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기타소득세’ 분류하면 사회적 비용 염려”

신태진 기자  tjshin@chtoday.co.kr   |  

김집중 세무사, ‘근로소득세’로 할 것 주장… “재정투명성 해결이 우선”

▲김집중 세무사의 발표 모습. ⓒ신태진 기자
▲김집중 세무사의 발표 모습. ⓒ신태진 기자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27일 서울 서대문구 한백교회에서 ‘종교인 과세’에 관한 월례포럼을 열었다. 여기에서 살림세무회계 대표인 김집중 세무사는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기타소득세로 결정한 것은 잘못됐으며, 근로소득세로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세법개정안에 따라, 오는 2015년부터는 종교인들도 소속 단체에서 받은 금품이 기타소득(사례금)으로 분류돼 소득세를 내야 한다.

김 세무사는 “정부가 종교인을 과세 기반으로 원만하게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면서 “고소득-저소득 종교인간의 과세형평성, 기존 근로소득자와의 과세형평성, 기존의 자발적 납세종교인과의 과세형평성을 상당히 침해하며, 특별한 규정을 하지 않았던 기존의 소득세법보다 오히려 개악된 법이라는 점, 기존의 관련 판례나 관계기관의 유권해석을 뒤집어야 하는 점 등 문제가 많다. 한 마디로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세법상 종교기관도 엄연한 비영리법인이므로 비영리법인 종사자와의 과세형평성을 고려할 때 근로소득과세가 맞다. 다른 비영리법인들도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활동에 종사하는 것을 이유로 받는 소득을 사례비로 보지는 않는 것이 지금까지 과세당국의 입장이었다. 일반적으로 종교인들도 매월 정액의 보수를 받으며 각종 가족수당과 퇴직금, 연금 등도 받고 있다. 이런 정황에서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경우 다른 근로소득자와의 과세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또 “기타소득과세를 할 경우 (종교인 전체의) 80%에 해당하는 저소득 종교인은 근로장려금 및 자녀장려금의 혜택에서 제외된다. 서민 중산층을 지원하기 위해 고용취약계층의 세제지원 및 근로장려금 수혜대상을 확대하려는 이번 세법개정안의 기본 방침에도 맞지 않다”고 했다.

김 세무사는 “기타소득과세를 할 경우 저소득 종교인들은 사회안전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도 종교인들은 고용산재보험가입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입 대상에 포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종교인 실업의 심각한 사회문제화(신학교 졸업생의 과도한 배출) 등을 고려할 경우, 그들이 일상생업을 유지하면서 선교할 수 있는 자비량 선교를 생각해야 한다. 그렀다면 근로소득으로 과세하여 사회안전망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어 “천주교의 경우에는 이미 전국 교구 차원에서 모든 사제들에게 근로소득과세의 원칙을 수십 년째 지켜오고 있으며, 개신교의 경우에도 상당수의 영향력 있는 교회들이 이미 근로소득으로 자발적으로 납세하고 있다. 이미 모든 종단들은 근로소득과세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그렇게 수 년간 굳은 합리적 관행을 기타소득의 원래 취지에 반하는 방향으로 바꾸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기존에 근로소득으로 자발적으로 신고하고 있던 저소득 종교인의 경우 종교직 종사자의 총 급여를 기준으로 대출을 받는 경우들이 많다. 이 경우에도 총 급여에 대해 담보대출을 해주다가 기타소득금액에 대해 담보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요건이 바뀔 경우, 대출한도가 감소하여 해당 종교단체의 운영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대출을 끼고 교회를 세우거나 임차하고 있는 미자립교회들의 경우에는 보통 큰 부담이 아니며, 이는 부동산 시장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세무사는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경우 근로소득과 기타소득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고용산재보험의 경우에는 전문 종교인은 가입하지 않고 그 외의 사무직 종사자는 가입하는 근로자로 본다. 문제는 저소득 종교인의 경우에는 사무와 종교업무가 혼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야간운전 및 각종 위험한 업무에 노출되는 종교인의 특수성상, 근로소득으로 과세하고 사회보험의 안전망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토론 시간에 김 세무사는 종교인 과세와 재정투명성에 관해, “교회는 지하경제다. 근로소득이냐 기타소득이냐 하는 것으로 교회의 재정투명성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세금 내고 있다고 생색만 내지, 눈 가리고 아웅이다. 결과적으로는 교회의 재정투명성으로 먼저 들어가서 과세 문제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 재정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교단 대표들과 정부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종교단체 회계기준을 만들어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종교단체가 수긍할지는 의문이다. 2015년 과세는 너무 빠르다. 적어도 10년은 이런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가 세법에 종교인 소득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서는, “기타소득 안에 종교인 소득 조항을 신설하든, 8가지 소득의 종류 외에 조항을 신설하든, 결론적으로 근로소득으로는 안 넣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하지만 종교단체 종사자들도 폭넓게 근로소득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기존의 판례들과 법리가 있다. 기타소득에 종교인 과세를 신설하는 것도 기타소득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다. 사실 기존 소득 종류 외에 신설할 만한 특수성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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