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닮아가던 모습 탈피해 세계 선교 감당하길”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피터 바이어하우스-정상운 박사, WCC 총회 결산 대담

▲바이어하우스 박사와 정상운 회장이 안양 성결대 야립학술정보관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바이어하우스 박사와 정상운 회장이 안양 성결대 야립학술정보관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신학회(회장 정상운 박사)는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부산총회 참관차 방한한 세계적인 선교신학자 피터 바이어하우스 박사와 WCC 총회를 결산하는 대담을 가졌다. 대담은 정상운 회장과 지난 9일 안양 한송정에서 진행됐으며, 이동주 전 교수(아신대)가 통역을 맡았다.

정상운 회장(이하 정): 로마가톨릭 사제였던 마르틴 루터는 어거스틴 수도원에서 소위 ‘탑상 체험’, 즉 성경을 연구하다 시편 22편과 로마서 1장 17절을 통해 ‘이신득의(Sola Fide)’를 깨닫고, 내세에 있는 영혼까지 면죄부를 남용하는 로마가톨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WCC에 참가하셨던 바이어하우스 박사님께서 현재 WCC를 반대하고 계신데, 그 계기는 무엇이었는지요. 특히 루터처럼 어떤 특별한 체험이 있으셨던 건 아닌가요.

피터 바이어하우스 박사(이하 바이어하우스): 말씀하셨듯 저는 원래 WCC 회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968년에 열린 제4차 웁살라 WCC 총회에서 WCC의 목적이 ‘인간화’로 변질되고, 구원이 정치·경제·사회적인 세상의 평화(샬롬)로 그릇되게 정의되면서, 그 잘못된 신학에 그대로 호응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마르틴 루터와 같은 특별한 체험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WCC 신학을 반대하게 된 원인은 조상 때로부터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경건주의 신앙의 전통에 제가 확실하게 서 있었고, 제 할아버지는 오순절 교인이셨기 때문입니다. 신학적으로도 저는 칼 하임이나 아돌프 슐라터, 알브레히트 헹엘과 같은 경건주의 신학자 계열에 서 있습니다.

: 흔히 유럽 신학자들 하면 ‘리버럴(liberal)한 자유주의 신학자’라는 선입견을 갖고 단정하시는 분이 많은데, 박사님이 계신 튀빙겐대학교의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그리고 오늘날 유럽 교회의 쇠퇴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유럽교회가 무너지게 된 것은 결국 신학의 문제성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요.

바이어하우스: 제가 튀빙겐대학교에 취임하였을 때는 케제만과 바우르 학파적인 자유주의 신학의 분위기였습니다. 처음 저를 청빙할 때는 제가 복음주의 신학자인줄 몰랐던 것 같습다. 저는 튀빙겐대학교 부임 이후 선교신학과 에큐메니칼연구소를 세우고 복음주의 선교신학을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저는 재직 당시 위르겐 몰트만 교수님 같은 WCC 신학자들과 상반되는 입장에서 WCC 신학을 비판적으로 가르치며 종교혼합주의와 종교다원주의의 폐해와 위험성을 가르쳤을 뿐더러, ICN(Internation Christian Network)의 중심 테마인 순교에 관해서도 가르쳤습니다.

초기 기독교는 스데반으로부터 순교의 역사로 시작됐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를 따르려면 각자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구 소련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탄압을 받았습니까? 이번 부산총회에서 WCC는 지난날 그것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신앙 때문에 박해를 받고, 강제수용소에서 고통 당하고 죽어가는 북한의 형제 자매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유럽에는 기독교 복음 신앙을 저해하고, 그리스도의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는 일을 막기 위해 순교까지 각오한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유럽교회 쇠퇴 원인은 자유주의 신학 때문입니다. 유럽의 자유주의 신학이 WCC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 WCC의 실체를 잘 알고 계시는 박사님 입장에서 보실 때, 종교다원주의를 용인하는 유럽 교회의 분위기와 현실적 상황, 그리고 이것을 성경적 복음주의 신앙으로 걸러내지 못한 채 한국교회에 이를 전수하려는 유럽 유학파 한국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에 의해 WCC가 한국에 무비판적·일방적으로 소개되는 면이 없지 않는지요.

바이어하우스: 네 그렇습니다. 한국 신학생들이 유학생으로 유럽에 와서 WCC의 신학 같은 유럽의 자유주의 신학을 ‘수입’해 갑니다. 사실 그러한 많은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조차 WCC를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피상적으로 WCC의 이중언어 속에 보이는 ‘기독교적’ 용어에 이끌려 연합과 일치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대담 전 열린 강좌 기념촬영 모습. (왼쪽부터 순서대로) 정상운 회장과 바이어하우스 박사, 박사의 제자이자 통역을 맡은 이동주 전 교수, 김태연 원장. ⓒ이대웅 기자
▲대담 전 열린 강좌 기념촬영 모습. (왼쪽부터 순서대로) 정상운 회장과 바이어하우스 박사, 박사의 제자이자 통역을 맡은 이동주 전 교수, 김태연 원장. ⓒ이대웅 기자

: NCCK 총무 김영주 목사가 올해 5월 17일 석가탄신일에 “불기 2557년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드립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심으로 많은 사람들의 스승이 되셨고, 벗이 되어주셨습니다. …” 와 같은 ‘부처님 오신날 축하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바이어하우스: 종교혼합주의 형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적 신앙과는 아주 거리가 멉니다.

: WCC 부산총회가 한국교회에 가져다 준 득과 실은 무엇일까요. 한국교회가 참으로 복음 안에서 하나 되고, 교파를 넘어 함께 손잡고 지향해 나가야 할 시대적 역할과 사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바이어하우스: WCC 부산총회의 ‘득’은 우리가 더욱 성경의 가르침에 굳게 서서 바른 신앙을 가져야 하고, 열심히 복음을 전해야 함을 각성하고 더욱 힘써 기도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 아닐까요. 그리고 ‘실’은 한국교회가 종교혼합주의와 혼돈에 빠져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대한 참 의미와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에 대한 참 의미를 잃어갈 위험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하나님 말씀을 바탕으로 겸손하게 자기를 부정하고, 진정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에 온 교회가 하나가 되도록 힘써야겠습니다.

: 한국교회는 과거에 WCC 찬성·반대를 놓고 교단 분열까지 일어나는 불행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이번 부산총회 개최를 놓고도 둘로 나뉘어 반목·질시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부산총회 이후 한국교회 지도자들(교단장·대형교회 목사·신학 교수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지요.

바이어하우스: 한국교회는 지난 100년 전인 1907년 평양에서 일어난 대부흥운동과 같은 진정한 회개 운동이 다시 일어나고, 성령의 역사가 다시 불 일 듯 일어나야 합니다.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해 쇠퇴하고 있는 유럽 교회를 닮아가던 모습에서 탈피해, 한국교회가 한국과 북한과 세계 선교를 능히 감당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돕는 일을 게을리해선 안됩니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이번 WCC 총회 내용들을 매우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잘 파악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내용들은 성경적인 복음주의 스타일로 쓰였으나,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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