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과 문화혁명을 거쳐 살아남은, 중국의 기독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광저우 선교 200년] (27) 고난의 연속

▲하남에 1904년 지은 태고창 부두. 이런 물류창고들이 하남의 주강 변을 따라 늘어서 국제항 광저우의 면모를 보여준다.
▲하남에 1904년 지은 태고창 부두. 이런 물류창고들이 하남의 주강 변을 따라 늘어서 국제항 광저우의 면모를 보여준다.

크게 여섯 단계를 거친 광둥성 선교에 있어, 다섯째는 정체기인 1949년에서 1978년 사이다.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승리한 중국 공산당은 1949년 10월 신(新)정부를 건립했다. 그러나 종교 자체를 부인하는 공산당에 의한 정부 탄생으로 기독교는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기독교는 두 가지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하나는 삼자교회와 같이 신정부와 타협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가정교회와 같이 비타협의 길로 가는 것이었다.

▲현재 광저우의 삼자교회를 이끄는 석안당교회 내부 안내판.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이의 돌이 되셨느니라(엡 2:20)’는 중국어 글자가 새겨져 있다.
▲현재 광저우의 삼자교회를 이끄는 석안당교회 내부 안내판.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이의 돌이 되셨느니라(엡 2:20)’는 중국어 글자가 새겨져 있다.

우선 전자에 속한 이들 중 1950년 9월 23일 전국의 중국인 목사 사십 명이 인민일보에 기독교 삼자애국운동을 고양하는 ‘삼자 혁신선언’을 발표했다. 삼자운동의 내용은 서구 선교회에게서 정치·경제·교무상의 예속 관계에서 벗어나 중국교회의 자주 독립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동년 12월 천주교를 포함한 광저우교회 1만여 신도가 반미 애국시위를 하기도 했다. 1951년 전후로 교회 소속의 병원·학교·자선기구들은 대부분 시정부 관련 부서에 접수되고, 서양 선교사들은 광저우에서 철수해야 했다. 1958년 기독교계는 사회주의 교육 운동을 전개해서, 광저우 사역자들은 모두 생산 노동에 참여했다.

▲삼자애국운동의 발기인으로서, 중국인과 광저우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오요종 목사.
▲삼자애국운동의 발기인으로서, 중국인과 광저우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오요종 목사.

중국이 기독교 삼자운동을 일으킨 요인 중의 하나를 취재 중 우연히 발견했다. 삼자애국운동의 발기인은 오요종(吳耀宗, 1893~1979) 목사였다. 그는 광저우 순덕 출신이다. 10대 때 광저우 하남에서 학교를 다녔다. 하남은 광저우에서 서양에 대한 저항 정신이 가장 강했던 지역이다. 아편전쟁 전후 영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 하남의 48개 향촌 사람들이 집결하여 항거하기도 했고, 혁명가들이 모여 신해혁명을 결의했던 혁명의 마을이었다.

하남 지역에 1902년에 스코틀랜드인이 세웠던 육재서사(育才书社)라는 학교가 있었다. 오요종 목사는 이 학교 출신이었다. 그 당시 팽배했던 하남의 민족 정서와 그가 삼자운동을 펼친 맥락이 닿아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교회합병운동이 일어나 교회가 대폭 축소되었다. 상해에서는 2백여 개의 공식 집회처가 8개로, 북경에서는 66개의 교회가 4개로 축소되었다. 광저우는 1950년대에 51개의 교회가 있었으나, 1960년에 14개로, 1966년에 9개로 축소되었다.

한편 삼자교회에 반대하는 목회자나 신자들은 감옥에 끌려갔다. 대표적인 사례로 비타협적이었던 왕명도(王明道, 1900~1991) 목사는 아내와 함께 20년간 옥고를 치렀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회가 문을 닫고 목회자도 없어진 상황에서, 일반 신자들은 비밀리에 가정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른바 가정교회였다. 가정교회는 대도시에서 농촌으로, 교회에서 가정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삼자교회 정책에 끝까지 굴복하지 않은 중국 가정교회 지도자로, 1991년 순교한 왕명도 목사.
▲삼자교회 정책에 끝까지 굴복하지 않은 중국 가정교회 지도자로, 1991년 순교한 왕명도 목사.

그러나 더 어려운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1966년부터 문화혁명이 시작되어 기독교는 탄압보다 더한 ‘소멸’당하는 길을 걸었다. 광저우교회는 모두 폐쇄되고 재산은 몰수되고 종교인은 비판을 받았다. 일체의 종교활동은 이로부터 10년 넘게 정지되었다. 가정교회·삼자교회 성도 모두 문화혁명 때 순교당하고 고초를 겪어야 했다.

광풍은 사라지고

마지막 여섯째는 발전기인 1978년 이후이다. 문화혁명의 광풍이 사라지고 종교계에도 온풍이 불었다. 1979년 7월 광저우시 통전부(統传部)는 각 종교 애국조직의 기구 활동이 회복되는 것을 발표했다. 그 해 9월 30일 동산당이 문을 열고 국경 예배를 드렸다.

각 교회들은 적극적으로 활동을 회복하고자 했고, 대연합기구 건립을 모색했다. 이런 배경 하에서 광저우기독교협회가 탄생되었다. 1981년 2월 제5차 삼자회가 열렸다. 광저우시 삼자애국운동위원회와 광저우시 기독교협회는 문화혁명 기간에 빼앗긴 재산권을 되찾았다. 점차 일부 교회들은 회복과 함께 홍콩 마카오 대만 및 외국 교회들과 교류를 시작했다.

