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살아도 주를 위해, 하루를 죽어도 아버지를 위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예수님 마음으로 책읽기] 서정인의 「“고맙다”」

“고맙다”
서정인 | 규장 | 280쪽 | 13,000원

이 책은 2003년 설립된 한국컴패션 사역과 대표이사인 서정인 목사님의 눈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가복음 10장 33절에 ‘사마리아 사람은 그를 불쌍히 여겨’라는 구절이 있는데, ‘불쌍히 여겼다’에 해당하는 단어가 바로 ‘컴패션(Compassion=com(함께)+passion(고통)=함께 아파하다)’이라며, 서 목사님은 한국컴패션 사역을 하게 된 것부터 자신의 계획이 아니었음을 고백합니다.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7년 미국으로 가 경영학 학사, 기독교교육학 석사, 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에 돌아와 총신대와 성결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그러다가 美 트리니티신학대학과 코너스톤 대학에서 청빙을 받고 한 군데를 결정하면 되는 상황을 맞죠. 마흔을 앞둔 저자에게 안정된 미래가 시작되려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국제컴패션 부총재 애드 앤더슨의 전화를 받습니다. 초대 한국컴패션 대표로 추천을 받았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는 겁니다. 월드비전은 알지만 컴패션은 몰랐던 저자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컴패션의 역사를 듣습니다.

1952년 한국전쟁 중 거리를 떠돌던 한국 어린이들을 위해 시작되었는데, 이후 10만명이 넘는 한국 어린이들을 일대일 양육(환경을 바꾸거나 먹을 것과 입을 것만 주는 것이 아닌, 부모가 자녀를 키우듯 먹이고 입히고 학교에 보내고 건강을 챙겨주며 사랑으로 양육하는 것을 의미)으로 도왔고, 1993년 한국의 경제 성장을 축하하며 철수했다는 겁니다. 한국인도 아닌 미국인을 통해 전혀 몰랐던 모국의 반 세기 역사를 들었을 때, 아내는 길게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바로 “기도 응답 맞네! 바로 이 일이 맞는 것 같아”라며 한국으로 돌아갈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2002년 미국으로 간지 1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와서,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한국컴패션’ 사역이 시작된 겁니다.

이 사모님, 누구인지 참 궁금합니다. 도대체 어떤 믿음이기에 안정적인 미국 대학 교수를 걷어차고, 남편보다 앞장서서 고생길을 택했을까요? 앗, 그러고 보니 우리 교회에도 그런 집사님이 계시네요. 캐나다에서 대학 교수를 하며 난민들을 돕는 사역을 하셨는데(30대 여성), 호주에서 좋은 조건으로 교수직을 제안받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고국에 돌아가 하나님 일을 해야겠다고 작년에 귀국했습니다. 그런데 암이 발병(연구 대상이 될 정도로 특이하고, 많은 장기에 전이된 암들)되었죠. 생명이 위독할 정도의 고난이었는데, 하나님은 현재 그 집사님이 교회에서 봉사하고 뉴욕 유학생들 사경회를 돕는 스태프로 사용하셨습니다. 아직 완치는 아니지만 놀라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서정인 목사님의 사모님도, 우리 교회 집사님도 성령의 도우심이 있기에 이런 역사가 진행된다고 믿습니다.

이렇게 한국컴패션 사역이 시작되어 필리핀에 갔는데, 어마어마한 쓰레기더미 속에 있는 아이들이 그곳에서 주운 것을 먹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잽싸게 사진기를 들었답니다. 이런 사진을 찍어야 후원자들도 나오고 사업이 잘 진행되겠다는 생각을 했겠죠. 그런데 아이들이 카메라를 피했습니다. 살짝 지쳐갈 무렵 어디선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야 찍혀줘! 어차피 너와 나는 다 여기서 이렇게 살다가 가는 거야.”

까만 두 눈 속에 말없는 슬픔과 공허함이 있는 그 아이들은 눈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를 찍지 말아주세요.’ 순간 머리가 멍해졌는데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네가 무엇을 보고 있느냐? 내 눈에는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생명이구나.” 저자는 하나님과 자신이 완전히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고 고백하며, 생명을 생명으로 소망을 소망으로 보지 못했던 자신은 자격 없는 아빠처럼 부끄러운 마음으로 쓰레기산 한복판에 서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이런 아픔을 겪은 후 컴패션은 현지 교회와 협력하여 어린이센터를 운영했습니다. 교회 시설을 이용하여 후원금에서 시설비가 사용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은 겁니다. 26개 후원 대상국의 160만 명의 어린이가 양육 받는 6천개 어린이센터가 모두 그렇게 운영됩니다.

글로 읽는데도 눈물이 나는 이야기가 무척 많습니다. 에콰도르에서 가정방문을 마치고 현지 목사님과 맥도날드에 들어가려는데, 그 분이 들어가지를 않습니다. “맥도날드 음식이 안 맞으세요?” 에콰도르 목사님이 울면서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한 번도 맥도날드에 와본 적이 없어요. 저는 그냥 여기에 있겠어요.” 서정인 목사님은 햄버거를 사 밖에서 그 목사님과 먹었고, 3년 후 그곳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세워지면서 칼을 차고 살인하는 아이들의 놀이가 사라졌습니다.

