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대서 벌어진 ‘동성애 영화 상영 사태’ 전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신학대에서… 말이 되느냐” vs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없애려”

▲감신대에서 28일 상영회가 진행되는 모습.
▲감신대에서 28일 상영회가 진행되는 모습.

최초의 ‘커밍아웃 주교’를 다룬 다큐영화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이 개봉한 가운데, 논란은 엉뚱하게도 기독교 대학들에 옮겨 붙었다.

얼마 전 서울여대(총장 전혜정 박사)에서 상영회를 열려다 학내외 반발로 취소된 데 이어, 지난 28일에는 감리교신학대학교(총장 박종천 박사)에서 천신만고 끝에 상영회가 열린 것. 수입사측이 개봉과 더불어 ‘공동체 상영’을 접수하면서 학내 동성애 모임의 신청이 이뤄지고 있으며, 숭실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의 기독교 대학에서는 이미 상영회가 진행됐다.

이들 중 감신대 상영회가 가장 큰 논란이 됐다. 영화 상영을 추진한 곳은 감신대 내 성소수자 지지모임 ‘무지개감신’으로, 정식으로 인가받은 동아리는 아니지만 동아리 형식으로 모여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웨슬리관 세미나실 대관을 신청해 일단 승인을 받았으나, 처음엔 단순 영화 상영인 줄 알고 허가했던 학교측이 며칠 뒤 상영 취소를 결정하고 해당 학생들에게 통보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은 장소를 학생회관 2층 카페로 옮겨 상영회를 강행했고, 학교측에서는 해당 장소가 개인 소유라며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결국 상영회는 일부 학생들과 교수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러한 가운데 학내에서는 <로빈슨 주교…> 상영회 포스터가 떼이고, 행사 취소를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상영회 추진측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배포되는 등의 사건이 벌어졌다.

학내 영화 상영을 반대했던 이들은 이에 대해 “학교측이 상영 취소 통보를 했는데도, 상영 추진측이 이유를 따지거나 정식으로 항의하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포스터를 붙이고 행사를 강행해 사태가 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포스터나 문자메시지 사건의 경우에도 자작극인지 실제 사실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한다.

영화 상영을 반대하면서 이날 상영회를 지켜본 한 학생은 “신학대에서 동성애 영화를 상영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거룩하신 하나님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동성애를 찬성하는 영화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이에 상영을 추진한 무지개감신측 학생은 “동성애와 관련해 (찬성과 반대 양측이) 계속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편견이 있는데, 두 그룹이 만나거나 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없었다고 생각했다”며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성공회나 교회, 기독교 그룹과 동성애 그룹이 실제로 만나 대화했던 사건을 다룬 영화로 판단돼, 영화를 함께 시청하면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이 조금이나마 사라지지 않을까 해서 준비했다”고 전했다.

영화 수입사이자 얼마 전 청계천에서 ‘공개 동성결혼식’을 감행한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 대표는 “의도적으로 기독교 대학들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건 아니고, 우리는 자발적으로 신청이 들어오면 (상영회를) 하는 것”이라며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종교를 적대시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젊은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동성애에 대해 더 이상 침묵만이 능사가 아니라 어떻게 소수자들을 품고 대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어나고 있다”며 “기독교에 대해 모르고 욕하는 게 잘못이듯, 동성애에 대해서도 모르고 이야기하기보다 영화를 함께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레인보우팩토리측은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공동체 상영회’를 계속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조광수 씨는 이날 사건에 대해 자신의 블로그에 “호모포비아 기독교 신자들 도대체 왜 이러냐”며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남의 행사를 못하게 할 생각을 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행사를 만들어서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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