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 학생들 대상으로 특별강연
언론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어령 박사가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명용 박사) 초청으로 30일 오후 장신대생들을 대상으로 특별강연했다. 이 박사는 이날 ‘예수님의 얼굴’ 이야기를 시작으로,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받으신 세 가지 시험’ ‘탕자의 비유’ 등을 언급하며 기독교의 본질을 고찰했다.
이 박사는 우선, 성화(聖畵) 등으로 흔히 알려진 예수님의 얼굴에 대해 “어렸을 때 내가 생각했던 예수님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시는 가운데 기도하시고, 죽음 앞에서 한없이 약했던 모습”이라며 “그런데 처음 갔던 교회에서 보았던 그림은 그것과는 달랐다. 얼굴도 아주 깨끗하셨고, 입고 있던 옷 역시 마치 다리미질을 한 것처럼 반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옷은 찢기고 얼굴에는 피땀이 흐르면서도 그 안에는 평화와 거룩이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양면성이자 우리와 함께 걸어오신 예수님”이라며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꾸 눈으로 보이는 예수님만을 찾는다. 교회마다 그분의 얼굴을 걸어놓고 그게 예수님인 줄 알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미술가가 그린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기독교는 그리스의 많은 종교들과 달리 시각 중심이 아니다. 기독교는 영성과 음성 등으로 나타난다. 아브라함을 찾아오신 하나님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를 부르셨을 뿐”이라며 “그러므로 오늘날 시각중심주의만으로는 기독교를 설명할 수도 믿을 수도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예수님은 지금도 부활하셔서 예고 없이 우리 곁에 오시지만, 우리가 그분을 몰라보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이런 예수님을 눈으로 보지 않고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시나 소설 같은 문학, 그리고 이를 통해 형성되는 상상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누가복음의 세 가지 비유
이 박사는 또 기독교의 핵심 중 하나인 ‘사랑’을 설명하면서, 성경 누가복음에 나오는 ‘세 가지 비유’를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 세 가지는 ‘잃어버린 양의 비유’ ‘드라크마의 비유’ ‘탕자의 비유’다.
그는 “이 세 가지 비유는 하나님의 말씀을 땅의 언어로 옮긴 것으로, 시대와 민족을 관통하는 비유다. 이를 분석해 보면 예수님이 얼마나 수사학에 능통하셨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다”며 “첫 번째 비유인 ‘잃어버린 양의 비유’는 유목민, 다음의 ‘드라크마의 비유’는 상인, 그리고 마지막 ‘탕자의 비유’는 가족을 이루고 정착한 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그러므로 하나님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함에 있어서, 내가 양을 키워보거나 가족을 가져보지 못했어도 그 접촉점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 세 가지 비유들에서 보이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유대교는 매우 훌륭한 종교였지만 사랑과 용서가 빠져 있었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 예수님께서 오신 것”이라며 “잘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못한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죄인을 사랑하고 용서하는 것, 이것이 바로 돌아온 탕자의 비유 등에서 나타나는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이 박사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받으신 세 가지 시험을 통해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예수님은 왜 빵과 기적, 권력을 거부하셨을까. 그것들은 세상이 추구하는 것이지, 기독교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빵을 주고, 기적과 권능을 보이려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