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곳곳에 살아 숨쉬는 기독교의 흔적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광저우 선교 200년] (28) 시민들의 역사 건축물 찾기 운동

▲외국인 지정구역인 13행 내에 있었던 교회.
▲외국인 지정구역인 13행 내에 있었던 교회.

광저우의 백년교회

광저우의 나무들은 수염 기르기를 좋아한다. 수양버들처럼 작은 줄기들이 땅을 향해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본다. 비가 자주 오고 내리쬐는 태양 덕에 순환이 빠르다 보니, 중심 줄기에서 삐쳐 나온 잔줄기들이다. 멀리서 보면 말린 고사리 줄기처럼 생겼지만, 만져보면 질겨서 완고함이 느껴진다. 생명은 끈질긴 것, 고집이기도 하다. 뿌리를 깊이 박고 이 땅과 오랫동안 같이 한 나무가 보여주는 끈질긴 모습은 이 도시의 역사와 닮았다.

광저우의 오래된 옛 거리 서관(西)에서 이런 나무들을 보노라면 정겨움마저 든다. 서관은 옛날 광저우 성의 서문이 있던 일대를 일컫는 통칭이다. 13행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옛 광저우라 하면 서관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 서관 주변에 오래된 백년교회들이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은 일덕로에 있는 천주교의 석실성심 예배당을 광저우에 가장 오래된 교회로 알고 있다. 이 성당은 1863년 짓기 시작해서 25년의 시간이 걸려 1888년에 완공된 것이다.

그러나 남겨진 기록물들은 그보다 훨씬 이전에 이미 교회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석실대성당은 1863년 프랑스가 광저우에 세운 교회였다.
▲석실대성당은 1863년 프랑스가 광저우에 세운 교회였다.

초기 교회

아편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광저우 상황을 ‘An American in Canton(1825~1844)’이라는 책에 남긴 이가 있다. 윌리엄 헌터(William C. Hunter, 1812~1891)였다. 1825년 만 13세의 어린 나이로 광저우에 도착한 그는, 당시 13행에 있는 교회와 교회 모임에 대해 언급했다. “… 광저우에 도착한 직후 영국 동인도 회사의 만찬 초대를 받았다. 큰 문을 지나, 교회를 통과했다. 교회의 뾰쪽한 탑에는 멀리서도 보이는 대형 시계가 걸려 있었다. 광저우에 있던 유일한 이 시계에 사람들은 시간을 맞추었다.”

1820년대에 광저우의 외국인 전용 거주 지역에 교회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당시 화가들이 그린 그림에도 뚜렷이 교회의 모습이 남아있다.

13행 미국인 상인이었던 올리판트 집 응접실에서도 매주 예배와 저녁에는 기도 모임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시온의 모퉁이’라 불렀다. 13행 내에서 일하던 외국인 상인과 중국인 요리사 등이 참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교회가 아닌 미국 상사 사무실과 응접실 등에서도 모여 예배를 드린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1843년 영국 상관 앞에 교회가 세워졌으나 10년도 못 되어 2차 아편전쟁의 영향으로 전소되고 말았다. 13행의 신두란가에 있었던 파커 선교사의 안과 병원 대기실에서도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최초의 중국인 목사였던 양발은 하남 용도미 자신의 집에서 예배 모임을 가졌다.

현재 남아 있지 않지만 기록상으로 광둥성 최초의 교회는 1846년 침례회가 천자부두에 세운 동석각 교회였다. 이 동석각 교회는 처음으로 외국인 전용구역인 13행을 벗어난 지역에 세워졌다. 중국인들을 위한 교회였다. 주강에 복음선을 띄워 주강변의 수상 주민들을 위한 예배와 전도를 하기도 했다.