1954년 제정된 신중국 헌법에서는 종교 신앙의 자유를 보장했다. 그러나 문화혁명기까지 종교와 사상은 철저히 제한받았다. 1978년 이후에는 종교활동이 재개되었지만, 어디까지나 삼자교회의 범위 내로 제한했다. 이른바 1983년에 제정된 삼정정책(三定政策)을 근거로, 자유 전도와 교역 활동 등의 종교활동을 제한했다. 즉 삼자에 의해서 지정된 교회(定点), 지정된 구역(定片), 지정된 목사(定人)로 한정했다. 그 후 삼자에 의해 지정된 시간(定時)까지 추가되어 이를테면 4정정책이 되었다.

▲문화혁명으로 문을 닫았다가 1979년 9월 동산당교회가 문을 열자 몰려든 성도들.
▲문화혁명으로 문을 닫았다가 1979년 9월 동산당교회가 문을 열자 몰려든 성도들.

중국 정부의 종교사무국과 삼자교회는 종교 관리의 법제화를 통해서 ‘관리된’ 종교 활동을 기대했고, 가정교회와 그 신도가 삼자 교회로 전환되기를 원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여전히 법 위반으로 단속했다. 삼자교회의 관리를 거부하는 가정교회는 은밀하게 신앙생활을 해야 했고, 발각되면 감옥에 가서 노동 교화나 사상 교육을 받아야 했다.

중국 기독교와 관련하여 오랫동안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가정 교회의 활동을 헌법에 보장해야 한다는, 이른바 해금(开禁) 논의이다. 이미 1998년 10월 가정교회의 대표자들이 모여 공표한 연합호소문에서 가정교회의 신자들은 8천만 명에 달하고, 삼자교회의 신자는 약 1천만 명에 불과하므로 삼자교회가 중국의 기독교 교회를 대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가정교회에 대한 탄압을 중지할 것을 요청했다. 다른 한편으로 2011년 공산당 기관지(求是)에서도 해금이 거론되었다.

그러나 당국은 ‘공산당원은 종교를 믿을 수 없다’는 내용으로 기존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공산당원조차도 기독교의 신앙 자유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히려 반증한다.

그리고 마침내 2014년 해금이 풀리는 새로운 종교정책이 발표되었다. 결코 만만치 않았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중국의 기독교, 시련 뒤 정금 같이 거듭나리라 기대한다.

▲문화혁명 시 훼손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남대교회산 묘비 모습.
▲문화혁명 시 훼손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남대교회산 묘비 모습.

/김현숙 집사(<시님의 빛> 저자)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정우성

“나경원 의원, 정우성 혼외자 논란에 생활동반자법 주장?”

동성 간 결합 문호만 열어줄 것 아이에겐 ‘결혼한 가정’ 필요해 시류 영합 치고 빠지기 식 입법 배우 정우성 씨 혼외자 출산 논란에 대해 저출산고령화사회부위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비혼 출산 아이 보호 차원의 ‘등록동거혼제’ 도입을 주장…

정년이

<정년이>: 한국형 페미니즘과 폐쇄적 여성우위, 그리고 동덕여대 사태

는 웹툰 원작의 tvN 12부작 드라마로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유행했던 여성들만의 창극인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천재 소리꾼’ 정년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윤정년(김태리)을 비롯해 허영서(신예은), 강소복(라미란), 문옥경(정은채)…

개혁신학포럼

개혁교회, 성경적 이주민 선교 어떻게 할 것인가

개혁신학포럼 제25차 정기세미나가 11월 30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은혜교회 교육관에서 개최됐다. ‘개혁교회와 다문화사회’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는 개회예배 후 최더함 박사(마스터스세미너리 책임교수)가 ‘다문화사회와 개혁교회의 사명과 역할’, 김은홍 …

한가협

2023년 신규 에이즈 감염 1,005명… 전년보다 5.7% 감소

남성이 89.9%, 20-30대 64.1% 감염 경로 99.6% ‘성적 접촉’ 男 56.7%가 ‘동성 간 성접촉’ 마약 주사기 공동사용 0.4% 2023년 신규 에이즈 감염자가 1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한국가족보건협회(대표 김지연 약사, 이하 한가협)가 질병관리청이 발…

샬롬나비

“한미 동맹 인정하면서, 그 산파 ‘이승만·기독교’ 부정하는 건 문제”

제29회 샬롬나비 학술대회가 ‘한미동맹 70주년과 한국 기독교’라는 주제로 11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개최됐다. 2부 주제발표회에서는 김영한 상임대표(기독교학술원 원장)가 ‘이승만의 기독교 정신과 건국, 한미동맹’을 주제로 강연…

통일비전캠프

“물 들어와야 노 젓는다? 통일과 북한선교, 미리 준비합시다”

북한 열리지 않는다 손 놓지 말고 복음통일 믿고 깨어 기도 필요해 주어진 시대적 부르심 반응해야 통일, 예기치 않은 때 오게 될 것 다음 세대, 통일 대한민국 살 것 이번 캠프, 새로운 역사 ‘트리거’ 비전캠프, 하나의 꿈 갖는 과정 치유, 평화, 하나 됨 사…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