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정신 일깨운, ‘순교자 후손’들의 간증

신태진 기자  tjshin@chtoday.co.kr   |  

주기철·이태석·김관주·김철훈·서용문·최봉석 목사 등 ‘평양 순교자들’ 추모예배

▲평양 순교자 유족 초청 추모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신태진 기자
▲평양 순교자 유족 초청 추모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신태진 기자

한국교회순교자기념사업회(이사장 임석순 목사)는 평양에서 순교한 이들의 유족들을 초청해, 27일(금)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중앙교회에서 ‘순교 신앙을 이어받아 화해와 평화의 길로!’라는 주제로 추모예배를 개최했다.

예배 인도는 이사장 임석순 목사(한국중앙교회 담임)가, 기도는 부이사장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원로목사)가 했다. 이어 고문 방지일 목사(영등포교회 원로)가 ‘화해와 평화의 길로’라는 주제로 설교를 전했다. 임석순 목사는 인사에서 “순교자 후손들의 메시지를 통해, 순교 정신과 십자가 정신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윤호 목사, 이승규 장로, 김명혁 목사. ⓒ신태진 기자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윤호 목사, 이승규 장로, 김명혁 목사. ⓒ신태진 기자

주기철 목사의 손서인 이윤호 목사(기독교치유상담원 원장)는 “주기철 목사는 절대복종의 사람, 기도의 사람, 성령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 목사는 “주기철 목사는 아들 영해(당시 6살)와 함께 무학산에 자주 올라 기도했는데, 영해는 아버지의 울부짖는 기도 소리를 들으며 괜스레 슬퍼져서 엄숙해지는 때도 있었다고 한다. 기도의 종, 말씀의 종이었던 주 목사의 목회의 구심점은 기도였고, 일사각오의 신앙으로 순교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부인하고 예수님의 길을 따르는 기도가 있었던 덕분”이라고 전했다.

이태석 목사의 아들인 이승규 은퇴장로(대전대덕교회)는 “일제강점기에 기독교에 대한 탄압과 핍박이 점차 극심해 가고 있을 때에 아버지는 평양시내의 상수리교회와 신암교회의 담임목사로서 순교할 각오로 교회를 섬기며 성도들을 보살폈다. 그러다가 일제 말기에는 모든 교회가 강제 폐쇄되어 혹심한 가정살림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1945년 8.15의 조국광복을 맞은 후에는 다시금 교회문이 열려 목회에 전념하는 감격이 넘쳤다. 그러나 포악한 김일성 공산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교역자들은 목회하는 데 감시받으며 핍박과 고난을 겪어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 공산당은 대패하여 퇴각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교회 지도자들을 체포하여 처참하게 학살했다. 이때에 아버님께서도 10월 11일 평양시내에서 공산당원에게 체포되어 끌려다니다가 온 몸이 쇠사슬로 묶인 채 동평양철도역 근처의 방공호 속에 쳐박혀 놈들의 기관총에 맞아 40여명의 다른 교회지도자들과 함께 몰사 당했다. 우리가 아버지의 시신을 찾았을 때에는 너무나 처참하여 얼마나 슬픔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김관주 목사의 아들인 김명혁 목사(한국교회순교자기념사업회 상임고문, 한복협 회장)는 “아버지는 1946년 5월까지 신의주 제이교회에서 8, 9년 동안 부목사와 담임목사로 목회하시다가 1947년 평양 서문밖교회로 옮겨 가서 목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기독교 자유당 결성과 관련하여 1947년 11월 18일 평양에서 투옥되었다가 평양 교외에 있는 사동 탄광으로 옮겨져 그곳에서 복역하게 됐다. 어머니와 함께 사동 탄광을 찾아가곤 했는데 죄수복을 입으신 아버지를 몇 번 만나 뵌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로부터 신앙적인 감화를 은은하게 받았다. 신앙의 절개를 지키기 위해서는 고난도 감수해야 한다는 교훈을 아버지의 삶을 통해서 실제로 받았다. 아버지는 (어머니도 그랬지만) 나에게 무엇을 강요하거나 잔소리를 하신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부터 장난꾸러기로 살게 됐고, 결국 자의적이고 자발적인 또는 적극적이고 모험적인 삶을 한평생 살게 됐다고 생각한다. 평양 제5 인민학교를 다닐 때 정학을 당하면서도 주일성수를 끝까지 고수했던 것도, 11살 때 혼자서 38선을 넘은 일도, 아버지의 삶을 통한 신앙적인 감화와 함께 방임적인 교육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왼쪽부터) 이금세 장로, 서광선 목사, 정행업 목사. ⓒ신태진 기자
▲(왼쪽부터) 이금세 장로, 서광선 목사, 정행업 목사. ⓒ신태진 기자