그 후 찾아온 선교사들에 의해 병원과 학교 내에 교회가 세워졌고 각각 독립된 교회들도 잇달아 설립되었다. 1930년대 전후 광저우에는 서관지역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교회가 62개 정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30년대 후반 중일전쟁 때 광저우의 교회들은 군대 실험실 혹은 숙소, 심지어는 춤추는 무도장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문화혁명 때는 구위원회 사무실 혹은 학교, 봉제 공장 혹은 직원들의 숙소로도 사용되었다. 관리가 부실해서 폐허로 남아 있다가 장마 때 쓰러져 철거되기도 하고 혹은 화재로 소실된 교회들도 있었다. 1949년 공산당 정권의 수립, 1966년부터 시작된 문화혁명으로 교회는 대부분 문을 닫고 정지 상태로 들어갔다.

▲서촌당은 최초의 미국인 선교사 브리즈먼을 기념한 교회로, 현재 양로원이 되었다.
▲서촌당은 최초의 미국인 선교사 브리즈먼을 기념한 교회로, 현재 양로원이 되었다.

예배가 멈춘 교회

수많은 교회들이 역사의 숱한 질곡 속에서 어떻게 되었을까 둘러보았다. 방촌의 신의회 독일교회는 건물은 남아 있으나 혁명 유적지가 되었다. 1895년 손중산 선생의 흥중회 1차 의거 비밀 거점지였기 때문이다. 주변의 도시개발 공사로 철거될 위기였으나, 교회가 혁명 장소라는 이유 때문에 중국 정부가 보존을 하고 있다.

서촌의 서촌당은 1922년 미국 회중파 교회에서 세웠다. 서촌당은 원래 ‘브리즈먼 기념예배당’이라 불렀다. 미국의 첫 선교사였던 브리즈먼(Elijah C. Bridgman, 1801~1861)을 기념하여 만든 교회이다. 브리즈먼 선교사는 모리슨 선교사가 요청해서 1830년 중국에 온, 최초의 미국인 선교사였다. 모리슨 선교사와 함께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중국총보(The chinese repository)라는 신문을 발행했다. 이 책은 아편전쟁 전후 중국의 사정이 잘 기록된 중요한 문헌이다. 서촌당 건물은 한동안 맥주 공장으로 사용되다가 현재 양로원이 되었다.

서화로에 있는 만선당 교회는 모리슨 선교사를 파송했던 런던회에서 개척한 교회였다. 만선당은 교회를 설립하고도 목사를 청할 돈이 없을 정도로 가난한 교회였다. 가난한 서민들이 많이 산 지역이었으나 크게 부흥했다. 그러나 문화혁명 이후 예배를 드리지 못한 채 비어 있었다.

▲만선당은 모리슨 선교사를 파송한 런던회에서 1912년 개척한 교회였으나 2011년 철거되었다.
▲만선당은 모리슨 선교사를 파송한 런던회에서 1912년 개척한 교회였으나 2011년 철거되었다.

그동안 소학교, 공방, 봉제공장, 창고 등으로 사용되다가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사람이 살지 않는 빈 건물로 남아 있었다. 2011년 장마로 축대가 내려앉자 철거되었다. 없어진 교회의 빈터는 철거되면서 남은 잔재들인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그리고 벽돌과 나무들, 그리고 부서진 문들이 있고 옆 건물 식당에서 풍겨오는 기름내로 가득했다.

박제의원이었던 중산 제2의원 내에 있는 복음당 교회 또한 병원의 검사실로 사용되고 있다. 건물 보수공사를 할 때 이 교회 바닥에서 오래된 성경이 발견되기도 했다.

최근 하남 지역에서 교회 건축물들이 발견되었다. 2012년 여름부터 신쾌보 신문사와 시민들이 협조해서 광저우 역사 건축물 찾기 운동이 시작되었다. 그 성과 중의 하나가 하남 지역의 오래되고 방치된 교회 건물들이었다. 아시안게임 이후 기독교와 무관한 시민들 사이에서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광저우 하남 지역에서 최근 발견된 보강당 교회 건물의 일부.
▲광저우 하남 지역에서 최근 발견된 보강당 교회 건물의 일부.

발굴된 것은 보강당 교회이다. 1912년 건립된 예배당인데 방치되었다가 탐방팀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이렇게 교회 건물들은 없어지거나 일부 파괴되기도 하고 혹은 다른 용도로 사용되면서 자신의 이름을 잃기도 했다.

/김현숙 집사(<시님의 빛>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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