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추가 우려한 조치” 분석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케네스 배(46) 씨와 매튜 토드 밀러(24) 씨가 전격 석방됐다.
미국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이들이 석방됐으며, 제임스 클래퍼 美 국가안보국(DNI)과 동행해 귀국 중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들의 석방을 위해 이익대표부로서 끊임없이 노력해 온 스웨덴 정부를 비롯한 전 세계 우방에도 감사한다”고 했다.
이들은 사전 공지 없이 갑자기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케네스 배 씨는 농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곧 집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고 한다.
북한은 억류했던 다른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 씨도 6개월 만인 지난달 21일 전격 석방했다. 당시 파울 씨는 “기도에 대한 하늘의 응답이었다”며 “당시 함께 풀려나는 줄 알았는데, 나 혼자 석방됐다는 사실을 비행기에 타서야 알았다. 이들은 나보다 더 일찍 석방됐어야 했다”고 했다.
중국에서 북한 전문 여행사를 운영 중이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배준호) 씨는 지난 2012년 11월 3일 관광객 5명과 함경북도 나진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가 체포돼, 2013년 4월 반공화국 적대범죄 행위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2년간 억류됐었다.
매튜 토드 밀러 씨는 지난 4월 10일 관광객 신분으로 입국해 평양항공 통행검사소 입국수속 과정에서 여권을 찢으며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로 붙잡혀, 노동교화형 6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미국의 케네스 배 가족들은 배 씨의 석방을 매우 환영했다. 배씨의 여동생 테리 정 씨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온 가족들이 잊을 수 없는 추수감사절 선물(배 씨의 미국 귀국)을 기다리고 있다”며 “오빠가 집으로 오게 된 기쁨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고, 우리는 이날을 위해 지난 2년간 기도하며 기다렸다”고 말했다.
배 씨의 아들 조너선 배 씨는 “7일 오후 늦게 아버지와 통화했는데, 짧은 통화였지만 목소리가 좋았다”며 “아버지가 예전 모습으로 곧 돌아올 것으로 확신하며,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미국인 억류자들 석방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석방 조치는 김정은이 오바마 정부에 새롭게 접근하겠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로 대북제재가 추가될 것 등을 우려한다는 것.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통과나 김정은의 국제형사재판소(ICC) 기소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뉴시스에 따르면 美 정부 한 소식통은 “이번 석방은 어떤 대가성도 없으며, 북한이 비핵화 약속 이행과 인권 개선에 나서야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원칙은 이번 석방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둘은 북한의 마지막 해외 억류자였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9일 오전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우리 정부는 지난 10월 21일 제프리 파울씨에 이어, 케네스 배, 매튜 토드 밀러 씨가 석방돼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가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북측이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우리 김정욱 선교사도 조속히 석방·송환하고,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간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오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중국 단둥에서 국수 공장을 차려 수 년간 탈북민들을 돌보던 김정욱 선교사는 그들 중 일부가 북한에 강제 송환돼 걱정하던 차에, 북한 고위급 인사의 권유로 탈북민들의 생사 확인과 구호물품 지원 모색 등을 위해 지난해 10월 7일 입북했다 억류됐다. 김 선교사는 무기 노동교화형이 선고돼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