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교의 관문’ 광둥 선교 200년 정리한 ‘가정주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정체성 찾고 싶어 시작… ”

▲중국 전도에서 광둥성(주황색)을 가리키고 있는 김현숙 집사. ⓒ이대웅 기자
▲중국 전도에서 광둥성(주황색)을 가리키고 있는 김현숙 집사. ⓒ이대웅 기자

평신도이자 ‘평범한 가정주부’가 중국 광둥성(廣東省) 선교 200년 역사를 정리해 화제다. 주인공은 사업차 중국에 체류했던 남편을 따라 광둥성 내 대표적 상업도시인 광저우에 10여년 거주한 김현숙 집사.

중국 선교는 지난 1807년 영국인 선교사 로버트 모리슨(Robert Morrison)이 광저우로 입국하면서 시작됐다. 김 집사가 광둥성 선교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그해에 한인교회 중심으로 열린 중국 선교 200주년 기념예배에 참석하면서였다. 광둥성이 중국 대륙의 기독교 전파에 있어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호기심이 생겼다.

“단기선교를 많이 가는 홍콩이나 마카오가 아니라 광저우를 통해 중국 선교가 시작됐다는 게 신기했지요. 정확히 어디로 들어왔는지 궁금해 목사님들과 기념행사에 찾아오신 께 여쭤봤지만, 아는 분들이 없으셨어요.”

이듬해에는 한 선교사와 우연히 120년 역사의 ‘독일 교회’ 건축 유물이 있다는 사실과 중국 정부가 터널 공사 때문에 이 건물을 옮겼다 다시 제자리로 돌릴 예정이라는 신문 기사를 접하게 됐다. 김 집사는 “당시엔 도로 이름이 신의로(信之路)라는 점과 정부에서 건물을 그냥 허물지 않고 큰 비용을 들여 이런 공사를 하게 됐는지가 궁금해 현장을 방문하게 됐다”며 “그때부터 광저우에서 일어난 선교 역사를 추적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저 궁금해서, 알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하나님께서 광저우로 저를 보내신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광저우라는 곳이 외국이고 기후도 좋지 않은데, 이곳에서 제가 살고 있는 것에 대한 답을 얻고 싶기도 했어요. 제 정체성을 찾고 싶었다고 할까요….”

광저우 곳곳의 선교사 유적지들을 찾아다니면서 자료를 수집했다. 그러나 발품을 파는 것만으로는 자료 수집이 쉽지 않았다. 결국 중국어를 알아야 한다는 답이 나왔고, 자신도 공부하면서 남편과 아이들의 힘을 빌렸다. 특히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2009년 지역 신문들에서 그곳의 역사에 대한 갖가지 기사들을 쏟아낸 것을 모두 읽은 것이 큰 힘이 됐다.

자료가 쌓여가니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선교 역사를 탐방하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고 좋을 수 있다는 생각에, 소개를 해 드리고 싶었어요. 남편도 자료가 쌓여가는 걸 보고 한인교회 성도님들을 위해 책자를 만들어서 보시도록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지요.”

김 집사는 쌓인 자료를 토대로, 학생들을 데리고 광저우 기독교 유적지 투어를 실시하기도 했다. 30회 이상 갔지만, 질리기는커녕 갈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 들어 설명도 매번 달랐다고 한다. 안내하면서 모든 경비는 자신이 손수 부담했다.

2011년, 그렇게 만들어진 책이 <시님의 빛>이었다. “책을 쓰려면 깊은 지식이 필요하니 공부를 해야 했지요. 중국 자체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근대사를 공부해야 했고…, 완전히 취미생활을 넘어선 것이었어요. 유적지들이 사는 곳과 멀기도 해서 ‘이걸 왜 하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를 모르면 폐허가 된 예배당이나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들을 찾아가도 공허한 여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박차를 가했다.

“공부해 보니, 광저우는 복음이 처음 전해졌을 뿐 아니라, 성경번역도 처음, 학교도 처음, 영어도 처음 전래된 곳이었어요. 한 마디로 그 시대 선교사들의 도전과 개척, 열정이 서려 있는 곳이었지요. 특히 미국 오하이오 쪽에서 선교사들이 많이 오셨는데, 그 추운 지방에서 아열대 기후인 광둥성으로 이주하다 보니 선교사 부인이나 자녀들이 풍토병에 걸려 소천하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처음 복음이 들어온 곳이지만, 당시 서양 선교사들은 아편 상인들의 통역관으로 입국했다. 이 때문에 당시 중국인들은 서양 선교사들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었다. 특히 광둥성은 1·2차 아편전쟁을 앞바다에서 지켜봐야 했고, 지금까지도 마약(아편)에 대한 후유증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광둥성 사람들에게는 기독교에 대한 잠재적인 반감이 남아있다고 한다. 해상 무역도시여서, 기독교 뿐 아니라 불교와 이슬람교 등의 유물도 많고, 왠만한 신은 다 섬기는 다원주의적 문화를 갖고 있다.

“그래서 문화사역이 먼저 진행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광둥이 ‘복음의 게이트(gate) 역할을 했는데, 아직 많은 이야기들이 남아있을 거라 생각해요. 중국으로 들어오시는 우리 선교사님들도 너무 중국을 모르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려면, 우선 중국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봐요. 우리나라에 신학교가 이렇게 많은데도, 중국의 기독교 역사에 대한 논문조차 하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 집사가 쓴 <시님의 빛>은 나하례 선교사(Henry Varnum Noyes) 3남매의 중국 광둥성 사역을 소개하는 것이 주 목적이어서, 인물 중심으로 기술돼 있다. 그러나 투어를 위해서는 지역별 설명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가이드북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그러다 이해를 위해 살을 붙이다 보니 일이 커져, 다시 단행본 형태로 제작하고 있다. “책이 나오면 딱 한 가지 기대하는 게 있는데,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과 책을 통해 소통하고 싶습니다.”

본지는 김현숙 집사의 ‘중국 선교 200년, 광둥 선교 이야기’를 요약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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