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 등탑 철거 소식에… 박근혜 대통령 ‘호통’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靑 내부 회의서 “왜 없앴느냐, 도대체 누가 결정했느냐” 따져

▲애기봉 성탄트리에 점등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애기봉 성탄트리에 점등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군이 지난 15일 김포 해병 2사단의 애기봉 등탑을 43년 만에 철거한 가운데, 이 소식을 접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호통’을 쳤다고 복수의 언론들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애기봉 등탑 철거 소식을 들은 뒤 ‘왜 등탑을 없앴느냐, 도대체 누가 결정했느냐’면서 호되게 꾸짖었다고 한다. 이에 청와대는 뒤늦게 국방부와 해병대 등 관련 기관을 상대로 등탑 철거 경위에 대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정감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철거 소식을 언론보도를 통해 들었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그러나 국방부는 “김포시의 애기봉 평화공원 조성 계획에 따라 등탑과 전망대 등 시설물을 내년 3월에 철거하기로 지난해 합의했으며, 안전 문제를 이유로 철거 시점을 앞당겼을 뿐”이라며 애기봉 철거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새로 건립될 전망대에 대북 심리전을 위한 대형 전광판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의 ‘호통’ 소식에 “어이없는 일”이라며 “예정된 절차에 따라서 진행된 애기봉 등탑 철거에 대해서 대통령은 왜 호통을 쳤는지 그 이유가 오히려 더 의문”이라고 30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들은 “국방부는 새로 짓는 전망대에 대북 심리전을 위한 대형 전광판 설치를 검토 중이라면,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교계에서는 갑작스런 애기봉 등탑 철거에 크게 반발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는 ‘애기봉 등탑 다시 세워져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 “1971년에 세워진 이후, 무려 43년 동안 전방 지역 성탄절 점등 행사의 명물로 널리 알려져 있고,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던 명소였다”며 “등탑이 노후하여 보수한다든지 하는 조치가 아닌 그 자체를 철거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 “이 시설물은 지금까지 민간인 차원에서, ‘종교의 자유’에 따라 우리 군 장병들과 북녘 동포들에게 희망을 줘 왔는데, 여론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철거한 것은 ‘종교의 자유’ 침해”라며 “애기봉은 단순히 낡은 철 구조물이 아니라 종교를 통한 인류애와 평화 염원의 상징이기 때문에, 만약 어설프게 북한 입장만을 고려하여 철거한 것이라면 책임도 함께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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