엘살바도르의 마약 소굴이라고 불리는 곳은 주민들 70퍼센트 이상이 마약 경험자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교회에 출석하면서 지역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전에는 마약범들이 조직폭력단에서 나오는 방법은 거의 죽다시피 하는 것 뿐이었는데, 이제 이 교회에 등록하고 주보를 가져가면 가능해진 겁니다. 필리핀 세부의 한 어촌에는 새벽 1시만 되면 어린 여자 아이들이 아버지 손에 이끌려 부둣가로 나갔습니다. 아버지가 딸에게 매춘을 시키는 겁니다. 그러면 1-2 달러를 손에 쥐는데, 그 돈으로 아버지는 술을 먹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교회와 어린이센터가 세워지면서 눈물로 회개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넘쳤습니다.

차인표 씨가 에티오피아의 은토토 산에서 겪은 일입니다. 어린이들이 새벽 5시에 집을 나와 오후 3시까지 땔감을 주워 시장에 가서 파는 비용은 우리 돈으로 300원 가량입니다. 그런데 이 일을 하는 어린이들이 1백만 명에 달합니다. 무거워 보이는 아이들의 나뭇짐을 들어주었는데, 건강한 남자가 들기에도 무겁고 찔리는 나무도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짐을 지고 가파른 산길을 내려온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눈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고 차인표 씨는 고백합니다. ‘어쩌면 내일 이 일을 할 수 없을지 몰라요. 내일은 제가 아프거나 굶을 지도 모르거든요. 그래도 저, 오늘 열심히 살래요. 이 짐을 지고 제 길을 걸어갈래요.’ 눈물 나는 아이들 이야기는 끝이 없으니, 이 정도로 그치겠습니다.

성남에서 샬롬교회를 개척해 목회하시는 김정하 목사님의 이야기입니다. 두 명의 아이를 돕다 5명의 아이들을 더 후원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교회 계단 앞에서 구두를 닦습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아이들을 후원하는데, 어느 날 사모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형편이 어려워져 후원금 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내용과 목사님이 루게릭병에 걸렸다는 전화였습니다. 컴패션에서 목사님을 찾아갔을 때 이렇게 말씀합니다. “내가 죽고 수많은 사람들이 산다면, 저는 열 번이라도 더 죽을 수 있습니다.” 국제컴패션에서 목사님 동영상을 보고 “당신의 구두닦이 통은 어디 있느냐?”고 물었고, 컴패션에서 1천만원 넘는 헌금을 모아 목사님께 전달했는데, 다음 날 돌려주셨습니다. 서정인 목사님은 그 돈을 들고 성남으로 갔습니다. “목사님 쓰시라고 드린 돈이 아닙니다. 자녀들을 보세요. 좋은 옷에 맛있는 것 누리고 싶지 않겠어요?” 그 때 옆에 계신 사모님이 하하 웃으시며 대답하십니다. “이건 우리 아이들이 결정한 거예요. 그러니 컴패션에 가져가세요.”

성남시에 계신 목사님 이야기를 읽다보니 떠오르는 자매가 있습니다. 성남시 임대주택에 살던 초등학교 3학년, 1학년(지금은 중1, 초5가 되었겠네요)이었는데, 이혼 후 일용직을 하는 아빠는 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밥도 해 먹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어린 두 아이들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우연히 이 아이들을 알게 되면서, 몰래 학교 급식비와 미술학원비를 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통장에 아이들을 위한 돈을 모아주었죠.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자살을 했습니다. 장례를 해 줄 사람도 없고, 어린 아이들은 아빠 죽음 앞에서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습니다. 그 장례를 마치고 수소문을 해 용인에 사는 어머니를 찾았습니다. 좋은 분이더군요. 작은 회사를 다니며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세 번 정도 찾아가 대화를 했더니, 전혀 모르는 목사가 뛰어다니는 것이 고마웠는지, 울면서 잘 키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심이 느껴져 통장을 주고 왔습니다.

그 후 아이들을 만나 먹고 싶다는 스파게티를 사 주고 과자도 사 주었는데, 어느 날부터 아이들과 연락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저를 보며 아버지 상을 그리는 것 같았는데, 자립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아이들에게 이별을 고했죠. 그런데 나중에 소식을 들으니 아이들이 엄마와 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웃음도 찾았고요. ‘정말 하나님께서 아이들의 마음을 만져 주셨구나!’ 감사하며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눈물이 참 많습니다. MBTI 검사를 해도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나치게 높고, 설교를 하다가도 울먹인 적이 많습니다. 실내화를 사지 못하는 아이, 안경을 맞추지 못하는 아이…. 아내가 초등학교 교사이기에 이런 정보를 들을 때마다 몰래 그 물건들을 사주고 많이 울었습니다. 그런데 아파하는 마음이 줄어들었습니다. 아니 아파하는 마음은 동일한데, 지속성(아파하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책 「고맙다」를 읽으며 조금 그 마음을 회복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 속에서, 처세술로 어떻게든 나는 배부르게 먹겠다는 마음만 가득하지는 않은가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 무엇인지 한 번은 헤아리는 자녀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주님 부르시는 날,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칭찬 받는 저와 여러분들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하루를 살아도 주를 위해, 하루를 죽어도 아버지를 위해….

사랑합니다. 하늘뜻섬김지기 이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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