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주의 관점에서 본, 칼 바르트 신학의 功過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개혁신학회-칼바르트학회, ‘오늘의 위기와 교회의 개혁’ 공동 심포지엄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개혁신학회(회장 김영선 박사)와 한국칼바르트학회(회장 김명용 박사)가 21일 서울 새문안교회(담임 이수영 목사)에서 ‘오늘의 위기와 교회의 개혁’을 주제로 공동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특히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명예교수)가 ‘바르트 신학의 공헌과 문제점-칼빈주의적 관점에서’를 제목으로 발표, 눈길을 끌었다. 김 박사는 “바르트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되돌아가는 종교개혁 전통을 붙들면서도, 정통주의가 지녔던 교리적 경직성에 비판적 태도를 취하면서 ‘신정통주의’의 길을 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르트는 한국 보수교회에서는 자유주의자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이는 바르트에 대한 올바른 평가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유주의 격파하고 하나님 말씀으로 되돌아가”

▲김영한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김영한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그러면서 바르트의 공헌으로 “자유주의를 격파하고 하나님 말씀으로 되돌아가는 신학 혁명을 주도했다”고 평가한 김 박사는, “설교자로서 바르트가 가졌던 문제의식은 당시 자유주의 신학이 강조한 일반적 인간성 속에 보편적으로 내재하는 종교성, 문화성, 자율성으로 인해 설교 강단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지닌 독특성이 은폐된다는 것”이라며 “바르트가 성경 연구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은 자유주의 신학이 감춰온, 하나님의 초월적 세계이다. 그것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근본적인 불연속성이며, 인간의 의에 대립되는 하나님의 의요, 인간의 방식과 다른 하나님의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바르트는 정통주의적인 축자영감설과 19세기 자유주의 역사비판적 방법의 긍정적인 면을 모두 검토하면서 정통주의적 영감설에 권한을 더 부여한다”며 “자유주의가 영감의 도움 없이 역사적 삶의 정황 분석에 머문다면, 정통주의는 역사적 삶의 이해와 분석 없이 문자 자체의 내재적 조명에 머문다. 그러나 칼빈은 문자에 얽매이지 않고 영의 조명 속에서 개별적 문자를 전체적 말씀을 통해 비판적으로 음미했다고 바르트는 본다”고 설명했다.

“계시를 역사적 사건으로 보지 않아”

이어 김 박사는 바르트의 신학을 비판적으로 성찰했다. 그는 먼저 ‘역사 상실’의 문제를 꼽았다. 김 박사는 “바르트의 <로마서 강해>에서 수행된 변증법적 신학의 역설은 모든 신학의 정언적 명제를 거부하는 회의론과 가치부정론에 빠진다. 하나님의 계시는 나타나기보다 더 많이 감추어지며 더 많이 제한된다”며 “계시에 대한 변증법적 이해에 있어서 바르트는 계시를 세계사적 사건 속에 있는 역사적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바르트에 있어 하나님은 더 이상 연대기적인 역사 속에 나타나지 않고 인간의 경험과 세계의 현실 속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한 김 박사는 “세계 속에 내재하지 않는 하나님은 이미 플라톤의 이데아적 신이며 초월과 동시에 내재하셔서 역사 가운데 그 구원을 성취하시는 기독교의 인격적 신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박사는 그 유명한 브룬너(Emil Brunner)와 바르트의 ‘자연신학 논쟁’을 소개하며, “브룬너의 입장이 종교개혁자 칼빈의 입장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박사는 “브룬너는 바르트처럼 자연과 은총, 이성과 계시가 모순되거나 대립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브룬너는 자연의 질서를 은총의 질서에 종속적으로 배치시키는 것이 바르트의 비판처럼 비성경적이거나 계몽주의 신교주의적 시도가 아니라고 본다. 브룬너는 오히려 자연의 질서를 배제시키고 은총의 질서만을 고수하는 것이 개혁신학의 전통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바르트와의 논쟁 논문인 ‘자연과 은총’에서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칼 바르트는 ‘보편구원론’을 주장했을까?