김철훈 목사의 사위인 이금세 장로(영세교회 은퇴장로)는 “김철훈 목사는 친구인 강태민과 함께 평양학생 만세운동의 주동이 되어, 숭실전문학교 전교생과 평양시내 12개 학생이 참가하는 대규모 학생 만세운동을 일으켜 평양시민을 다시 한 번 깨우치는 계기가 됐는데, 평양에서 왜경에 의해 173명의 학생이 검거됐다. 이로 인해 그에게 1개월간의 처음 옥살이가 시작됐다. 가진 고문 속에서 그는 이를 악물고 예수 십자가를 생각하다가 예수를 만나는 깊은 종교적 체험도 하고 후에 평양신학교에 진학했다”고 했다.

이어 “김철훈 목사는 1948년 2월 산정현교회에 부임해 오직 교회의 부흥과 선교에만 매진하다가, 그해 6월 25일 서평양역 근처에서 공산당에 체포되어 어디론가 끌려가 행방불명이 됐다”고 했다. 이 장로는 “그는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였고, 학자였으며 기도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불의한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대항하는 애국자였다. 불의와는 추호도 타협이 없었고 결코 상황윤리가 통하지 않았다. 북한 공산당의 탄압이 심해지자 그는 결사적으로 신앙을 지키다가 평양성의 순교 제물이 됐다”고 했다.

서용문 목사의 아들인 서광선 목사는 “아버지는 열정적인 목회자였다. 평안북도 영실학교를 졸업하고 평양신학교에 진학해서 전도사가 된 후에 압록강 강변에 있는 작고 큰 마을에서 교회를 개척하는 일을 했다. 아버지는 교회를 개척했다 하면 부흥이 일어났다. 1년 안에 새로 예배당을 짓고, 그리고는 미련 없이 우리 어머니에게 이삿짐을 싸라고 명령하고 다음 날 아침 소달구지에 몇 개 안되는 짐 보따리를 실고 다음 마을로 떠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교회를 개척하고 1년 안에 예배당을 짓고, 다음 동네로 이사 가서 교회를 개척하는 일을 되풀이했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는 훌륭한 교육자였다. 목사 아들은 학교에서 우등생이고 모범생이어야 한다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아버지는 방에다 회초리를 매달아 놓고 우리를 회초리로 길렀다. 집에서 찬송가 이외에는 유행가 같은 것, 심지어 아리랑도 못 부르게 했다. 새벽기도회는 물론, 가정예배를 아침 저녁으로 드렸다. 학교에서 일본말만 쓰게 한다고 아버지는 한탄하면서, 집에서는 한국 시인들이 남긴 시조를 암송시키고 시조놀이를 하게 하고, 이광수·김동인 등의 유명한 한국 작가들의 소설들을 읽게 했다”고 했다.

