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목사 자녀들, 구심점 잃고 극심한 재산 다툼

애틀랜타=신디김 기자  newspaper@chtoday.co.kr   |  

현지 교계, 영적·정신적 유산까지 빛 바랠까 우려

▲지역 언론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버니스 킹. ⓒ지역 언론 캡쳐
▲지역 언론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버니스 킹. ⓒ지역 언론 캡쳐

킹 목사의 유산을 놓고 자녀들 간의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마틴 루터 킹 Jr. 목사의 아들들이 부친의 노벨평화상과 함께 ‘여행용 성경’까지 팔려고 했다는, 딸 버니스 킹의 폭로와 법정 소송이 이어지면서 애틀랜타는 물론 미 전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킹 목사의 여행용 성경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됐을 당시 손을 얹고 선서했을 정도로 의미 있는 유품이다.

마틴 루터 킹 Jr. 목사는 흑인 인권운동 및 비폭력 저항운동 상징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녀들은 끊임없이 재산 문제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등 애틀랜타 흑인사회와 교계 내 우려를 사고 있다.

킹 목사의 딸이자 목사인 버니스 킹은 최근 형제들에게 법정소송을 당하자, 이에 맞서 공개적인 기자회견과 폭로를 통해 자신이 유산의 진정한 상속자라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녀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덱스터 킹과 마틴 루터 킹 3세가 아버지의 노벨평화상 메달과 여행용 성경을 개인에게 팔려고 하는 계획을 반대해 왔다”고 언급했다. 버니스가 이 두 가지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데 형제들이 이를 넘길 것을 법원에 요청하자, 이를 공개석상으로 끌고나와 반대 여론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버니스 킹은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목회했던 역사적인 에벤에셀침례교회에서 지난주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께서 이 자리에서 ‘나의 성경과 메달을 팔면 안 된다’고 말씀하실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아버지를 대신해 선 것”이라면서 “만일 책이 쓰인다면, 적어도 한 사람은 그(킹 목사)의 정신적 유산을 이어가려고 했다고 적힐 것”이라고 덧붙여, 두 형제가 아버지의 영적인 유산에는 관심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킹 목사의 자녀들은 1995년 아버지의 유품과 모든 재산을 ‘마틴 루터 킹 Jr. 재단’에 위임하는 서명을 했다. 덱스터와 마틴은 버니스에게 이 사실을 반복적으로 알렸지만, 그녀가 보관하고 있던 메달과 성경을 돌려줄 것을 거절해 법원에 반환신청을 해 놓은 상황이다. 마틴 루터 킹 Jr. 목사는 1968년 암살당했고, 미망인 코레타 스캇 킹 역시 2006년 사망했다. 이후 자녀들간 유산 다툼과 불화가 계속되고 있다.

킹 목사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유산으로 많은 이득을 취했는데, 2006년에는 1만 건의 문서를 경매를 통해 3200만 달러에 팔아 모든 자녀들이 동등하게 나눠 갖기도 했다. 킹 목사의 신념과 영적·정신적 유산을 귀하게 생각하는 많은 이들은, 그의 자녀들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법적인 다툼을 함으로 인해 자칫 킹 목사의 정신까지 흐릴까 염려하고 있다.

‘십자가를 지라: 마틴 루터 킹 Jr. 목사와 남부 기독교 지도자 컨퍼런스’라는 책을 저술한 역사학자이자 1987년 퓰리쳐 상 수상자인 데이빗 J. 가로우는 “킹 목사 자녀들 간 일어난 최근의 다툼에 대해 들었을 때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들은 탐욕스러워졌고, 킹 목사의 유산은 달러의 가치로 최대화되고 있다”고 냉소했다.

코레타 스캇 킹 여사의 생전에도 킹 목사의 자녀들은 크고 작은 갈등으로 서로 대화조차 하지 않는 기간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가 극심해지고 있다. 2006년 1월 모친이 소천한 이후 장녀인 욜란다 킹이 가족들의 구심점이 되어 왔지만, 욜란다가 2007년 5월에 사망한 이후에는 이들을 이어주는 끈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욜란다가 사망하고 1년이 갓 지난 시점에서, 나머지 세 명의 남매 사이에 오랫동안 ‘끓어 오던’ 문제가 ‘끓어 넘치는’상황이 됐고, 이들은 몇 달 사이에 세 건의 소송으로 서로를 옭아맸다. 갈등의 핵심은 아버지의 유산을 누가 관리하느냐인데, 과거에는 버니스와 마틴이 덱스터와 대립하는 구도였지만, 이번에는 버니스가 마틴·덱스터와 대립하고 있다.

‘킹 목사의 자녀들이 다시 싸운다’는 사람들의 비난을 의식한 버니스는 이번에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두 가지 물건은 아버지 사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즉 하나님의 사람임과 평화적인 투쟁의 챔피언임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역사학자 가로우는 “킹 목사의 이런 유물들은 박물관 같은 곳으로 가서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킹 목사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유산이 진정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마틴 루터 킹 Jr. 목사는 지극히 이타적이며, 욕심이 없었던 한 사람이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킹 목사의 오른팔이자 가족의 오랜 친구인 조셉 로우리 목사는 버니스의 결정을 지지하고 나섰다. 그는 “마틴의 성경과 메달을 팔겠다는 생각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 그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유산을 팔지 않도록, 이견을 좁히고 잘 해결해 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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