가로서의 삶을 살았다”며 “그는 무신론자와 회의론자, 종교에 환멸을 가진 이들에게 기독교를 변호하고 토론·강연하는 옥스퍼드 내 ‘소크라테스 클럽’을 통해 토론과 변증에 대한 실제적인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복음주의 기독교는 최근 복음의 선명성을 담대히 증거하기보다는, 언젠가부터 게토화돼 ‘벙커 멘털리티’에 빠져 있다”며 “이러한 루이스의 지혜로움은 하나님과 진리에 귀를 막고 있는 포스트모던 시대 사람들에게 복음을 증거해야 할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안환균 소장. ⓒ크리스천투데이 DB
▲안환균 소장. ⓒ크리스천투데이 DB

변증전도연구소 안환균 소장은 C. S. 루이스에 대해 “그는 정연한 논리와 깊은 사고력, 활달한 상상력을 지닌 문학가였다”며 “변증 또한 치밀하게 신학적으로 접근했다기보다는 문학가로서 접근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C. S. 루이스는 창조된 피조물로서의 우주 질서와 타락 후에도 신의 형상을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해 기독교가 가르치는 바를 논리적으로 적용, 기독교의 진리됨을 드러내려 했던 변증가였다.

안 소장은 “어떻게 보면 루이스는 문학가였던 만큼 자연신학 차원에서 세상과 인간, 하나님과 기독교를 이해하려 했던 인물로, 전제주의적 변증을 취하는 개혁주의 신학자나 성도들에게는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루이스는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 이야기를 신화로 여겼고, 구약성경의 무오함을 믿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유신론적 진화론 입장을 취한 것 등으로 인해 보수 복음주의자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한다는 것.

안 소장은 “루이스는 개인적으로 제가 아주 좋아하는 변증가이지만, 신학적으로 면밀히 따져 본다면 분명히 걸러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은 인물이라 생각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구체적으로 연구해 보고 싶은 테마이기도 한데, 더 성경적이면서도 삶의 현장을 무시하지 않는 기독교 변증을 세워나가기 위해서”라고 정리했다.

▲왼쪽부터 「당신의 벗 루이스」, 「C. S. Lewis」.
▲왼쪽부터 「당신의 벗 루이스」, 「C. S. Lewis」.

당신의 벗, 루이스(양장)
C. S. 루이스 | 홍성사 | 656쪽 | 35,000원(보급판 12,000원)

C. S. Lewis
알리스터 맥그래스 | 복있는사람 | 544쪽 | 29,000원

‘루이스 전문 번역가’로 자리매김한 홍종락 선생이, 만만치 않은 두께의 이 두 책들을 모두 번역했다. 이 두 책은 상보적 관계로 볼 수 있다. 루이스를 만나본 적 없이 그의 모든 글을 통해 그의 생애를 온전히 재현해 낸 맥그래스의 자서전은 상당 부분 루이스가 보낸 서신들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당신의 벗 루이스」는 바로 그 서신들을 모은 책이기 때문. 또 서신들만으로는 다소 파악하기 힘든 정황이나 루이스라는 인물의 진면목에 대해서는 맥그래스의 「C. S. Lewis」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원제 ‘Yours, Jack’인 「당신의 벗, 루이스」는 루이스가 회심하기도 전인 1916년 3월 7일부터 사망하기 약 한 달 전인 1963년 10월 31일까지, 그가 쓴 385통의 편지를 담고 있다. 친구들과 ‘영적인 우정’을 나눈 서신과 함께, 그가 영적인 지도를 구하거나 영적인 조언을 건넨 내용도 함께하고 있다. 홍성사는 「루이스와 메리에게(2009)」, 정인영 선생이 번역한 「루이스가 나니아의 아이들에게(2012)」에 이어 세 번째로 방대한 분량의 서간집을 펴냈다.

「당신의 벗, 루이스」에는 그의 솔직한 개인적 고민들로부터 심오한 종교적 토론이 망라돼 있다. 편지들이 수신자별이 아닌 연대순으로 배열된 것은, 루이스가 경험하고 읽고 생각했던 바를 잘 보여주는 최선의 방법이라 여겼기 때문. 루이스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고 싶은 팬이나, ‘변증가’ 루이스의 생각들이 어떻게 자라갔는지를 파악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지금은 마치 <트루먼 쇼>처럼 자신의 모든 일상을 녹화할 수도 있는 세상이 됐지만, 세상을 떠난지 50년 밖에 되지 않은 그가 살던 시절만 해도 ‘편지’가 마음과 생각을 전하는 주요 통로였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러한 편지의 낭만과 애틋함을 오늘날에도 체험해 보고 싶다는 ‘도전정신’이 생길 수 있다. 바울이 그의 제자와 교회들에게 넘치는 애정을 담아 건넨 여러 편지들도 결국 2천년 넘게 살아남아 수많은 성도들에게 은혜를 전하고 있지 않은가.

「C. S. Lewis」는 루이스의 ‘아바타’와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영국의 복음주의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쓴 그의 자서전이다. ‘별난 천재, 마지못해 나선 예언자’라는 부제 아래 맥그래스는 루이스의 모든 저작들-개인적인 서신부터 문학 작품과 문학론까지-을 집필 연대순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다시 읽는 등 철저하고도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그의 생애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을 여럿 내놓는다.

일평생 함께했던 ‘친구 어머니’ 무어 부인과의 관계나, 영화로 제작되는 등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알려진 조이 데이빗먼과의 결혼에 대한 ‘다른 관점’ 등이다. 무엇보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루이스의 ‘회심 시기’로, ‘회심 시기가 1929년으로 잘못 알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맥그래스는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것처럼, 어쩌면 루이스 자신도 꼼꼼히 짚어보지 못했을 그의 회심 과정을 찬찬히 그리고 끈질기게 추적하고 있는데, 여기서 역사신학자로서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C. S. 루이스 전문가’인 강영안 서강대 교수는 이 책에 대해 “과학자 출신이요 역사신학을 다루는 학자답게 맥그래스는 세밀한 탐사와 숙고를 통해 루이스의 삶과 저작을 감싸고 있는 빛과 그늘을 누구보다 세밀하고 균형 있게 잘 드러낸다”고 평했다.

“왜 루이스인가? 아직도 루이스인가? 왜 다시 루이스인가? 라는 질문에 해답을 줄 책(강영안 교수)”. 결코 만만치 않은 분량에도 맥그라스의 다른 작품들처럼 술술 읽히는 것이 최대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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