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女, 결혼 반대한 가족들에게 돌 맞아 사망

LA=주디한 기자  newspaper@chtoday.co.kr   |  

2013년 명예살인당한 여성 896명

파키스탄 임산부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5월 27일(현지시각) 파키스탄 동북부 라호르시에서 가족들이 던진 돌에 맞아 숨졌다.

당시 그는 가족들이 자신의 남편에게 유괴혐의를 씌운 데 항의하기 위해 법원에 가고 있었다. 경찰 수사관 라나 무자히드(Rana Mujahid)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를 살인죄로 즉시 체포했으며 이 범죄에 동참한 사람을 모두 검거하기 위해 수사 중이다.

파키스탄의 보수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중매혼을 하며, 매년 수백 명의 여성들이 간통이나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성행위 혐의로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투석형을 실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번 사건은 대낮에 법원이 위치한 시내 주요 도로 한가운데서 구경꾼이 모인 가운데 벌어졌다.

경찰관 나셈 버트(Naseem Butt)는 살해당한 여성이 파자나 파벤(Farzana Parveen·25세)이며, 모하메드 입불(Mohammad Iqbal·45세)과 수 년간 교제 후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와 결혼했다고 설명했다.

파벤의 변호사 무스타파 카랄(Mustafa Kharal)에 따르면, 그의 부친 모하메드 아젬(Mohammad Azeem)이 입불에게 유괴혐의를 씌웠고, 이들 부부는 이에 항의했다. 당시 파벤은 임신 3개월째였다.

부친과 형제들을 포함해 20명에 달하는 파벤의 가족이 라호르 시 고등법원 앞에서 기다리다, 이 부부가 정문으로 향하자 허공을 향해 총을 발포한 후 입불에게서 파벤을 빼앗으려 했다.

수사관 무자히드와 이 여성의 남편 입불에 따르면, 입불과 파벤이 저항하자 부친과 형제들과 친척들이 구타하기 시작했고, 결국 근처에 있던 벽돌을 파벤을 향해 던졌다.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 5명의 자녀를 둔 입불은, 첫 부인 사후 파벤을 만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AP통신에 “우리는 사랑했다”며, 결혼 전 파벤의 가족이 과도한 지참금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관 무자히드는 “가족의 동의 없이 결혼해 명예를 손상시킨 딸을 죽였다. 나는 한 치의 후회도 없다”는 부친의 말을 전했다.

지난달 발표된 파키스탄 인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ssion of Pakistan)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에 명예살인으로 여성 896명이 목숨을 잃었다.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인 지아 아완(Zia Awan)은 “여성이 투석형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법원 앞에서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가장 수치스럽고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 내 경찰 인력이 부족하고 검찰의 사고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범죄에 무죄를 선고하거나 경미한 형벌을 처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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