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독교인이 기록한 中 지하교회의 순교, 그리고 생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그들은 어떻게 그 엄혹한 시대를 견뎌내었나

▲책은 중국 기독교가 어떻게 엄혹한 마오 시대를 거치며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수가 크게 증가했는지를 추적한다. ⓒ일러스트=그래픽팀
▲책은 중국 기독교가 어떻게 엄혹한 마오 시대를 거치며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수가 크게 증가했는지를 추적한다. ⓒ일러스트=그래픽팀

붉은 하나님
랴오이우 | 새물결플러스 | 332쪽 | 14,500원

지난달 열린 한국기독교역사학회 주최 학술발표회에서 이재근 박사(합동신대)가 발표한 ‘세계기독교학의 부상과 연구 현황’에서는,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중국 기독교의 압도적 인기’에 주목했다. 이 박사는 “학회 현장이나 근래 출간되는 중국 기독교 관련 출판물의 양을 보면 중국 기독교의 부상은 단지 ‘뜨겁다’는 표현 정도로는 충분치 않은 거대한 쓰나미 같은 것”이라며 “중국 기독교 관련 연구자들의 약 80%는 영국과 미국, 호주, 캐나다, 다른 유럽 국가 출신의 서구 학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식민지였고 선교사업 투자가 몰렸던 인도와 아프리카에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대세는 인도와 아프리카 기독교였다. 그러나 기독교가 점차 쇠퇴하고 있는 영국을 대신해 학계의 주도권을 잡은 미국인 연구자들이, 자신들이 공산화 이전 물질과 인력을 전적으로 쏟아부었던 중국에 집중하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 공산당에 의해 쫓겨나기까지, 미국교회에 ‘선교지 중국’은 기독교가 마지막으로 번성할 종착지이자 ‘새 예루살렘’ 같은 곳이었는데, 이런 이상과 열정으로 모든 것을 쏟아부은 중국에서 갑자기 모든 선교사들을 추방하고 50년간 현지 기독교인을 죽이거나 박해했을 때의 미국 기독교인들의 상실감이 어떠했겠냐는 것. 이 박사는 “그러나 개방 후 드러난 실상은 이들이 다시 흥분할 모든 요소를 그대로 갖추고 있었다”며 “중국 기독교인은 지하에서 살아남았고 그 숫자는 한국 인구 전체 수를 넘어설 만큼 거대했는데, 이것이 미국 기독교가 다시 중국 기독교에 전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새물결플러스에서 나온 <붉은 하나님(God Is Red)>은 바로 이 미국인들이 절망했던 시기, 즉 ‘문화대혁명’ 전후 40여년의 핍박 기간 동안 중국 지하교회들이 벌인 처절한 사투를 다루고 있다. 이 박사도 각주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저널리스트이자 시인인 반체제 활동가 랴오이우(廖亦武)가 공안의 감시 가운데서 중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그 시절의 증언을 담아낸 기록이다. 제목의 ‘붉은’은 중국을 상징하기도 하고, 그들이 흘려야 했던 많은 피를 상징하기도 한다.

책에는 상하이 인근 큰 규모의 의과대학 학장직을 포기한 채 시골 지역으로 가서 병든 이들을 치료하며 복음을 전하는 선 선생, 베이징에서 신경외과 전문의로 활동했지만 남부 저장성에서 복음을 전하다 투옥된 쉬 목사, 복음을 전하다 처형돼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20세기 기독교 순교자’ 10인 중 한 사람으로 동상이 세워진 왕즈밍 목사, 21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던 가정교회 지도자 위안시앙천 목사 등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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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가장 큰 특징은 랴오가 ‘비기독교인(넌크리스천)’이라는 데 있다. 랴오는 중국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추적하다 ‘제국주의자들의 사악한 앞잡이들’이 전하는 종교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그들의 이야기는 동과 서가 만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하는 이 시대에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쓰도록 몰아붙였다.” 비기독교인이기에 감상에 빠지거나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라는 태도의 일관이 아닌, 지하교인들의 신앙과 핍박, 순교에 주목하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중국 지하교인들이 힘겹게 지켜낸 중국 기독교의 ‘어제’를 토대로 ‘오늘과 내일’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점이다. 시골 소수민족인 이족과 먀오족 마을에서 기독교는 그들의 전통음식 ‘캬오바’만큼이나 그들의 삶 속에 친숙하게 자리해 있다. 이곳의 기독교는 ‘토착 종교’라 할 만하며, 이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양식이 됐다. 서로 다른 두 문화의 충돌이 아닌, ‘중국적 특성을 가진 새로운 기독교’가 자리한 것이다. 반면 도시의 기독교는 서구적 특성을 띠며 부흥하고 번창했다. 새로 회심한 이들은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나 은퇴자들로, 품질 좋은 코카콜라나 폭스바겐을 받아들이듯 서구 신앙을 받아들이고 있다.

좀 더 젊은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서구식 찬송가를 부르는 것을 ‘최신 유행’이라 생각하는 상황에서, 랴오는 묻는다. “부와 물질적 안락에 사로잡힌 중국 대도시의 불안한 인민들에게 기독교는 과연 참 평안을 주는 영혼의 항구가 될 수 있을까? 기독교는 분명 쉬·선 선생 같은 이들의 인생을 변화시켰다. 아니면 불교와 도교가 그랬던 것처럼 기독교 또한 전체주의 권력에 순응하는 사람들을 양산하는 신앙이 되고 말 것인가?”

읽는 내내 떠올랐던 것은 차로 1시간이면 닿을 거리의 북한 주민들, 그리고 지하교인들이었다. 40여년의 핍박도 이 정도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는데, 70여년째 계속되고 있는 저들이 해방되면 얼마나 더 끔찍하고 잔인한 핍박과 고통의 이야기가 들려오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통일이나 개방화가 진행된 후 훨씬 나은 조건에서 그들의 신앙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도 생겨난다.

마침 개봉을 앞둔 <신이 보낸 사람>은 이를 약간이나마 구체화시킬 좋은 계기이다. 북한 지하교회의 절규와 희생, 절망과 희망을 담은 이 영화는 “남조선이 정말 가나안입네까?”라는 한 마디로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게 하고, 우리의 처지를 다시 한 번 감사하게 하며, 그들을 위한 기도와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이번 2월에는 이 책을 읽고 그 영화를 감상하면서, 북한 기독교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기도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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