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을 사적인 영역으로 보며 ‘안정’만 강조하는 관점 때문
개신교 목사와 성직자 대다수가 자신의 회중 가운데 만연한 가정폭력과 성적학대를 매우 과소평가한다고, 크리스천 사회정의 구현단체 소저너스(Sojourners)와 비영리 국제구호단체 IMA월드헬스가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다.
2013년 세계건강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의 연구에서 전 세계 여성의 35%가 심리적으로 혹은 성적으로 가까운 파트너나 비배우자에게 학대 및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미국 질병관리국(U.S. Center for Disease Control)의 조사에서 이와 유사한 수치를 발표했으나, 목회자 중 약 40%는 자신의 교회 회중 가운데 5% 이하만이 이 같은 폭력의 희생자일 것이라 추측한다.
라이프웨이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교회 지도자 중 17%는 자신의 교인 중 11~20%가, 21%는 6~10% 정도가 가정폭력과 성학대를 겪는다고 추측했다.
트라우마 치료, 우울증·불안·성학대 치료 전문가인 모니카 태핀더(Monica Taffinder) 크리스천 상담가는 “많은 목사들이 그들 회중 가운데 이 같은 학대의 희생자·가해자가 있을 가능성에 관해 무지하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목회자 65%는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관해 1년에 한 번 내지는 그보다 더 드물게 설교하며, 22%는 1년에 한 번 설교하고, 33%는 드물게 언급한다. 10%는 단 한 번도 가르치지 않는다.
이 보고서는 “그들이 매년 자신의 교인들에게 성폭력과 가정폭력에 대해 설교하는 횟수로 미뤄 보면, 대다수 목회자들은 이러한 폭력을 튼튼한 가정, 평화로운 사회, 경건, 사회정의 같은 더 큰 종교적 주제의 중심에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폭력에 관해 말하는 목회자라 할지라도 그들 중 72%는 가정폭력을 교회 공동체를 넘어서 있는 문제라 믿어, 교회 내 문제로서 논의하지는 않는다. 단 25%만이 가정폭력을 자신의 교회 회중의 문제로 다룬다.
최근 아내 린지(Lindsey)와 공동으로 “나의 잘못인가?: 가정폭력을 겪는 이들을 위한 희망과 치유(Is It My Fault?: Hope and Healing for Those Suffering Domestic Violence)”를 저술한, 리폼드신학교의 외래교수 저스틴 홀컴(Justin Holcomb) 목사는 “이처럼 목회자들이 가정폭력과 성학대에 관해 말하기 꺼리는 이유는, 이 문제를 일으킨 사람에게 극단적인 수치심을 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홀컴은 크리스천포스트에 “우리가 성적 학대에 관해 논의한다면, 그들은 ‘부정하다’고 느끼며 그 일을 당할 만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가정폭력이라면, 특히 매우 보수적인 종류의 공간에서 경건한 여성이 자신에게 기대되는 가정을 지키고 유지하는 역할에 실패했다고 느낀다면, 그들은 매우 당혹함을 느낀다. 거기에는 ‘결혼해 같이 사는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준다’는 생각이 자리한다.”
또, 태핀더는 가정폭력이라는 용어에 담긴 애매함이 교회가 이 문제를 논의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했다. 태핀더는 최근 상담한 한 여성을 예로 들었다. 그 여성은 수 년간 강제로 남편과 성관계를 맺었으며, 남편은 그녀가 움직이거나 거부하지 못하게 육체적으로 조종했다.
“우리 진료실에 온 지 몇 달이 지날 때까지, 그는 ‘그것은 강간이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는 망연자실했고, 남편은 이를 부인했다. 그들은 일생 동안 크리스천이었고, 교회에 다녔다.”
태핀더는 남성과 여성 모두 가정폭력의 희생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가정폭력을 새롭게 정의하자고 제안했다. 가정폭력은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를 모욕하거나 비하하는 정서적·언어적·성적·신체적·정신적인 모든 것, 배우자가 자신의 배우자라는 지위를 남용하며 상대 배우자에게 덫에 걸린 듯한 느낌을 주는 것, 비하하는지 혹은 사기를 꺾는지와 관계 없이 상대를 좌지우지할 권리를 지닌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들”이다.
소저너스의 연구에서도, 많은 목회자가 희생자를 돕는 자원(resources)에 관해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목회자 43%는 성폭력과 가정폭력에 관한 공동체 자원을 알지만, 48%는 “다소 익숙하다”고 답했다. 8%는 이러한 자원에 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이 단체는 보고서에는 성직자들이 제공하는 자원 가운데 희생자를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들은 보고서에서 “성폭력과 가정폭력에 있어 가장 우선순위는 희생자, 잠재적 희생자의 안전을 즉시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윤리는 미국 성직자들의 가치와 갈등을 빚는다고 진술한다. “그들은 가정 내 사건을 엄격하게 사적인 일로 보며, 가정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비전문적인 '상담'을 목회자의 의무로 간주한다.”
목회자와 성직자 80%는 자신들이 훈련을 받고 더 많은 자원들에 접근할 수 있다면, 가정폭력과 성폭력 희생자를 더 많이 도울 것이라 답했다.
“학대당하는 사람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것 가운데 하나는 ‘당신을 믿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말은 어마어마하게 힘이 세다. 그들은 고립되어 있고, 학대받는 사실이 수치스럽기에 이에 대해 말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것이 얼마나 일반적인 것인지, 그 고통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 연구는 2014년 5월 7일부터 31일까지 1천 명의 개신교 목사들과의 전화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다. 라이프웨이리서치는 복음주의와 개신교 전체 교회의 담임목사, 목사, 사제를 무작위로 조사했다. 오차범위는 ±3.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