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눈과 머리로만 읽으십니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맛보고 느끼며, 듣고 냄새 맡을 수 있는 책, 성경

 
 

오감으로 성경 읽기
김동문 | 포이에마 | 311쪽 | 15,000원

바로 그 책(the Bible), 성경은 짧게는 2천년, 길게는 3-4천년 전 지금의 이스라엘과 이집트 지역, 넓게는 유럽 일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그 이야기들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시공을 뛰어넘어 우리 삶에 역사하고, 개인의 가슴 깊은 곳을 찌르거나 적신다. 하지만 시공의 차이만큼 펄떡펄떡한 생생함이 덜한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래서 저자는 ‘오감으로 성경 읽기’를 제안한다. 단, ‘오감으로 읽는 성경’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하자. 문제는 ‘성경 자체’에 있지 않고, 우리의 ‘읽기’에 있었던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성경공부는 논리적이고 합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 풀기식’이 아니었는지 반문한다.

물론 성경의 내용과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가르치고 이해하도록 돕는 지침서로서의 공부가 필요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성경은 일상에서 ‘느끼는’ 책이기도 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하나님은 온몸으로 우리 마음과 생각, 그리고 임재를 느끼도록 하셨으니, 우리도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어떻게 느꼈을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아랍 지역에서 흰 털을 가진 양을 찾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포이에마 제공
▲아랍 지역에서 흰 털을 가진 양을 찾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포이에마 제공

본문의 의미와 무관하게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자’는 말이 아니라, 성경에 대한 바른 이해를 전제로 ‘오감’을 동원해 성경이 원래 담고 있는 느낌 그대로를 읽어내자는 제안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이미 상업적으로는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영화관에만 가도 커다란 평면 스크린에 웅장한 음향시설로도 부족해 안경 착용으로 시각에 입체감을 부여함은 물론(3D), 바람과 향기를 주입하고 심지어 관객석 의자를 흔들거나 비눗방울이 나와 감촉을 느끼게 하는 수준(4D)에 도달했다.

▲갈릴리 호수에서 그물을 들어 올리는 어부들의 아침. 소금기와 함께 달라붙는 듯한 촉감, 싱그러운 바다 냄새와 시끌벅적한 소리들을 떠올려 보라. ⓒ포이에마 제공
▲갈릴리 호수에서 그물을 들어 올리는 어부들의 아침. 소금기와 함께 달라붙는 듯한 촉감, 싱그러운 바다 냄새와 시끌벅적한 소리들을 떠올려 보라. ⓒ포이에마 제공

예수님만 해도 5천명 이상이 모인 자리에서 보리떡 5천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식사를 베푸셨고 첫 성례전을 행하셨다. 고기 잡던 어부들을 부르셨고, 동전들을 쥐고 비유를 베푸셨으며, 모래 가득한 제자들의 발을 손으로 씻기셨다. “그때 그 자리에서 말씀하시고 일하셨던 하나님은 당신의 온몸으로 그분의 마음과 생각, 그리고 존재감을 느끼도록 만드셨습니다.”

이처럼 성경은 맛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며, 들을 수 있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책이다. ‘말씀이 육신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은 정말 재미있고 스펙터클하며 쉬운 책이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은 말씀을 전달하는 매개가 되었고, 그림언어가 되었다.

▲물 맑은 골짜기에서 자라던 석류와 무화과는 단맛의 대표들이다. ⓒ포이에마 제공
▲물 맑은 골짜기에서 자라던 석류와 무화과는 단맛의 대표들이다. ⓒ포이에마 제공

성경의 주무대인 이집트와 요르단 등 아랍 지역에서 지내며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이 느꼈을 감정들을 토대로 잡지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았다. 책에서는 ‘익숙한 본문 속 낯선 발견들’을 부제로 오장육부와 시간 공간 개념을 동원한 1부 오감으로 성경 읽기, 2부 일상으로 성경 읽기, 3부 공감하며 성경 읽기 등을 안내하고 있다.

▲‘뽕나무’로 배웠던 삭개오 이야기에 등장하는 나무의 바른 명칭은 ‘돌무화과나무’라고 한다. ⓒ포이에마 제공
▲‘뽕나무’로 배웠던 삭개오 이야기에 등장하는 나무의 바른 명칭은 ‘돌무화과나무’라고 한다. ⓒ포이에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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