김 박사는 ‘예정론’에 있어서도 칼빈과 바르트를 비교했다. 그는 “바르트는 예정론을 말하나 더 이상 이중예정이 아닌 일원예정, 즉 은총의 선택만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예정론의 전개에서 불신자들에 대한 전통적 유기론을 기독론적으로 변형시키면서, 인간 대신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유기의 대상이 되도록 한다”며 “그러나 칼빈은 바르트와 달리 유기론을 그리스도에게 담당시키지 않고 죄인인 개인이 당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바르트의 기독론적 일원예정론이 아닌 기독론적 이원예정론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르트는 유기론을 다루기는 하나 그것을 인류를 대표하는 그리스도의 인성에 돌림으로써 죄인인 개인이 유기당하는 것을 기독론적으로 무위화시켰다”며 “이러한 바르트의 유기론 포기는 유기를 말하고 있는 성경의 계시를 신학적으로 제거하는 것으로써, 정통주의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원예정론은 종말론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만인구원론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김 박사는 “바르트는 칼빈의 예정론을 수용하면서도 이를 보편기독론적 일원예정론으로 수정함으로써 만인구원론의 길을 열어놓았다”며 “그는 교의학에서 만인구원론을 천명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신학 구조는 필연적으로 보편구원론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바르트는 자신이 평생을 바쳐 저술한 방대한 교의학의 체계에 있어 ‘신자유주의’라는 비난의 여지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박사의 발표를 논평한 최영 박사(기장 목회학박사원)는 바르트 예정론에 대한 김 박사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통주의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지, 바르트의 선택 교리는 칼빈이 원래 말하고자 했지만 명확히 말하지 못한 것을 새롭게 표현해 낸 것이 아닐까”라며 “칼빈은 선택과 유기를 말했지만 그에게 예정은 기본적으로 하나님 은혜의 선물로 이해되고, 이 주권적 은혜의 선택은 영원한 것이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칼빈은 선택과 유기 교리는 단지 하나님의 영광을 드높이려는 목적에서만 취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고, 믿는 자들은 하나님의 비밀스러운 계획을 더 이상 깨묻지 말고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선택됐다는 구원의 확신을 갖고 살아가라고 권면한다. 게다가 그는 이 문제를 설교단에서 언급하지 않았고, 그가 설교단에서 언급한 내용은 오로지 순전한 하나님의 은혜로써의 선택 뿐이었다. 그렇다면 예정에 대한 칼빈의 이러한 견해는 정통주의자들보다는 오히려 바르트의 견해와 더 가깝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김영한 박사가 “바르트의 신학 구조는 필연적으로 보편구원론으로 귀결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바르트는 ‘만유화해론’ 또는 ‘만인화해론’을 주장했지 결코 ‘만인구원론’이나 ‘보편구원론’을 주장하지 않았다”며 “바르트에 의하면 화해와 구원은 다른 사건이다. 화해는 2천년 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죽음, 그리고 부활을 통해 객관적으로 일어났고, 구원은 오늘 여기서 성령의 능력과 역사를 통한 인간의 주관적 수용을 통해 일어난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선 김영한 박사 외에 오영석 박사(전 한신대 교수)가 ‘칼 바르트의 신학의 입장에서 영성과 영성신학의 문제’를, 권호덕 박사(전 백석대 조직신학 교수)가 ‘칼빈과 바르트의 성육신론’을, 황덕형 교수(서울신대 조직신학)가 ‘일반적인 문화 이해와 바르트의 문화신학’을, 김옥주 교수(한세대)가 ‘칼 바르트의 삼위일체론에 관한 비평적 고찰’을, 박성규 교수(장신대)가 ‘칼빈과 바르트의 정의론’을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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