최봉석 목사의 일대기인 ‘오직 예수’를 쓴 정행업 목사(전 대전신학교 총장)는 “최봉석 목사의 생애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첫째로 믿음의 사람이었다. 한국교회 초기 보수적 신앙 형성의 본을 보였다. 둘째로 기도의 사람이었다. 기도로 성령 충만한 능력의 종이었다. 셋째로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사당을 물리치고 귀신단지를 때려 부수며 마귀를 쫓는 용기와 담력이 충만했던 사람이었다. 넷째로 전도의 본을 보인 자이다. 일생동안 ‘예수, 천당’만 외친, 예수에 미친 사람이었다. 다섯째로 능력의 종이었다. 기사와 이적을 많이 행했다. 마지막으로 영광스러운 순교자였다”고 했다.

또 “최봉석 목사님의 신사참배 반대로 인한 핍박과 옥중생활은 형언할 수 없는 형극의 길이었다. 신사참배 반대자들이 그 수가 차차 줄어갔다. 30여명이 평양 경찰서 유치장에서 갖은 고문과 악행을 당하며 희생됐다. 최봉석 목사는 옥중생활 중에도 수감되어 있는 동료들에게 최고령자로서 버팀목이 됐고 위로자가 됐다. 최 목사는 갖은 회유와 협박과 고문에도 굴하지 아니했다”고 했다.

부이사장 최이우 목사(종교교회 담임)는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전했고, 이사 심원보 목사(서울제일감리교회 원로목사)는 봉헌기도했다. 이응삼 목사(사무총장)의 광고에 이어, 최복규 목사(한국중앙교회 원로목사)의 축도로 예배는 마쳤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예장 합동 109회 총회

주요 교단들, ‘10.27 연합예배’ 동참 선언 잇따라… “연합‧회복 첫걸음”

주최측 “연합이야말로 악법 저지의 유일한 힘”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9월 정기총회에서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에 대한 적극적인 동참을 잇따라 표명한 가운데, 주최측은 이 예배에 대해 “신앙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왼쪽부터 순서대로) 백인규 목사, 이재훈 목사,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 넬슨 제닝스 박사, 고길현 목사, 최형근 교수

“열방 향한 선교의 핵심 요소는 교회의 연합”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 후속 모임이 ‘하나님의 동역자들 : 하나님의 관점에서 바라본 선교’라는 주제로 9월 30일 온누리교회 서빙고 비전홀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Wright) 박사와 넬슨 제닝스 (Nelson Jennings) 박사가 주강사로…

성혁명 교과서 반대 조정훈 최수진 이용희 박한수 조배숙

“자녀들에게 독초 먹이는 ‘성오염 교과서’, 개정돼야”

성혁명교육 개정교과서 채택 반대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 및 국민대회가 9월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조배숙·조정훈 의원실과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 복음법률가회, 성혁명교육반대학부모연합, 진평연 등의 주최로 개최됐다. 이날 1…

예장 합동 ‘통일선교포럼과 통일기도회’

합동, 새 회기 첫 행보는 ‘통일’… “영광의 그날 앞당기자”

“시들해져 가는 통일 열망, 다시 불 붙이자” 예장 합동(총회장 김종혁 목사)이 제109회기 첫 공식 행사로 ‘통일’을 택했다. 지난해 108회 정기총회에서 상설위원회인 통일목회개발원을 기관으로 승격하고 통일 준비에 더 큰 역할을 다짐했던 총회는 ‘통일선교…

제30대 감독회장에 당선된 김정석 목사

김정석 목사, 故 김선도 목사 이어 부자 감독회장 탄생

기독교대한감리회 제36회 총회 감독회장 선거에서 김정석 목사(광림교회)가 제30대 감독회장으로 선출됐다. 김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57.38%의 득표율을 얻어 역대 최다 득표율로 기록했다. 또 제21대 감독회장을 지낸 고(故) 김선도 감독에 이어 부자(父子)가 교…

대구 퀴어축제

“4천 명” vs “87명”… 대구 퀴어축제, 실제 참석 숫자는

지난 9월 28일(토) 오후 대구 반월당네거리 달구벌대로 5개 차로 중 3개 차로에서 대구 퀴어축제가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가운데, 실제 참가자보다 숫자를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8분 경 촬영된 사진을 보면, 행사가 진행 중이나 100…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