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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슬로우 리뷰] 조나단 에드워즈 <로마서 주석>

북스 섹션에서 신성관 목사의 ‘심플리 리뷰’에 이어, <갈라디아서>를 시작으로 나올 ‘통합적 성경공부 시리즈’ 저자인 이정규 강도사님(시광교회)의 ‘슬로우(Slow) 리뷰’를 연재합니다. 책 본문을 끝까지 꼼꼼히 정독한 후 쓴다는 의미의 ‘슬로우 리뷰’에 많은 성원 바랍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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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주석(Coram Deo 시리즈 11)
조나단 에드워즈 | 복있는사람 | 568쪽 | 25,000원

조나단 에드워즈는 제게 아주 특별한 사람입니다. 저는 로이드 존스를 통해 개혁주의 신앙에 입문했는데, 그는 에드워즈를 이렇게 평했습니다. “청교도를 알프스 산맥에 비유하고 칼빈을 히말라야 산맥에 비유한다면, 에드워즈는 에베레스트 산에 비유할 수 있다.” 제가 사랑하는 로이드 존스 목사님이 이렇게 평한 인물에 대한 책을 제가 읽어보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리석게도, 또한 지혜롭게도) 에드워즈의 고난이도 논문으로 알려진 ‘하나님의 천지창조 목적’이라는 책으로 그를 만났습니다.

저는 에드워즈를 통해 개혁신학이 옳을 뿐 아니라 영광스럽고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철학적인 동시에 성경적인 에드워즈의 논증에 이끌려 가는 동안, 저는 하나님의 선물로 인해 기뻐하는 대신 하나님 자신을 기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비할 것 없이 영광스러우신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힘을 높여 찬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넘쳤었지요.

그는 주석을 쓴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자신이 직접 종이를 덧대어 만든 여백 성경(The Blank Bible)만 있을 뿐이지요. 물론 그 책도 성경 전 권에 대한 상세한 주석이지만, 대개는 간략한 묵상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데이비드 로비와 벤자민 웨스터호프가 에드워즈의 작품 전집(The Works)에서 로마서의 인용 및 주석이 있는 내용 전부를 모아, 에드워즈의 로마서 주석을 냈습니다.

구성상 특징

우선 전체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로마서의 각 절마다 전집에서 발췌한 묵상들을 붙인 ‘주석’ 부분과, 그가 로마서의 본문으로 했던 설교의 개요들을 모은 ‘로마서 설교 개요’입니다. 설교 개요는 본문 1장부터 14장까지의 간략한 개요를 싣고 있고, 그가 생전에 했던 교리 설교를 어떻게 구성했는지 보여줍니다.

주석은 다양한 책에서 수집되었습니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책은 역시 ‘여백 성경’이고, 역시 로마서 본문을 많이 다루게 되는 ‘원죄론’이 꽤 많이 등장합니다. 그 외에 의지의 자유, 설교문 일부, 잡문들(Miscellonies)에서 발췌된 묵상들이 등장합니다.

주석 방법론상 특징

여러 책에서 로마서의 각 절을 인용하고 해설하며 암시한 묵상들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일관적인 흐름(Flow)을 가지고 쓰인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몇 가지 특징들이 있습니다.

첫째, 에드워즈는 각 구절을 성경 내에서 해석하려 노력합니다. 어려운 구절들도 그것을 쉽게 설명해 주는 다른 성경구절을 가급적 많이 인용하여 ‘성경으로 성경을’ 해석합니다. 이는 그가 ‘성경은 스스로 자신을 해석한다(Scriptura sacra sui ipsius interpres)’는 말을 철저히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거의 대부분 구절의 해석에는 다른 성경 구절들이 인용됩니다.

둘째, 필요할 때마다 헬라어 원문의 구문과 단어 연구를 통하여, 본문에 의도된 바울의 사상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그는 한 단어가 쓰인 것을 ‘축자적(Verbal)’으로 영감되었다고 믿으며, 따라서 한 단어가 사용될 때 꼭 그 단어였어야만 했던 어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3장 5절의 설명(85쪽)이나 7장 15절, 8장 26절, 12장 10절 등의 설명을 보십시오.

셋째, 신학적이고도 사변적으로 깊이 있는 곳까지 주해를 끌어간다는 점입니다. 특히 101페이지부터 112페이지에 등장하는 3장 9-24절의 주석을 보십시오. 그는 원죄 교리의 보편성을 부정하는 테일러 박사의 논지에 맞서, 본문을 가장 철저하고 엄밀한 방식으로 적용시켜 원죄 교리를 드러내고 테일러 박사의 논지를 무력화시킵니다. 9장 18절의 설명도 마찬가지로 아르미니우스주의에 맞서, 본문의 함의를 끌어내어 신학적 변증을 해내고 있지요.

오랫동안 응시하는 것

출처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저는 예전에 존 파이퍼가 조나단 에드워즈에 대해 평가할 때 “그는 성경을 오랫동안 응시합니다”라고 말했던 것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실로 그랬습니다. 대부분의 성경 해석자들은 성경을 원문으로 읽고, 단어와 구문을 분석하고, (급하게) 적용과 의미를 도출해냅니다.

하지만 에드워즈는 다릅니다. 그는 본문의 역사적-문법적-문예적 의미를 분석하고 도출한 후에도, 한참을 더 쳐다봅니다. 그는 계속 응시합니다. 오랫동안, 더 오랫동안 응시하고 묵상하고 고민할수록 그의 생각은 더 화려해지고 정교해지며 분명해집니다. 논쟁은 날이 서 있지만, 적용은 눈물이 나올 만큼 은혜롭습니다. 이것은 대대로 교회사 가운데 아우구스티누스나 칼빈, 오웬 등과 같은 일류 주석가들의 공통점이지요.

▲이정규 강도사.
▲이정규 강도사.

그의 로마서 주석을 보는 동안, 현대의 주석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현대의 논쟁에 연루되어 있지도 않고, 문학적 분석은 현대의 주석보다 못하며, 역시 발췌한 책이니 일관적 주석도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책을 보며 본문을 ‘오랫동안 응시한’ 사람의 깊이 있는 묵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 같은 젊고 치기 어린 설교자가 더 나이 들지 않고서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놀라운 선물입니다.

/이정규 강도사(<갈라디아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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